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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에릭 홉스봄 지음 / 까치글방

"에릭 홉스봄이 남긴 질문과 해답"
20세기를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이달 1일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세기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에,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까지. 그가 남긴 저작은 충분하지만 그가 알리고자 했던, 바꾸고자 했던 세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마침 그의 유작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나왔으니 비로소 혹은 제대로 그의 학문 여정과 역사 인식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방향을 짚어볼 때라 하겠다.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이야기들’이란 부제와 차례를 보고, 최근에 나와 호평을 받은 테리 이글턴의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가 떠올랐다. 이글턴의 책이 현재 통용되는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시도였다면, 홉스봄의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사상적 연원에서 마르크스 당대 그의 삶과 이론의 형성 그리고 이후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전개와 현실에서의 반응을 차례대로 따라간다. 전자가 공시적 이해라면 후자는 통시적 이해로 보고 읽어가면 되겠다.(물론 이 책에는 통시적 접근를 넘어서는 구성과 맥락이 담겨 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등등,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말은 흔하고 흔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하나의 역사서로, 나아가 한 인간의 삶으로 구현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20세기 역사학의 거인 홉스봄도 유작에서야 그 뜻을 이뤘으니 말이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그를 마주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더불어 세상을 바꾸는 몫을 함께 나눈, 살아남은 자로서의 결의를 다진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시장’은 주요한 위기들 사이에서조차 21세기를 마주하는 주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아무런 해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명백하다. 유지하기 어려운 이윤을 추구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무제한적이고 갈수록 기술집약적인 경제발전이 전반적인 부를 창출하기는 하지만, 생산, 인간 노동, 덧붙이자면 세계의 천연자원이라는 갈수록 불가결한 요소들을 희생한 것의 대가라는 사실이 명백하다. 경제적, 정치적 자유주의는 단독으로든 아니면 결합되어서든 21세기의 문제들에 해결책을 제공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마르크스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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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 문학동네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다"
고딕 바르셀로나 콰르텟.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4부작의 세 번째 작품이 <천국의 수인>이다. 어쩌면 앞선 두 작품의 제목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기대작임을 어필하기에는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바람의 그림자>와 <천사의 게임>이다. 그렇다. <바람의 그림자>, 그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시작된 장대한 이야기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앞으로 전진하는 대신에 옆걸음을 걷는다. 새로운 주인공을 앞세워 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 4부작의 수수께끼가 더 벗겨지는 지점은 거의 없다. 미스터리는 더욱 깊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책들의 묘지의 정확한 정체는 (어쩌면 당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 3부는 성급한 팬들에게는 ‘그래서 어쨌다고?’ 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권을 앞두고 점증하는 미스터리는 오히려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하지 않을까? <천국의 수인>은 몇 개의 뇌관을 심어 놓았다. 그러니 다가올 폭발의 예감을 안고 읽어 보시기 바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마르틴, 당신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데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것 같소. 내 확신하는데, 당신이 알지도 못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이들까지 포함해서 말이오. 하지만 날 당신의 또다른 적으로 만드는 실수는 범하지 마시오, 마르틴. 난 그런 불운한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니까. 이곳, 성벽 안에서 나라는 사람은, 쉽게 말하자면 곧 신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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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브레네 브라운 지음 / 북하이브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행복한 은퇴를 위해선 약 10억이 필요하다', '평범한 부부는 주 2회 섹스를 한다', '이혼녀라도 직장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고 연하 남자와 행복한 결말' 등, 미디어에 등장하는 '완벽함' 또는 '평범함'에 대한 묘사는 끊임이 없다. 알려진 완벽함, 또는 평범함에 대한 기준에 따라 품질확인증을 받듯 인생을 점수 매기는 동안, 깊이 숨어 버린 '나'는 서서히 말라간다. 이 책은 어느새 사라진 이 '진짜 나'를 밝히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밖과 단절시키고 억지로 가라앉히는 원인을 '수치심(shame)'에서 찾는다. 문화권을 막론하고 금기시하는 이 감정을 풀어놓으며 뚱뚱해진다는 것, 돈이 없어진다는 것, 똑똑하지 못하거나 리더십이 없다는 것들이 우리를 어디로 어떻게 몰고 가는지 마음의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밝힌다. 수치심이 극단에 달하면 나타나는 우울과 분노, 책임전가, 폭력 등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좌절, 절대기준과의 끊임없는 비교,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벽을 쌓고 남과 나를 분리하는 '단절'의 반복이 우리를 그 곳에 다다르게 한다. 책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당신만이 두려워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히, 아름답고 자유로울 수 있는 법을 담았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문화는 우리에게 수치심을 가르친다. 누가 인기가 있고 누가 인기가 없는지 알려준다. 나면서부터 완벽한 몸매를 갈구하는 사람은 없다. 나면서부터 자기 얘기 꺼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없다. 나면서부터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도 없다. 한 손에는 명품을 들고 한 손에는 등이 휘어질 것 같은 카드빚을 안고 태어나는 사람도 없다. 수치심은 우리 '밖'에서 오는 것이다. ...나면서부터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오직 소속감을 느끼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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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바리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바리데기 그녀,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 부모에게서 버려진 바리데기 공주는 부모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저승으로 떠났다. 바리는 만신이 되어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했다. 수인선이 끊긴 퇴락한 도시, 인천 기찻길 옆에도 바리가 있다. 문을 열면 바로 앞에 기찻길이, 비만 내리면 집 뒤 동산에서 흙이 쏟아져 내리는 곳, 일반적인 세상의 규칙이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는, 자신의 본능적인 감각에 충실한 신비로운 여자. 바리는 산 자가 간절히 죽음을 원할 때, 그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일을 한다.

산파의 약초 냄새, 마른 풀 타는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지는 문장이 신비로운 바리의 모습을 그려낸다. 전통설화 바리데기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변용한 이야기가 소외와 애환, 상처와 고독, 사랑을 말한다. 바리를 돌봐준 산파 할머니도, ‘유리’로 몸을 팔며 가족을 위했던 연슬언니도, 바리의 남편 청하도 바리를 떠나갔다. 죽은 이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바리의 윤리가 애잔한 감동을 준다. <난설헌>이 첫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던 혼불문학상의 두번째 수상작.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나는 연슬 언니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언니는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다고 했다. 언니의 오장을 따뜻하게 만지며 놋대야에 피운 향초가 코와 폐로 스며들게 했다.
 
나는 연슬 언니를 가능한 짧은 시간에…… 천남성과 초오를 섭취하면 독은 세 시간 정도면 몸에 흡수되어 숨을 멈추게 했다. 그동안 위와 폐가 까뒤집히고 속을 토해내고 손톱을 뽑는 고통과 공포가 따를 거였다. 나는 그 시간을 줄여 언니를 가능한 짧은 시간에 고통 없이 인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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