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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 은행나무

"권력에 맞서자. 선거로 투쟁하자."
이 소설의 제목을 다른 일본 책 어딘가에서 한번씩들 보셨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전래동화 내용이다. 악랄한 원숭이가 착한 게를 등쳐먹고 재산을 갈취한 뒤에 뒤탈이 없게 죽여 버린다. 착하고 순진해 봐야 이용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것밖에 없다는 걸 목격한 게의 새끼들은 복수를 위해 거꾸로 원숭이를 함정에 빠뜨릴 계략을 꾸민다. 원숭이는 죽고 복수는 이루어졌다, 는 것이 이 동화의 내용이다.
 
요시다 슈이치가 3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은 그렇다면 막장 복수극일까. 아니면 계급 투쟁에 관한 우화일까? 그 둘이 섞여 있다고 보는 쪽이 좋겠다. 마음 속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모인 ‘게’와 같은 자들이 하나 둘 모이고 나니, 사실은 세상에 원숭이라는 놈이 있더라는 얘기다. 싸워 이겨야 한다. 보기 좋게 갚아주고 싶다. 악랄한 ‘자본주의-민주주의’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원숭이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선거’다. 우리가 후보를 내고 표를 더 많이 얻어내서 이기자는 얘기다. 이건 판타지인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영영 마음 속에 품어두어야 할 체 게바라적인 꿈인 것만은 틀림없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재기 넘치는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의 마음만큼은 먼 미래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미래를. - 소설 MD 최원호

작가의 말:
지금 보이는 게 아니라, 지금 보고 싶은 것을 썼습니다.
-요시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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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노엄 촘스키, 스티븐 핑커, 에드워드 윌슨 외 지음 / 동아시아

"최고의 과학 실험은 대화다"
다윈이 묻고 답했다. “종(種)은 어디에서 왔으며, 종은 무엇이고, 종은 어디로 가는가?” 이제 과학의 질문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로 바뀌었다. 이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세기의 지성 44명이 모였다. 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진화와 시간 같은 본질적인 물음부터 복잡계와 소셜 네트워크 같은 최근의 이슈까지 각자의 관심사와 전공에 걸친 주제를 두고 갖가지 생각들을 끄집어낸다.

과학 독자라면 무척이나 반길 에드워드 윌슨과 대니얼 데넷, 스티븐 핑커와 레베카 골드스타인의 조합은 물론이고 노암 촘스키가 전쟁을, 영화 감독 미셸 공드리가 꿈에 대해 과학자들과 논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모습들이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각자의 생각을 다듬어온 이들의 대화에서 깊이 있는 통찰과 예상치 못했던 상상력을 즐겁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의 대화야말로 최고의 과학 실험이 아닐까 싶다. 한국판 '사이언스 이즈 컬처'를 기대해본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과 철학자인 대니얼 데넷은 모두 인류를 이해하려면 진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두 사람은 만나기 직전부터 날리기 시작한 눈보라를 무릅쓰고 하버드대학의 비교동물학 박물관 안에 있는 에드워드 윌슨의 연구실에서 만나 신, 진화, 근친상간, 사회적 규범, 이어서 (말할 것도 없이) 개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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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

"성석제 첫 연애소설, 관능의 기록"
입담꾼 성석제가 장편으로는 처음 쓴 연애소설. 고래잡이의 딸에게 첫눈에 반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일필휘지로 그려냈다. 국민학교 입학식,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이미 사랑에 빠졌다. ‘거머리한테 피를 빨리는 것처럼 달콤한 자멸감’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치명적이고 관능적인 한 여인을 향한 짝사랑의 기록은 지린내와 굴욕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무언가에 신들려 있는 것 같았다는 작가의 말대로 몰입도가 높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동해안 어촌마을에서 태어난 한 남자가 야만적인 학창시절을 겪고, 극장에 가고, 데모와 미팅을 하고, 사회인이 되기까지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세대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사랑과 치유, 구원의 서사가 유머러스하고 통찰력 돋보이는 문장으로 유려하게 펼쳐진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너도 머시마라고, 남자라고 거짓말을 막 하는구나. 너희 사내, 남자들, 다 똑같다."
그때 내 입에서 의도하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 우연 같은 필연이, 필연 같은 우연한 선택이,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축적해 둔 에너지가 분출해 운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데 내 인생 전체를 걸 수 있다.
"오늘 우리 참 오래간만에 좋은 대화를 한 거 겉다. 또 만날 수 있겠나?"
내 말에 민현은 나를 빤히 바라다보았다. 네가 그런 자격이 있느냐는 듯이. 나는 모른 척 참고 넘겼다. 나는 바보, 돌대가리니까. 민현은 강하고 잔인했다. 그녀는 신학생이 그랬듯 딱 떨어지는 표준말 억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건 내가 정할게.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몽정을 경험했다. 아찔하면서 감미롭고 감당할 수 없을 것처럼 난감하면서도 황홀했다. 민현이 항상 내게 그런 존재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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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가 온 첫날 밤
헬린 옥슨버리 그림, 에이미 헤스트 글 / 시공주니어

"헬린 옥슨버리가 들려주는 따뜻한 우정 이야기"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가 헬린 옥슨버리와 에이미 헤스트가 들려주는 따뜻한 겨울 이야기. 눈 내리는 어느 밤 헨리는 길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한다. 강아지에게 '찰리 콘'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부엌 한 편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헨리. 낯선 집에서 잠 못 드는 강아지와 그런 강아지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함께 밤을 지새우는 헨리의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헨리와 강아지의 첫날 밤은 부모가 아기를 처음 안았을 때의 설렘이 가득하고, 헨리가 강아지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돌보는 모습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는 바로 그대로이다. 담백하고 서정적인 글과 섬세한 그림이 어우러져,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따스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유아 MD 강미연

책속에서 :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깜깜한 한밤중이었어요.
나는 그 소리가 찰리의 울음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울지 마, 찰리! 울지 마!’
나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가서 두 팔로
찰리를 꼭 끌어안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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