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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개념정원
서영채 지음 / 문학동네

"인문학 중급반 개설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인문학 열풍을 말하지만 ‘시작하는 인문학’과 ‘지젝, 라캉’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이미 강을 건넌 이들은 마치 레테 강이라도 건넌 듯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고, 잔잔한 하류에서 발을 담근 이들은 수영이 아니라 물놀이만 하러 왔다는 듯이 상류로 올라오지 않는다. 인문학의 세계가 워낙 깊고 넓어 모든 곳을 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래도 오다가다 만나면 통성명을 하며 대화는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인문학 개념정원>은 지금-인문학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80여 개의 개념을 정리하며 두 세계의 대화가 가능하리란 기대를 전한다. 은유와 환유, 이드/자아/초자아, 상상계/상징계/실재계 등 초급반에서 한 단계 올라설 때 꼭 딛고 서야 할 개념들의 연원과 흐름을 설명하고, 고급반에서는 왜 말만 꺼내면 이런 용어들을 내뱉는지, 그 용어를 쓰지 않고는 왜 사유의 전개를 설명하지 못하는지 밝혀주기 때문이다. 물론 300쪽 남짓한 책에서 80여 개의 용어를 모두 체득하리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문학 중급반임이 분명하다. 다행히 마감은 없지만 수강 신청은 서둘러 주시기 바란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개념정원이란 말을 썼던 것은 에피큐리언들의 공간 케포이필리아를 염두에 둔 때문이었다. 이 책의 형식은 인문학의 주요 개념들을 추리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나 자신의 공부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심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인문학의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뼈대만 있는 사전이 아니라 원전의 문장들과 함께 노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한 것이다. 쓰다보니 그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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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웬디 웰치 지음 / 책세상

"대책 없는 애서가 부부의 좌충우돌 헌책방 운영기"
애서가라면 한 번쯤 꿈꾸는 '나만의 책방' 운영, 대책 없는 한 부부가 진짜 이뤘다. 아니, 저질렀다. 민속 문화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애서가 웬디 웰치와 스코틀랜드 발라드 가수 남편 잭 벡은 '독사 굴'과 같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 빅스톤갭으로 이사하여 오랫동안 꿈꿔온 헌책방을 차린다. 경기 침체, 전자책의 활성화 등 외부적인 난관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에드워드풍 저택과 몇천 권밖에 안 되는 장서뿐이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남들은 몇달 안에 망한다 장담하니 부부는 오히려 단단해져서 보란듯이(때로는 밤잠을 못 이루며) 헌책방 운영에 성공한다.

이 책은 그저 애서가 부부의 헌책방 성공기가 아니다. 두 사람의 애서가, 두 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헌책방과 책이 작은 마을을 어떻게 온기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어가는지,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그려진다. 책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사람 이야기가 하나둘 엮여져 다양한 감동의 순간도 만들어내고, 곳곳에는 각종 책에 대한 정보가 많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서재 결혼 시키기>,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 숨어 있는 작은 즐거움을 모두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꼭 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책을 좋아하고, 고양이까지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 수 있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이 사람들 정말 대담하게 순진하거나, 무식하게 용기 있다. 탄광 도시에 헌책방이라니. 게다가 돈도 없이! 하지만 돈이 없으니 머리를 쓰고 마음을 쓴다. 그러면서 문득 인간성이라는 보석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보석이 된다.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석. 우리는 모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은 실패할 것이 뻔해 보이는 그 사랑스러운 꿈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는 책이다. _ 김경(<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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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여자공감만화 시즌2
마스다 미리 지음 / 이봄

"세상에 '나'는 하나뿐이니까 소중해?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수짱 시리즈'는 일본의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의 작품으로, 서른 중반의 나이에 돈도 미모도 남자도 없고, 별다른 꿈도 없지만 매일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는 주인공 ‘수짱’의 이야기다. 첫 번째 시리즈가 출간되었을 때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꾸준히 사랑받았고, 두 번째 시리즈의 출간 소식에 그간의 이야기에 만족했던 독자들이 몰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런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수짱 시리즈'의 묘미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워낙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이 정도 이야기야 흔하다는 인상을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다. 세상에서 '행복'이라고 규정해 놓은 것들에 못 미쳐 보이는 '나'는 변하고 싶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을까? 변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변하지 않고 지금의 ‘나’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나'라는 건 또 뭘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찾으라고들 하는데, 그건 너무 슬픈 일이지 않나? 전제는 행복해지는 것이었는데, 과연 행복은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일일까. 목표가 된다는 건 결승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행복에도 결승점이란 게 있다는 말일까?

고민 끝에 그럴 리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 '수짱'은 혼자 힘으로 이런 고민을 해결해보려는 사람이다. 결혼, 출산, 성공, 꿈, 행복까지 누군가 그어놓은 선 안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 고민하고 상처받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는 퍽 감동적이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의 표지를 보고 들어오셨겠지만, ‘수짱 시리즈’를 처음 읽는 분이라면 서른네 살 '수짱'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부터 읽어보시길 권한다.

고맙다는 말은 할 줄 모르고, 통념에 사로잡혀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은 잘도 하는 '그냥 왠지 싫은 사람'을 겪으며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서른여섯 살, 결국 새 일을 찾아 나선 그녀에게 불어온 미풍 같은 사랑의 시작을 다룬 <수짱의 연애>는 서른일곱 살 '수짱'의 고민을 담고 있다. - 만화 MD 김재욱

책 속에서 : 
“다니다 부장, 좋은 구석도 있네~.”라고 생각함으로써 싫은 부분을 상쇄시킨다. 더러워진 테이블을 행주로 닦듯이. 그러면 더러워진 행주는 어디로 갈까. 그 행주는 세탁도 되지 않은 채 내 마음에 쌓여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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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2013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30대, 여자, 서울, 풍속"
아직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았는데 나이에 따른 노화는 착착 진행되고 있는 서른일곱 김미연. 전문대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 사이버대학을 거쳤고, 서치펌 '헤드 앤 코리아'에서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다. Y대 출신 연구원인 소개팅남 태환과 지방대 출신 동호회원 '흐물' 사이를 오가지만 연애는 녹록지않다. 학벌과 경력으로 사람을 줄세우는 일을 하는 한 여자의 삶을 통해 대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강남역, 은마 아파트, 시와 와인 동호회, 슈퍼맘 여동생, 이미 결혼한 친구들, 스킨십을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소개팅남. 김미연을 둘러싼 쾌적한 세계에서 오가는 속물적인 대사들, 이를테면 "대한민국에서 출신대학은 낙인이야"라든지  "사람들은 여자만 손가락질 하잖아요. 헤프다느니, 걸레라느니..."은 귀에 들릴 듯하다. 세태를 포착한 안정적이고 균형잡힌 시선이 강점이다. 세련된 인간들의 현대적인, 씁쓸한 심장에 대한 이야기. 2013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세 명의 총명한 20대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나는 홀짝홀짝 와인을 들이켰다. 나는 저 나이대에 저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지금도 저런 해박한 대화는 나누지 못한다. 성에 대해 부모 세대처럼 보수적이진 않지만 이 아이들처럼 당당하게 밝히지도 못한다. 흡연자이지만 이 아이들 앞에서조차 대놓고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결혼 전까지 여자가 성적으로 순결해야 한다거나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얘기가 나오면 자동으로 움츠러든다. 현실에서 그 두 가지를 공개적으로 하는 여자가 얼마나 큰 불이익을 당하는지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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