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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걸음
모옌 지음 / 문학동네

"욕망의 다른 이름"
중국 어느 소도시 중학교에서 교사 일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쪽이 과로로 쓰러진다. 그에게 사망 진단이 내려지면서 시에서는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여론이 들끓는다. 문제는 쓰러진 남자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구차에서 깨어난 그에게 교장은 대의를 위해 그냥 계속 죽어있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시내 모든 교사들이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강제로 영안실에 도착한 그는 고민한다. 대의를 위해 희생하느냐, 일단 살고 보느냐? 스토리를 많이 써내려간 것 같지만, <열세 걸음>의 희비극은 이 즈음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뿐이다. 본 게임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열세 걸음>은 블랙 코미디같은 설정으로 시작해서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발걸음을 향해 나아간다. 초반만 읽어 보더라도 그 최종 행선지를 예감할 수 있다. 그런데 발 내딛는 방향은 매번 제각각이다. 쓴웃음을 흘리다가 폭소를 유발하고, 욕망이 사람의 목을 조르는가 하면 어떤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자신이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욕망의 주체는 누구인가? 개인의 욕망과 집단의 욕망, 그리고 '각자'의 욕망이 충돌했을 때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가? 아니, 어쩌면 욕망 자체가 주체는 아닌가? 그렇다면 그 욕망에는 다른 이름을, 마치 생물과 같은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열세 걸음>은 그 자신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욕망의 꿈틀거림을 잘 보여준다. 이런 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의 글: 모옌은 환상과 현실, 역사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을 엮어, 그 복합적인 면에서 윌리엄 포크너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비견할 만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그럼에도 그의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옛 문학과 구전이다. 모옌은 소설만이 아니라 수많은 단편과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에세이를 발표했으며, 사회 비판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이 시대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문학상 수상자 결정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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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사람이 되는 글쓰기라니"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로 호평을 받은 소설가 이만교의 두 번째 글쓰기 강좌가 책으로 나왔다. 제목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를 보면 ‘개구리’가 무슨 말인지 궁금할 텐데, 여기서 말하는 ‘개구리 언어’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다시 말해 부정확하거나 난삽하거나 낡거나 뻔한 표현을 뜻한다. 쉽게 말해 ‘이렇다 저렇다’가 아니라 그저 ‘개굴개굴’ 한다는 말이다. 이런 언어로는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할 뿐 아니라, 상황을 기술하거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다. 이 책은 이런 개구리의 삶을 벗어나, 개구리 공주가 왕자를 만나 사람이 되듯, 사람의 말로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수업의 내용은 크게 셋으로 나뉘는데, 우선 알려진 대로가 아니라 지금 느끼는 그대로를 파악하는 일이다. 다음은 이를 문장으로 옮기는 일이고, 마지막은 이런 문장을 엮어 글로 완성하는 과정이다. 글쓰기 초심자부터 등단을 준비하는 작가 지망생까지 다양한 상황과 층위의 학생들이 마주하는 답답함과 어려움을 세심하게 보듬으며, 구체적인 문장을 통해 개구리가 사람이 되어가는, 비언어가 언어로 만들어지는, 감각이 글로 다듬어지는 글쓰기의 현장을 생생하게 살려내는데,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손과 발이, 그리고 팓과 다리가, 이윽고 몸까지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다음에는 학생들과 나눈 독서토론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위한 책 읽기 공작소>를 전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 동안 더 많은 사람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글쓰기는 매우 기이한 행위다. 글쓰기를 욕망한다는 것은 다만 한 사람의 독자에서 한 사람의 저자로 변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의 욕망은 마이크 건네받듯 간단하게 이루어지지가 않는다. 자신의 생활 스타일 혹은 자신의 정체성까지 모두 변하는 과정을 통해서야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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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마흔, 멈추어 깊이 책을 읽을 때"
무언지도 모를 것에 쫓겨 앞만 보며 달려온 삶. 일일이 따져 묻기엔 너무나 바쁘고 조급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거대한 물음이 서늘하게 등줄기를 훑고 내려간다. '계속 이렇게 달려도 괜찮은 건가?' 시인 장석주가 이 마흔의 삶,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을 때 찾아오는 피로와 고독 그리고 책을 꺼냈다.

저자는 스무 살에 시인이 되고, 스물여섯에 책 펴내는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삼십대에 청담동에 빌딩을 짓는 등 '성공'이란 것을 거머쥔 듯한 그에게 불쑥 질문으로 찾아왔던 마흔을 먼저 고백한다. 이후 <논어>, <그리스인 조르바> 부터 <걷기의 역사>, <서정주 시전집>, <엄마를 부탁해>까지. 국가와 분야를 막론하고 기꺼이 그의 흔들리는 삶에 뛰어들어와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 함께 답을 찾아 준 책들을 담았다. 나는 왜 샤워하면서 노래를 하고, 나만의 고전을 정하고, 친구에게 시를 써 보내거나 더 자주 사랑하지 못 했나. 그는 자신의 실패와 후회를 나누고 싶다고 적었다. 지나간 생의 절반이 흔들림을 느낀다면 멈추어 천천히, 또 깊게 남은 후반생의 길이 되어 줄 서재를 맞이하라고 조언한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마흔은 어느덧 인생의 오후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변변하게 해놓은 일도 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살아왔는데, 돌아보니 벌써, 마흔이다. 그 누군들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게 인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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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가시고기> 조창인의 간절한 목소리"
<가시고기>의 작가 조창인이 싸늘한 계절에 어울리는 소설을 5년 만에 내놓았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 은재, 얼굴없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가 죽음을 원하는 딸 해나를 이십 년 만에 처음 만났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잃고 절망에 빠진 딸, 자살중독자인 친구 미주가 자살을 한 후에도 살아남은 해나는 아직도 죽음을 꿈꾸고 있다. 중년의 말기 암 환자 아버지에겐 자살만이 해결책이라 여기는 딸이 너무 아프다. 꿈과 길을 찾아주고 싶지만 아버지에겐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작은 온기가 사람을 살게 한다. 이백만 독자를 울린 작가의 솜씨가 여전하다. ‘쿨’하지 못한 문장이 뜨겁게 삶을 긍정한다.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아버지와 딸이 시련과 상처를 극복하고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목숨을 걸 각오를 한 뜨거운 사랑이 간절하다. “나 지금 죽습니다.” 소녀의 목소리에 뜨거움으로 응답한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자살. 그 험악한 단어는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국가 차원에서 아예 금지어로 지정해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너무 쉽사리 흔하게 쓰이고 있었다. 날마다 자살에 대한 뉴스가 언론매체에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해나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저 멀리 불빛을 찾아낸 것처럼.
 “나는 스스로를 죽일 수 없단다.”
“죽으려고 했었잖아요?”
“열여섯 살이었다. 너의 엄마는 나에게 약속하라고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 있겠다는 약속. 내가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너의 어머니보다 하루라도 더 살겠노라고, 대답했다. 돌이켜보면 그 약속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이젠 내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구나. 하늘이 준 목숨을 끝까지 잘 지켜낸다고, 참 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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