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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 강지은 옮김 / 동녘

"고독할 여유조차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란 제목을 보고 문득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떠올랐다. 후자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인문학 카운슬링이었다면, 전자는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대한 고발과 상처가 났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이 세계를 떠다니는 개인에 대한 조언이라 하겠다. 근대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잘 알려진 사상가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면, 한 달에 문자메시지를 3000개씩 보내는 10대 소녀와 카드대금을 또 다른 신용카드로 돌려 막는 대학생에게 어떤 말을 전할까. 콕 집어 나에게 보낸 편지는 아니지만 몰래 열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바우만은 이탈리아 여성 주간지에 이 편지들을 띄웠는데, 트위터, 인스턴트 섹스, 프라이버시. 신종 플루, 건강 불평등 등 개인의 생활을 구성하는 동시에 세계의 변화를 증명하는 현상들을 폭넓게 다룬다. 애초의 독자 대상과형식으로 볼 때, 바우만을 모르는 이들도 비교적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겠다(하지만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그의 시선은 대체로 비관적이지만 몇몇 가능성도 남겨둔다. 우선 44편의 편지에서 숫자 ‘44’는 폴란드에서 자유에 대한 경외감과 희망, 그리고 자유의 도래를 뜻한다. 또한 마지막 편지에서 카뮈를언급하며 반란과 혁명, 자유를 향한 노력들이야말로 인간의 실존에 필연적인 측면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실존, 고독, 자유로 이어지는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듯도 하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하라는 명령에 의해 우리는 그 누구에게 지속적으로 헌신하는 관계를 만들고 가꿀 수 없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지속적인우정’이 아니라 ‘획득하게 되는 그 순간’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든 관계가 일시적이고 임시적이 된 소비사회에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 중의 하나인 바우만의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엄기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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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가는 노래
진은영 지음 / 창비

"옳고도 아름다운 세상, 진은영의 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과 같은 아름다운 시집을 선사했던 진은영의 세번째 시집. ‘봄, 놀라서 뒷걸음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와 같은 낯설고, 선명하고, 감각적인 문장이 멀고 아름답고 귀한 세계에 관해 읊조린다. 기형도에게, 김진숙에게, 여동생에게, 가난한 아가씨에게, 만국의 연인들에게….

시인 심보선의 말대로 진은영의 단어들을 작은 돌처럼 주머니 안에 넣고 다닌다면 가난한 시민도 슬픈 시인도 행복할 수 있으리라. 우리의 현실은 엄혹하지만, 시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기에. ‘이 삶은 어리석게도 금잔화를 망치로 내려치려’ 할 때도, 시는 ‘위생학의 대가인 당신들이 손을 뻗어 사랑하는 나의 이 천부적인 더러움’에 대해서까지 말할 수 있기에. 우리가 말해야 할 ‘무엇’에 관해, 다른 누구보다 ‘어떻게’ 말할 줄 아는 시인 진은영. 201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그 머나먼> 등 50편의 시가 우정을 선사한다. - 소설.시 MD 김효선

책속에서 :
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

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상처들에서

연필보다 망치가 좋다, 지우개보다 십자나사못
성경보다 불경이 좋다
소녀들이 노인보다 좋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책상에서
분노에게서
나에게서

(그 머나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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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전성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이런 위인전이라면 비로소 추천할 만하다"
어린 시절 위인전은 아이들의 꿈을 지배하고, 이 목록에 꼽힌 인물들은시대를 표상한다. 위인전의 변화가 시대만큼 빠르진 않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문화예술인과 여성이 비중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100년후 즈음에는 어떤 직업군이 대세를 이룰까? 확언할 순 없지만 아마도 기업인이 아닐까 싶다. 이건희까지는 몰라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지금도위인의 반열에 꼽히기도 하니 말이다.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이자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로 잘 알려진 전성원의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이런 맥락에서 한 발 앞선 기획이라 하겠다.

이 책은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 월마트로 유통혁명을 일으킨 샘 월튼, (이제는 손녀가 더 유명해졌지만)호텔의 제왕 콘래드 힐튼 등 현대 일상생활을 형성한 열여섯 명의 기업가를 다룬다. 단, 이들의 업적을 칭송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 이면에서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들이 만들어낸 물건이나 문화가 당대를 어떻게 바꾸고 지금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꼼꼼한 디테일로 끄집어내 선명한시선으로 그려낸다. 개인의 치부를 드러내는 삐딱함이라 오해할 필요는 없겠다. 박권일이 추천사에서 밝혔듯, 이 책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은 인물들의시도들조차 더 큰 시대적 변화에 삼켜지게 된다는 사회사의 맥락을 충실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위인전이라면 비로소 추천할 만하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날 보고 별 걸 다 기억하는 역사학자라 하지만, 전성원은 그런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꼼꼼한 디테일을 가졌다. 전성원은 자신이 태어나던 해 세상을 떠난 전태일의 “나는 돌아가야 한다”라는 다짐을 잊지 않고, 바람구두를 신고 근대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지적 방랑 중에 발견한 그 엄청난 디테일을 지금 이곳에 살아서 펄펄 뛰게 부려놓는 재주와 내공을 갖고 있다.(한홍구,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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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의 인생, 사랑 그리고 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가 소설, 에세이보다 난해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서문에서는 그 이유를 중.고교 시절 시험을 위해 시를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상징, 은유, 직유, 주제, 구성, 감정이입, 시적 화자… 시를 괴롭히고, 시를 읽는 사람들을 괴롭힌 단어들 때문에 시는 어려운 것,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인식돼버린 것이다.

시인 정호승.안도현.장석남과,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시와 사랑에 빠졌던 청춘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인생, 사랑 그리고 시에 관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시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로 안내한다. 네 명의 산문을 모은 이 책은 그들 각자가 사랑에 빠졌을 때란 타이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유로운 형식의 글에서 그들이 오랫동안 연모해온 시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개인적인 삶과 연관시키면서 자유롭고 재미있게 시를 읽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네 명 문인들의 다양한 빛깔의 인생이 녹아 든 시의 세계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렵게만 생각했던 시를 편하고 쉽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물이 불어 물 위에 뜬 불빛들도 불었습니다. 물이 불고 물에 뜬 불빛들이 불어난 만큼 내 안의 당신 또한 그만큼 불어난 듯합니다. 당신은 빛이 되어 거기 있는 듯했습니다. 빛 속에 숨어 있는 듯했습니다. 강에 나가면서 천천히 걸으며 내가 바라본 것은 당신과 걸었던 길이며 당신과 앉았던 자리들이었습니다. 당신의 팔과 내 팔이 부딪친 곳은 어디쯤일까 헤아려보기도 했고 그 헤아린 자리쯤의 하늘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위에 와 있는 별빛들이 혹 있을까 해서였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둘러본 다음 다시 당신과 앉았던 자리로 와 앉아 강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사무침 같은 게 있었던 것이 확실합니다. 당신이 간절히 보고 싶었습니다. 사무침이라는말이 처음 실감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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