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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정치학
김종배 지음 / 반비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 30대"
한국사회의 혈과 맥에는 여전히 386세대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지만, 문제적 세대는 한동안 88만원 세대의 몫이었다. 그런데 아직 호명되지 않은 ‘그들’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리모델링 세대’다. 시사평론가 김종배는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승자를 만든 무당파층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각종 여론조사 자료와 투표 결과를 뒤적이다 이들을 ‘발견’한다. 386세대로부터는 의식 없는 세대로, 88만원 세대로부터는 호강했던 세대로 불리는 ‘그들’이 일관된 진보성으로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말?’이란 놀라움에 ‘그런데 왜?’라는 궁금증이 더해져, 30대 정치의식의 사회경제적, 정치문화적 배경을 차례로 분석해보니, 신자유주의의 격랑을 가장 먼저 몸으로 겪어내며 깨달은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성과 모순, 민주화 투쟁에 대한 부채의식과 3김 시대의 지역 논리에서 벗어난 개방적인 정치 경향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이들은 여기에 90년대 대중문화로 다져진 팬덤, 놀이, 게임 문화를 접목해 SNS와 같은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연대의 신축적 확장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세대론은 언제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내포한다. 실증적 수치와 구체적 체험을 근거로 든다 해도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하지만 세대론에서 읽어내야 할 건 그들의 속성과 대표성보다는 그로 인해 생겨난 구조의 균열과 새로운 에너지일 터, <건축학 개론>의 승민과 서연이 건물의 리모델링으로 서로를 확인했듯, 이 책이 주목한 '리모델링 세대'로 한국 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의미는 충분하다. 지금은 날 선 비판보다 따뜻한 응원이 필요한 시기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그들’은 정치를 리모델링한다. 정치권이 짜 놓은 판세를 따르지 않고 새로 만들려 하며, 정치권 위주의 구조에 속박되지 않고 새로 짜려고 하며, 정치 리더십을 추종하지 않고 새로 세우려 한다. ‘그들’은 자신을 리모델링한다. 과거의 탈정치 속성을 버리고 정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며, 과거의 ‘놀새’ 행태를 버리고 능동적 유권자로 활동하며, 과거의 무개념 면모를 버리고 진보성을 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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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 소녀
마야 유타카 지음 / 문학동네

"미소녀 탐정의 세계 공격"
왼쪽 눈이 비취색 유리 의안으로 이루어진 미소녀가 무녀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며 탐정 역할을 자임한다. 알고보니 이 소녀의 엄마가 명탐정이었고 딸이 그 뒤를 이었다… 오드아이 천재 미소녀가 등장하는 라이트 노벨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그런데 배경은 이상한 전설이 전해져 오는 시골 마을. 요코미조 세이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의 긴다이치 시리즈 트리뷰트일까?

그렇지 않다. 마야 유타카는 개성 강한 설정을 눌러버릴 정도의 독특한 전개를 숨겨두었다. 신본격 1세대의 출현과 더불어 서술트릭이 유행하고 미스터리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뒤틀기가 자주 시도되었듯, 그 다음 세대인 마야 유타카의 <애꾸눈 소녀> 역시 탐정 소설이라는 규칙 자체를 의심하고 뒤틀고 재구성한다. 욕망하지 않는 관찰자로서의 탐정 대신에 한 명의 인간이 그 자리를 대체할 때, 진실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흥미로운 탐구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다른 작품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마야 유타카의 다음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는 21세기형 미스터리 소설을, ‘신본격 2세대’가 아닌 아예 다른 유파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 - 소설 MD 최원호

이 책의 수상 경력:
제6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11회 본격미스터리대상
2011년 본격 미스터리 BEST 10 1위
 2011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BEST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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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부탁
송정림 지음 / 예담

"<감동의 습관>의 저자 송정림이 전하는 ‘행복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감동의 습관>을 펴낸 송정림 작가가 신작을 출간했다. 전작 <감동의 습관>에서 예술과 풍경, 일상과 사람들 속에서 놓치기 쉬운 감동의 순간들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눈으로 포착하여 감성의 언어로 전해주었다. 이번 신작은 작가가 시한부 인생을 가정하여 사랑하는 이들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는 심정으로 집필했기 때문에, 더 큰 간절함을 담아 ‘행복의 습관’들을 조곤조곤 알려준다.

<사랑하는 이의 부탁>에서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한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을 다양한 책 속의 좋은 글귀들을 통해 편안하게 전한다. 삶의 여유, 기쁨, 아름다움,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살아가는 힘을 불어넣어주는 잔잔한 에세이로, 감성의 글과 잘 어우러지는 따뜻한 일상의 풍경 사진들을 곳곳에 수록하여 온기를 더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사랑을 두려워하는 그에게 사랑의 아름다움을, 현실을 절망하는 그에게 내일의 희망을, 행복을 갈망하는 그에게 순간의 기쁨을, 급하게 서두르는 그에게 시간의 여유를, 인생이 힘들다는 그에게 삶의 철학을, 관계가 두렵다는 그에게 인연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은, 사랑하는 이의 간절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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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모비딕

"닫힌 밀실을 열며"
<점과 선>에 카리스마 넘치는 탐정이나 형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연쇄살인범처럼 이해할 수 없는 악마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거기에는 연민도 감상도 비아냥도 없다. 형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은 들키지 않기 위해, 희생자들도 배후의 인물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것뿐이다. 여기에 디테일이 추가되면서 <점과 선>은 더욱 빛난다. 1인 식사 영수증에서 시작되는 추론처럼 사건과 연관된 것도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사건과는 관계없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장면들이 점점이 드러나 있다. 이는 다른 미스터리 소설에서 쉽게 발견하기 힘든 독특한 생동감이다. <점과 선>의 인물들은 위력이나 매력으로 독자들을 낚아 올리는 대신에 일상의 디테일을 통해 독자들의 곁에 서는 쪽을 택한다. 우리 곁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밀실의 문을 완전히 열어젖히고 세상을(혹은 독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점과 선>은 일종의 혁명이었다. 그리고 모든 혁명의 이상이 그러했듯, 지금도 유효한 걸작으로써 완벽히 작동하고 있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내가 이렇게 병상에 앉아 나의 여윈 손가락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국의 여러 지방에는 일제히 기차가 정차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인생에 따라 기차에 타거나 혹은 내린다. 나는 눈을 감고 그런 정경을 상상한다. 그러다 보면, 그 시간에 각 선의 어느 역에서 기차들이 교차하는지까지도 발견한다. 무척 즐겁다. 기차가 교차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필연이지만, 타고 있는 사람들이 공간적으로 교차하는 것은 우연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여러 고장에서 펼쳐지는 스쳐 지나가는 인생을 한없이 공상할 수 있다. 타인의 상상력이 만든 소설보다도 자신의 공상이 훨씬 흥미롭다. 꿈이 떠다니는, 고독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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