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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김영사

"신화는 재미있고 종교는 믿을 만하지만, 진실은 과학에 있다"
우리 시대 가장 논쟁적인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신작이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이란 제목은 얼핏 보면 도킨스와 어울리지 않는다. 엄청난 자료와 치밀한 논증으로 비과학적 설명들을 단박에 깨부수고 과학의 우월함을 입증하는 투사의 모습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이만큼 도킨스다운 표현도 없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다 과학의 방법으로 드디어 알아낸 사실, 그 사실이 진정 현실이라니 인간에게(라 적고 도킨스라 읽는다) 이만큼 가슴 뛰는, 마법 같은 현실이 있겠는가.
 
이 놀라운 과학의 현장을 전하기 위해 도킨스는 특별한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인간, 사물, 태양, 무지개, 우주 등등 전공 분야인 생물학을 넘어 과학의 다채로운 현장을 폭넓게 다룬다. 각각의 주제는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우선 신화와 종교가 어떤 식으로 답했는지 살펴보고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보여주며, 전자는 재미있지만 진실은 후자에 있고 이 진실이 어떤 마법이나 기적보다 마법 같은 ‘현실의 마법’이라 말한다. 더불어 거의 모든 쪽을 가득 메운 일러스트는 현실의 마법을 더욱 경이롭게 만들어준다.
 
도킨스는 이번 책에서 절정의 노련함을 뽐낸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을 아우르는 설명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최신의 깊이 있는 과학 논의를 절묘하게 섞어낸다. 비과학에 맞선 창끝의 날카로움을 잠시 거두고, 과학의 세계 자체를 드러내는 유연함과 자신감이 돋보인다. 아, 생각해보니 도킨스도 어느덧 일흔이 넘었다. 도킨스가 다다를 과학의 경지가 어디일지 다시금 궁금해지는 이번 책이다.
 - 과학 MD 박태근

책속에서 :나는 현실 세계에도 마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현실이기에 더 마법적이고, 우리가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에 더 마법적이다. 현실이야말로 가슴 뛰는 마법이다.(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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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창작과비평사)

"<몽실 언니> 100만 독자와 만나다"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목숨을 이어 갈 삶이라는 전쟁으로 더 많은 괴로움을 겪는다. 총알이 날아오는 전쟁이 그친 후에도 계속되는 비극. 생존을 위한 혹독한 댓가를 치러내는 한 소녀의 성장기를 따라가는 것은,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체험이다. 극심한 가난과 이념 갈등이 한반도를 집어삼킨 6.25 이후,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세상에 짓밟히지 않고 인간다움을 잃지 않았던 위대한 인물의 초상 앞에 한없이 숙연해진다.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오늘의 세상을 부끄럽게 한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아야 했는가?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함께 통일이 되어 살았으면'하는 작가의 염원과, 고통스럽게 살아온 전쟁의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위로가 깃든 작품이다. 6.25 배경으로 한 대표적 우리 문학 작품 중 하나로 1984년 출간되어 100만 독자와 만났다. 이를 기념하여 출간된 2012년 개정판에 이철수의 새로운 목판화 27점이 수록되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사람들은 다시 옛날처럼 오순도순 살고 싶었다. 꼭 나쁜 꿈만 같은 전쟁을 빨리 잊어버리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자꾸 불행을 만들었다. 남주네 아버지, 박 씨 아저씨가 지서에 끌려갔다. 하루아침에 딴 세상이 된 마을에 더 큰 슬픔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홰나무 집 김 씨 아저씨도, 삿갓 집 윤 씨 아저씨도 끌려갔다. 며칠 뒤 아이들은 모두 이상한 흉내를 내고 있었다. "땅 콩!" 하고는 목을 쑥 빼면서 혀를 내밀고 죽는 시늉을 했다. 잡혀간 어른들이 모두 그렇게 총에 맞아 죽었던 것이다. 까치바위골 앵두나무 집 할아버지도 이번엔 기어코 돌아오지 못했다. 돌아온 것은 가마니때기에 둘둘 말려 온 할아버지의 시체였다.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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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오영욱 글.그림.사진 / 페이퍼스토리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베스트 여행작가로 여러 권의 여행에세이를 선보여온 오기사가 이번에는 건축 이야기로 독자들 앞에 섰다. 그간 펴낸 책 곳곳에 도시와 건축을 언급한 경우는 있어도, 전문가다운 면모를 드러내고 자신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다룬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번 새 책은 오기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 서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느슨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다채로운 면면들을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 총 8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신사동 가로수 길, 종로 거리, 서울 광장, 고궁과 미술관, 아파트 등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일상의 공간들은 오기사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의해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오기사가 마련한 여행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서울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서울에 관한 여행, 역사, 문화, 일상, 건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따뜻한 산문집을 통해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의 글 :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오기사가 자신의 집에 나를 초대한다. 여행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에 과장을 더하지 않았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거대 도시 서울에 대한 마음의 온도를 전해준다. 오기사의 체온을 생각해본다. 서울을 대하는 그의 체온은 약간은 따뜻하고 어느 정도 관조적이고 어느 정도 무심하고 한편 냉정하다. 오기사의 서울에 대한 체온은 온도를 잴 때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모습을 닮았다. 서울이 표준체온을 말하기 힘든 도시임을 그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래도! 서울을 좋아하기로 정한 오기사가 보여주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마지막 연인으로 결정한 친구의 단단한 고백 같아 기쁘게 축원해주고 싶다. - 정재은 (‘말하는 건축가’ 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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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소희의 방> 이금이 작가가 말하는 엄마와 딸"
<유진과 유진>, <소희의 방> 등의 작품으로 사랑 받아온 이금이 작가의 신작 장편. 팬픽을 쓰며 ‘팬질’만이 즐거움의 전부인 딸 다인, 한때는 문학소녀였지만 이제는 신기루처럼 사라져가는 젊은 날의 기억을 애틋하게 추억하는 엄마 숙희. 엄마는 냉소적인 딸에 상처받고, 딸은 엄마를 ‘주책’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여고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난 6일간의 몽골 사막 여행을 계기로 엄마와 딸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와 애정임을 깨닫게 된다. 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1부, 엄마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2부를 따라가노라면 딸이 자라면 엄마가 된다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실이 마음을 울린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신기루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 한국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연 <푸른도서관> 시리즈의 50번째 권이기도 하다. -  청소년 MD 김효선

책속에서 :
생각보다 좋다, 잘했다, 이제 잠자리 불편하면 힘들더라. 다인이는 엄마 따라와서 호강하네, 니들끼리 다닐 때는 불편한 데서 자 보고 거친 것도 먹고 해야 하는기다, 고생해야 성장한다 아이가. 아줌마들의 대화상대가 갑자기 나로 바뀌었다. 아줌마들은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문득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 자신들이 어른이라는 사실도 함께 깨닫고는 체통을 되찾겠다는 듯이 갑자기 근엄해졌다. 하지만 만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줌마들의 유치한 모습을 바닥까지 봐 버린 내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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