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product/1715/87/cover/893643392x_2.jpg)
![자세히 보기](http://www.aladin.co.kr/img/blog2/thisweek/book_go_2.gif) ![장바구니에 담기](http://www.aladin.co.kr/img/blog2/thisweek/basket_go_2.gif) |
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사랑, 상실, 고독, 그리고 은희경" 여자 ‘류’의 인생은 매혹에서 시작되었다. 공중전화 앞 어머니에게 매혹된 아버지. 그는 금세 다른 매혹을 향해 떠났고 어머니는 긴 시간 동안 생활과 고독을 감당했다. 남자 ‘요셉’이 그런 류에게 매혹된 때가 있었다. 매혹이 끝에 다다랐을 때, 류는 불현듯 요셉을 떠났고, 그 후 요셉은 한층 더 냉소적인 인간이 되었다. 관습과 패턴을 비웃고, 주변 모든 것을 분석하고 비웃는 게 그의 일이다. 매혹이 스러진 세계에서, 한물 간 소설가 요셉은 자신에게 악의를 품은 옛 제자 이안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류를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사랑만 있는 세계에서, 이들의 고독은 공명할 수 있을까. 은희경 특유의 섬세한 아포리즘이 좀처럼 책장을 넘길 수 없게 한다. 서사를 따라 읽어도 좋고, 심지어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 내려가도 좋다. 사랑과 상실, 그리고 고독에 관한 빛나는 통찰. “요셉은 낭만적인 시인들이 우리 삶 어딘가에 있다고 노래하는 미완의 위대한 사랑 같은 건 믿지 않았다. 그것은 거짓 위안일 뿐이다. 하지만 거짓된 세상에서 거짓 위안을 거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177쪽)” 같은 문장을 만나면, 이 매혹적인 문장과 함께라면 고독하고도 태연하게, 인생이 흘러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가장 은희경다운 은희경의 장편소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그 침전물이 고통이 아니라 고독이었다는 걸 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가난한 유학생이 외국인의 입주 가정부가 되어서 창밖을 바라보며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어떤 여름 오후. 스러지는 햇빛 아래 나무의 긴 그림자가 마치 자신의 인생의 퇴락처럼 힘겹게 빛과 모양을 유지하려 애쓰며 바래가던 날, 어머니는 자기 앞에 다가와 있는 상실의 세계를 보아버렸다.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틀을 지켜야 하고 더 이상 동의하지 않게 된 이데올로기에 묵묵히 따라야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세계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세계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 상실은 고통의 형태로 찾아와서 고독의 방식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어머니는 어두운 극장의 의자에 앉아서 모든 것이 흘러가고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