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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사랑, 상실, 고독, 그리고 은희경"
여자 ‘류’의 인생은 매혹에서 시작되었다. 공중전화 앞 어머니에게 매혹된 아버지. 그는 금세 다른 매혹을 향해 떠났고 어머니는 긴 시간 동안 생활과 고독을 감당했다. 남자 ‘요셉’이 그런 류에게 매혹된 때가 있었다. 매혹이 끝에 다다랐을 때, 류는 불현듯 요셉을 떠났고, 그 후 요셉은 한층 더 냉소적인 인간이 되었다. 관습과 패턴을 비웃고, 주변 모든 것을 분석하고 비웃는 게 그의 일이다. 매혹이 스러진 세계에서, 한물 간 소설가 요셉은 자신에게 악의를 품은 옛 제자 이안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류를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사랑만 있는 세계에서, 이들의 고독은 공명할 수 있을까.
 
은희경 특유의 섬세한 아포리즘이 좀처럼 책장을 넘길 수 없게 한다. 서사를 따라 읽어도 좋고, 심지어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 내려가도 좋다. 사랑과 상실, 그리고 고독에 관한 빛나는 통찰. “요셉은 낭만적인 시인들이 우리 삶 어딘가에 있다고 노래하는 미완의 위대한 사랑 같은 건 믿지 않았다. 그것은 거짓 위안일 뿐이다. 하지만 거짓된 세상에서 거짓 위안을 거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177쪽)” 같은 문장을 만나면, 이 매혹적인 문장과 함께라면 고독하고도 태연하게, 인생이 흘러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가장 은희경다운 은희경의 장편소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그 침전물이 고통이 아니라 고독이었다는 걸 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가난한 유학생이 외국인의 입주 가정부가 되어서 창밖을 바라보며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어떤 여름 오후. 스러지는 햇빛 아래 나무의 긴 그림자가 마치 자신의 인생의 퇴락처럼 힘겹게 빛과 모양을 유지하려 애쓰며 바래가던 날, 어머니는 자기 앞에 다가와 있는 상실의 세계를 보아버렸다.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틀을 지켜야 하고 더 이상 동의하지 않게 된 이데올로기에 묵묵히 따라야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세계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세계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 상실은 고통의 형태로 찾아와서 고독의 방식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어머니는 어두운 극장의 의자에 앉아서 모든 것이 흘러가고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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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가난은 범죄입니다. 감출 수도 없지요"
한 국회의원이 하루 최저생계비 6,300원으로 황제 같은 하루를 보낸 일을 기억하는가. 가난과 불평등 문제를 불성실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웃지 못할 사건이다. <긍정의 배신>에서 자기계발서와 긍정주의의 폐해를 유쾌하고 예리하게 드러낸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3년에 걸쳐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월마트 매장 직원으로 일하며 최저 임금에 가까운 돈으로 먹고 자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경기 호황기라 일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순탄치 않았다. 게다가 저임금 노동자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지갑뿐 아니라 감정, 생각, 존엄성까지 빈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경기는 바닥을 쳤고 삶의 끄트머리에서 안간힘을 쓰던 이들은 경계 바깥으로 밀려났다. 노숙자와 빈민을 단속하는 법안이 생겨나고 복지는 여전히 권리가 아닌 시혜에 머물러 있다. 그는 뻔한 정책 제안이나 의식의 전환을 답습하지 않는다. 1%의 책임 뒤에 숨어 안온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당신의 안온함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서 있는가를, 그들의 고통과 우리의 특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절절하게 들려준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특유의 공감 능력은 그들과 저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전하기에 충분하다. 단, 의식의 전환과 행동의 변화를 착각하면 곤란하다. 이 책이 미국에서 150만 부가 팔리고 600여 개 대학에서 필독서로 선정되었지만, 지난 10년은 그렇게 흘러오지 않았던가.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르포르타주이면서 르포르타주 이상이고, 사회 분석이면서 사회 분석 이상이고, 소설은 아닌데 소설처럼 흥미롭다. 무섭도록 예리하고 매혹적인 선동이다.(김선우, 시인)
놀라운 오디세이. 에런라이크는 어떤 현재의 작가도 하지 못한 일, 자신의 유일한 자산인 노동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는 일을 해냈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일 뿐 아니라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브라보!(스터즈 터클, <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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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카운터스
밥 루츠 지음, 홍대운 옮김 / 비즈니스북스

"숫자와 데이터로 기업을 망치는 사람들"
숫자와 데이터로 기업의 모든 것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을 우리는 '빈 카운터스 (Bean Counters)'라 부른다. 직역하면 '콩 세는 사람'으로, 기업의 재무나 회계 담당자를 일컫는다. 경영에 있어 정확한 회계와 경리는 필수지만 한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최고를 따지기보다 '콩 세는 사람'에 휘둘릴 때 결국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이 책이 내세운 기업, GM은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파산보호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던 GM에 복귀한 저자, 밥 루츠의 '숫자놀음꾼'과의 사투기다. GM에서 시작해 BMW, 포드, 크라이슬러 등을 거친 이른바 '자동차 업계의 전설'인 그가 돌아온 이후 약 10년간 GM을 다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드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긴 전투의 핵심은 결국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린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최고로 멋진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보다 제조비용 절감, 조립시간 단축, 부품 재활용률 등을 더 중요시 할 때, 그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47년간 자동차 분야에 종사한 '진정한 디트로이트맨'이 풀어놓는 자동차 업계의 역사와 GM의 거짓말 같은 몰락기 그리고 재생기가 눈을 떼기 힘들만큼 흥미롭고 매끄럽게 펼쳐진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나는 GMC의 XUV 모델을 보면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눈에 내가 중단시키고 싶었던 이 희한하게 생긴 모델은 GM의 중형 SUV섀시를 기반으로 해서 길이를 좀 더 늘린 차였다. 이 차는 GM의 몇몇 똑똑하신 분들이 앞으로 신차의 40퍼센트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고 목표치를 정해 놓았기 때문에 나온 실패작이었다. ...모든 목표를 수치로 정해 놓는 GM의 고질병이 문제였다. ...그 결과 단지 원칙에 부합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차들이 개발되었다. 결론적으로 XUV는 완전 이상한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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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더글라스 케네디의 더욱 커진 야망"
<빅 픽처>, <위험한 관계>, <모멘트>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 1940년대에 시작해 오늘날까지 장장 60여 년의 세월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한 여인의 만남, 사랑, 이별, 재회, 화해, 용서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그 스케일이 더 커졌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작가로서의 야심을 품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장점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근래 출간된 연대기 형식의 소설 중에 <행복의 추구>는 가장 쉽게, 빨리 읽힌다.
 
2대에 걸친 이 소설의 화자는 두 사람이다. 1940년대의 화자인 새러 스마이스와 21세기의 화자 케이트 말론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60여 년 동안 한 줄기로 이어져 있었다. 새러 스마이스가 사랑한 남자 잭 말론이 케이트 말론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소설 내용은 서로 얽힌 두 가정의 이야기에 국한되지만 전후 미국사회를 관통해온 역사적 사건, 정치이념의 변화, 윤리의식과 문화의 변모가 개개인들의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 본다. 결국 개개인들의 삶이 역사와 사회현상으로부터 무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앞서도 말했듯 무겁게 가라앉지 않고 편히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임에는 변함이 없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확실히 ‘읽는 즐거움’을 위한 장치들을 잘 알고 있다. 뻔하지만 뒤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오랜 공식들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의 글 :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전개, 전율을 멈출 수 없는 결말 -<옵저버>
한 여자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은 위대한 이야기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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