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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김연수의 말, 아름답고 섬세한 희망" 스물여섯 카밀라 포트만은 자신의 이름이 '카밀라'인 이유를 진남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동백(Camellia)꽃밭 앞에서 자신을 안고 있던 열일곱 소녀의 사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세계가 우리 생각보다는 좀 더 괜찮은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진(1988)'을 따라 그녀는 생후 6개월, 백인 가정에게 입양된 카밀라, 혹은 정지은의 딸 정희재의 흔적을 진남에서 발견한다. 정지은이 다녔다는 진남여고의 열녀문 앞에서 그녀를 대하는 진남 사람들은 묘하게 적대적이다.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 김연수의 장편소설. 소설은 '아름다운 진실'을 찾기 위해 카밀라 혹은 희재의 말, 지은의 말, 우리의 말, 또 희재의 말을 듣는다. 시점을 넘나들며 개개인의 고통의 서사를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이야기는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이 크레인 위 울고 있는 가장을, 검모래에서 태어난 아기를, 한 기업의 몰락을, 바람 소리의 비극을 교차시킨다. 에밀리 디킨슨, 서정주, 페터 한트케, 혹은 정지은의 문장을 만나면 심연처럼 겹이 많고 다채로운 불행을 읽기 위해 머뭇거리고 만다. 그러나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어떤 불행은 '매서운 폭풍에도 굴하지 않고/그 작은 새는 수많은 이들을/따뜻하게 지켜주리니.' 그리하여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무척 아름답게 읽힌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하지만 개인의 불행은 건기나 우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곳 방글라데시에서 저는 수많은 개인사적인 불행을 만났습니다. 불행이란 태양과도 같아서 구름이나 달에 잠시 가려지는 일은 있을망정 이들의 삶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불행을 온몸으로 껴안을 때, 그 불행은 사라질 것입니다. 신의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그 길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