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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
김애란 외 / 문학사상사

"2013 이상문학상의 젊은 선택, 김애란"
2013년 이상문학상을 김애란 작가가 수상했다. ‘80년대 생 작가의 등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약 십 년,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낸 젊은 작가가 이룬 성취다. 수상작은 <침묵의 미래>. 후두암에 걸린 아흔 살 노인의 목에서 마지막을 맞은 멸종 직전의 ‘언어’가 소멸해가는 것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짐짓 발랄하게 우리의 남루한 일상을 이야기하던 작가가 내놓은 묵시록, 시공을 초월한 대담한 이야기가 낯설다. 그러나 자신만의 낱말카드를 가지고 있던 조로증 소년 ‘아름’(두근두근 내인생 중)을 상기한다면, 꾸준히 말에 대해 이야기해온 작가 김애란의 이러한 낯섦이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선작 <누가 해변에서…>에 담긴 능글맞은 유머엔 김애란식 글쓰기의 반가운 맛이, 문학적 자서전에서는 김애란 문학의 현재를 읽을 단서가 담겨있다.

끝없이 달리는 아버지부터 지옥처럼 뜨거운 공장으로 향할 멸종직전의 언어까지, 김애란 문학이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일상은 계속 볼품없었다. 언어는 멸시당하고 문학은 기소된다. 어떤 소녀는 성추행 신고를 했다 무고죄로 몇 년을 모아둔 대학입학금 오백 만원을 내고 (편혜영), 어떤 남자는 “노인이 겪었을 삶은 생략한 채 우아하고 세련되게 단번에 늙어서 감히 나를 어쩌지 못한 이 험난한 세상을 부드럽게 조롱하다 죽고 싶었다” (손홍규)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소설이 있다. 김애란처럼 “한 부족의 언어를 물감으로 풀어 종이로 갓 뜬 듯한 영혼의 무늬” 같은 우주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해주는 작가가 여전히, 우리의 모국어처럼 존재한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언젠가 너무 추워, 신조차도 살 수 없는 행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별 둘레에는 지구에서 쏘아올려진, 누군가의 마지막 꿈과 비명이 메아리쳐 겹겹의 띠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색이 다른 넓적한 고리 위에는 한 부족의 언어를 물감으로 풀어 종이로 갓 뜬 듯한 영혼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고. 우리가 죽으면 그 속에 황색 먼지 또는 얼음 알갱이가 된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미신과 전설은 있다. 내가 죽어 그렇게 차가운 것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그렇게 어딘가에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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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일
하마구치 다카노리 지음 / 김하경 옮김 / 쌤앤파커스

"눈이 내리는 것도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인 '사장'이라는 자리는 사실,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욕 먹는 자리이기에, 돈 있다고 실력 좋다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에 그러하다. 섣불리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외로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책임감,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 모두 '진짜 사장'이라면, 응당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책은 천차만별의 상황에 처한 수많은 사장들의 고충을 상담해온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가 그들의 어려움을 바탕으로 사장이 '진짜 해야 할 일'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아직 사장의 일과 본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연히 꿈만 꾸고 있는 '사장님'들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 사장이라면 마땅히 품어야 할 사명과 더불어 책임을 현명하게 감당케 해줄 지혜를 담았다. 지금 사장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조직의 앞날을 내다볼 통찰이, 사장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사장의 무게를 실감할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하지만 많은 사장들이 이러한 시간의 전환에 서투르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성공에 방심해 눈앞의 이익을 내는 데만 급급하다. 그래서 성공이 지속되지 못한다. 성공을 지속하는 사장이 되려면 '미래'에서 살아가야 한다. 오늘의 수익을 창출하는 일, 오늘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모두 사원에게 맡겨라. 사장의 일은 3년 후에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를 오늘 만드는 것이다. 3년 후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오늘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만 시간을 쓰지 않는가? 3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오늘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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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 비채

"7년의 기다림 끝에 만나는 정호승 산문집"
“날로 치열해지는 이 경쟁사회에서 정호승의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故 박완서 작가가 추천한 전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정호승 시인이 힘들 때마다 되새기며 영혼의 양식으로 삼았던 67개의 ‘한마디’를 담은 책으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76개의 ‘한마디’를 엮은 두 번째 산문집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책에서도 시인의 따듯하고 섬세한 언어로 깨달음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실패’와 ‘고통’, 그리고 ‘자살’에 관한 언급이 자주 눈에 띄는데, 결국 시인은 경험에서 우러난 ‘한마디’를 통해 바로 옆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전작과 더불어 작가 자신의 인생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나지막하게 전하며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북돋아준다.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한마디’에 있습니다! 힘들고 지쳐서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짧은 한두 마디의 말에도 큰 용기를 얻고 삶을 변화시킬 힘을 얻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논리적이고 거창하고 어려운 말들보다는 쉽지만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더 원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따뜻한 언어로 우리의 어깨를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정호승 시인의 글에서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_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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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성적 좋고 성격도 좋은 만년 1등 수영이의 자리를 빼앗아야만 하는 윤아. 쉴틈없이 공부에만 매달리느라 같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행여 한 문제라도 틀릴까 시험을 치를 때마다 숨이 콱 막힌다. 힘들다는 투정 한 마디 뱉을 수 없고 외로움을 느낄 새조차 없는 <시간 가게>의 주인공 윤아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초등학생들의 현실적인 자화상이다. 그런 윤아에게 어느날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데,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의 시간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혼자만이 쓸 수 있는 10분을 얻게 되는 것. 그 댓가로 윤아는 지나온 날들의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씩 반납해야 한다. 입시 지옥에 갇힌 초등학생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스케치하던 이야기는 순간, 위험하고 비밀스러우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스토리로 변모한다.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 안에서 교실 속 십대들의 미세한 심리 변화와  불안, 도취감, 질투와 타인에 대한 관심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늘상 시간에 쫓기고 짓눌려 있는 것 같지만, 아이들의 일상에는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언젠가 행복한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될 이 시간들의 소중함을 부각시키면서, 아이들 그 자신이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함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늘상 반복해서 다루어졌던 것 같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만들어 낸 과도한 입시 교육이 계속되는 한 의미가 있을 이야기다. 신예 이나영 작가가 <시간 가게>로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하며 데뷔를 알린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교실 안 모든 것이 멈췄다. 선생님은 교탁 앞에 서 있는 모습 그대로, 아이들도 연필을 쥔 채 정지해 있었다. 미라는 문제가 잘 안 풀리는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손톱 끝을 입에 문 채 멈춰 있었다. 조금 전까지 학교 앞은 도로 공사를 하느라 시끄러웠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굴착기와 작업을 하는 인부 아저씨들은 물로 먼 곳까지 모든 게 멈춰 있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깨어 있었다.

수영이는 벌써 마지막 문제를 풀고 있었다. 역시 수학 천재였다. 나는 수영이 시험지를 챙겨 자리로 돌아와 서둘러 답을 베끼기 시작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자꾸 주변을 힐끗거리면서. '이번 한 번뿐이야. 한 번뿐이라고.' 베껴 쓰는 손이 떨리는 걸 억누르며 마음속 내가 계속해서 말했다. 십 분이 끝나기 전, 수영이 시험지를 도로 가져다 놓고 얼른 자리에 앉았다. 운동장 몇 바퀴를 뛴 것처럼 숨이 가빴다. 시곗바늘이 멈췄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2교시 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 본문 47~4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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