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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출판사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새들과 꽃들과 신선한 공기와 동물들이 모여 풍요로운 자연을 이룬다. 그리고 그 가운데 사람들이 있다. 이 작품은 사람과 자연, 그 둘 사이에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음을 알려준다."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비밀의 강>의 심사평. 1955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반세기 넘게 사랑 받아온 전설의 그림책이 두 번째 판본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퓰리처 상을 수상한 원저자 마저리 키넌 롤링스는 미국 남부의 전원생활을 그린 작품들로 당대에 이름을 알렸다. <비밀의 강> 역시 1930년대 플로리다 흑인 가족의 식탁에서부터 출발해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노래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이치를 그려낸다. 작가 사후 유작으로 출간되어 이듬해 뉴베리 명예상을 받은 초판에 이어, 일러스트레이터 부부 레오 딜런, 다이앤 딜런이 새로 그림을 그린 두 번째 판본이 2012 볼로냐 국제도서전 픽션 부문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시를 사랑하는 소녀 칼포니아가 사는 마을에 불경기가 찾아온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생선을 팔며 정직하게 살아온 아빠도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 아빠를 다시 웃게 할 커다란 물고기 잡으러 나선 길, 아무도 본 적 없고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비밀의 강'을 향해 가는 길. 칼포니아의 단짝인  강아지 버기 호스가 정답게 동행을 한다. 자연과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 이로울, '정도(程度)'를 지키는 미덕. 최소한의 소유와,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도리를 당부하는 이야기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숲과 나무 풀 꽃 향기가 코 끝을 스치는 듯하다. 메기를 한아름 잡은 칼포니아가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밤길, 작은 소녀의 귀가길을 지켜주는 거대한 숲의 숨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대한 수수께끼를 환상적인 서사로 풀어낸 작품. 욕심을 경계하자는 고전적 주제의 이야기가, 눈부신 재능을 가진 21세기 화가들의 손끝에서 성공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칼포니아는 낚싯대를 챙겨들고 버기 호스와 집을 나섰어요. 알버타 아주머니는 작은 가게 앞에 나와 앉아 있었어요. 아주머니도 아빠처럼 손님이 오지 않아 걱정이 많나 봐요. 생선을 잡지 못하면, 생선 장수도 가난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가난해지거든요. 아주머니네 가게에 손님이 뚝 끊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요.
"알버타 아주머니, 아빠가 가난해지지 않게 제가 낚시하러 가는데요, 연못에서 낚시를 많이 해 봤지만 물고기들이 너무 작았어요. 아주머니는 숲속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분이니까, 어려운 시절이 얼른 지나갈 수 있게 어디 가야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좀 알려 주세요."
알버타 아주머니는 흔들의자를 앞뒤로 움직였어요.
"얘야,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비밀이지만 너에게는 알려 주마. 숲속에는 비밀의 강이 있는데, 커다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단다. 암, 물고기 녀석들이 많이 있고말고! 메기며, 농어며, 모래무지며, 날치들하며! 특히 메기들이 아주 많지."
"비밀의 강은 멀리 있나요?"
"아무도 모른단다."
"그럼 제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어요?" - 본문 15~17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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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도법 지음 / 다산초당

"위로와 힐링은 에어컨 바람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이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다 말하며 위로와 치유를 찾아 사방을 헤맨다. 국민 멘토들은 나름의 처방전을 제시하며 안 그래도 힘든 사람들을 여기저기 몰고 다닌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운동과 생명평화 탁발순례로 잘 알려진 도법은 “위로는 에어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참다운 여름의 모습인 여름 더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그 햇볕 아래서 자라는 생명을 생각할 수 없고 나아가 우리 삶도 가능하지 않을 터, 이런 더위의 존재가치를 가리는 에어컨 바람은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 수는 있지만,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불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이다. 달콤하고 시원한 위로가 여름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착각과 환상에서 벗어나 고통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있는 그대로 보는 걸 방해하는 걸까. 자기 중심의 소유욕, 숫자 중심의 사회적 기준에 빠져 자신의 존재가치를 잊고 소유가치로만 평가하는 왜곡된 시선, 사회구조에 원인을 돌리면서도 사회완성이 아닌 자기완성만을 꾀하는 자기 기만이 우리 존재의 본질과 생명평화의 가치를 가린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면 자신이 변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상을 제대로 보면 모두가 살고자 하는 마음이란 걸 알 수 있다. 도법은 현장 경험에서 얻은 용기와 근성으로 이 둘이 만날 수 있음을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그래야만 나도, 너도, 우리도 살 수 있다고 큰 목소리로 외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인간 몸의 중심이 어디인가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장이나 뇌를 꼽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습니다. 우리 몸의 중심은 바로 고통이 있는 곳입니다. 어딘가가 아프면 그 부위로 모든 신경이 집중됩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나 국회가 아니라 우리 사회 가장 아픈 곳이 중심입니다. 차기 정부는 사회의 중심에 대한 분명한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사회통합도 불가능할 것입니다.(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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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이창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살아남은 자의 슬픔"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창래의 ‘이민자 소설’이다. 이민과 차별이라고 하면 일제강점기와 재일조선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소위 근대화 이후에도 수많은 이유로 국외자의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중 가장 커다란 변수는 전쟁이었다. 참전했던 수많은 이들을 귀국 후에도 열외자로 만들어 버린 베트남전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인간의 최소한의 조직 단위까지 모두 박살낸 한국전쟁이 있었다. <생존자>는 한국전쟁에서 출발한다. 부서져 흩어진 다음에 열외자의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처절한 전쟁과 열외자의 고독은 등장인물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돌아갈 곳이 없이 타지로만 이루어진 별에서 버티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생존자>는 열렬하며 그만큼 슬프다. 자신을 죽이려 들거나 아니면 고통 속에 머물도록 방치하는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본능처럼 사람을 구별 짓고 차별하는 ‘인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생존자>는 머나먼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지금 여기와도 닮아 있다. 구별지어진 다음에 서로를 장악하고 장악 당하는 세계, 끊임없이 분열하고 이동하고 위계를 설정함으로써 항구적인 평화를 제공하지 않는 세계 말이다. 따라서 이 소설의 질문과 절규는 일정 부분 우리의 것이다. 아니, 우리의 것이어야만 한다.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힘이 넘치고 깊이 있으며 도덕적 문제로 가득한, 강박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 이 소설은 쉬운 구원으로 결론을 짓지 않는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참혹한 이야기이며 절망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종종 가슴이 터질 듯한 이야기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육체적, 정신적인 등장인물들의 고통을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은 비상할 정도로 생생하다.
-라이브러리 저널
 
<생존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독자들을 KO시킨다. 아름답고 눈을 뗄 수 없으며 그 날카로움에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용기와 사랑, 충성과 자비에 대한 우아하고도 충격적인 탐구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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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기쁨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죽어서도 꿈꾸고 싶다"
한때 시인은 유명한 편지를 썼다. “내 그대를 사랑함은”으로 시작하는 환희와 열정의 편지. 한때 시인은 당당한 어조로 죽음을 이야기했다.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라고. 세월이 흘렀고, 1930년대에 태어난 시인은 때로 앓고 때로 쓸쓸했다. 죽음을 아는 자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래서 시인은 “사는 기쁨”을 말한다.
 
많은 이가 떠나고 있다.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하는 노년의 삶. 통화 중 이름이 증발하고, 먼저 가버린 자들은 번호만 남기고 이곳에 없다. 그러나 삶의 가을에서 시인은 아직 황홀해한다. “수박씨처럼 붉은 외로움 속에 박혀 살자”고 스스로 다독일 수 있는 삶. “벌레 문 자국같이 조그맣고 가려운 이 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삶이라면 그래도 아직 꿈꿀 수 있기에.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느낌과 상상력을 비우고 마감하라는 삶의 끄트머리가
어찌 사납지 않으랴!
예찬이여, 아픔과 그리움을 부려놓는 게 신선의 길이라면
그 길에 한참 못 미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간간이 들리는 곳에서 말을 더듬는다.
벗어나려다 벗어나려다 못 벗어난
벌레 문 자국같이 조그맣고 가려운 이 사는 기쁨
용서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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