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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지음 / 부키

"키운다던 파이는 누가 먹어 치우고 있는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장하준이 돌아왔다. 이번엔 정밀 진단을 위해 셋이 함께다.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2005년 <쾌도난마 한국 경제>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난 이들의 거침없는 직설이 다시 시작됐다. 세 사람은 경제 현안에 대해 애매하거나 멈칫거리는 일 없이 명쾌한 해석과 처방을 내놓는다. 그 칼날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 동안 벌어진 주요 사건들, 이를테면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진보의 착각, 리먼 사태, 부동산 거품, 재벌 해체, 신자유주의 포퓰리즘 거기에 청년 창업까지, 두루 다루면서도 면면이 날카롭다.

대립과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우리 사회, 지금의 선택에 따라 10년 뒤, 50년 뒤의 모습이 결정 되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우리에게 과연 가능한 선택지는 무엇일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저자는 이 책이 그 방향을 보여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오늘 우리의 경제 현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보여 주는 책인 동시에 앞으로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그리하여 공은 다시 독자에게로 넘어간다. 과연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장하준_저는 복지가 반(反)경제적이고, 반(反)생산적이라고 말하는 분들께 여쭤 보고 싶은 게 많아요. 만약 그렇게 복지가 나쁘다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이 제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죠?... / 이종태_반(反)복지파들은 그런 문제에도 정확한 답을 내놓던데요. 스웨덴은 우파가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라고요. / 장하준_...자칭 우파라는 스웨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비장한 어조로 '지금 스웨덴의 조세 부담률은 50퍼센트나 된다. 너무 높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결론이 예상밖이었어요. '그래서 45퍼센트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스웨덴 우파를 한국에 데려오면 보수 세력은 아마 빨갱이라고 욕하지 않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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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정민 지음 / 김영사

"정민 교수가 찾아낸 고전의 바늘 끝"
사자성어는 네 글자에 응축한 삶의 태도이자 세상에 대한 사유의 결정체다. 각각의 글자에 담긴 생각의 깊이, 글자 사이사이를 잇는 시간의 폭이 만만찮다.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새롭게 만들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다면 사자성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전학자 정민 교수는 옛 것을 빌어 지금을 말하고, 옛 글에 비추어 오늘을 읽어낸다. 물론 우리도 이쯤은 할 수 있다.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치라는 습정투한(習靜偸閑)을 보면, 정신없이 바쁜데 한 일은 없는 내 삶이 떠오른다. 모든 재앙은 입에서 비롯한다는 의미의 화생어구(禍生於口)를 보면 말 실수로 일을 그르쳐본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문제는 읽을 때뿐이라는, 금세 잊는다는 데 있다. 달아났던 마음을 잠시 돌려세우는 데 그치니 읽고 또 읽어도 삶이 바뀌지 않는다.

정민 교수는 군더더기를 찾기 힘든 간결한 문장에 날카로운 사유를 담아 흐트러진 생각에 ‘일침’을 놓는다. 생각을 잡아둘 뿐 아니라 막힌 생각까지 뚫는 ‘정문일침’ 말이다. 마음, 공부, 사물, 세상으로 이어지는 100개의 바늘 끝이 답답한 마음부터 복잡한 세상까지 차례로 풀어주길 기대한다. 곁에 두고 때때로 읽어야 마땅한 책이다.
 - 인문/사회과학 MD 박태근

추천사 : 나는 저만치 던져두고, 사람들은 세상을 위해 싸운다. 사생결단하고 싸운다. 잃어버린 나를 어디서 찾을까? 달아난 나와 어디서 만날까? 똑바로 보고 올바로 살고 싶은데 세상은 진흙탕 속, 먼지 구덩이다. 혀는 칼이 되고, 말은 독침이 되어 여기저기서 날아와 박힌다. 정신도 덩달아 몽롱하다. 이럴 때 정문일침이 필요하다. 그 한 바늘 끝에 막혔던 혈도가 풀린다. 달아났던 마음이 화들짝 돌아온다.(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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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북스피어

"귀신은 내 마음이고, 사람은 내 마음이고, 세상은 내 마음이니까"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서양의 마더 구즈나 일본의 괴담 이야기들을 분석하는 학자들은 그 이야기들이 구전되는 계층의 욕망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감각적 욕망에서부터 계급적 열망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투영시킨 전래 민담은 그 자체로 이야기하는 사람 혹은 해당 시대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정확한 원전이 없이 ‘말하는’ 구전 이야기는 ‘나는 무엇을 꿈꾼다’는 고백인 셈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수많은 내용으로 변형되어 구전된 모습은 그 갖가지 꿈들의 타래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고 싶지 않았는가. 따라서,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집 <흑백>은 그 고백에 주목한다. 저택 한 켠의 바둑 두는 방에서 누군가는 말하고 누군가는 듣는다. 으스스한 내용의 괴담이 말하는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듣는 사람은 거의 말이 없고, 약간의 질문을 하거나 맞장구를 칠 뿐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괴담의 껍질이 벗겨진다. 말하던 사람은 자신의 괴담이 일종의 고백이었음을 깨닫고, 듣는 사람은 그들의 숨겨진 열망을 마음 속으로 쓰다듬는다. 말하고 듣는 단순한 과정을 통해 결핍은 위로를 얻는다. 이는 에도 시대 이야기를 무엇보다 자기자신의 치유와 기쁨을 위해 썼다고 했던 미야베 미유키 자신의 고백이며, 소설가와 독자의 관계, 또는 인류와 함께 앞으로도 영원할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찬양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연들과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이 단지 말하기와 듣기라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사람을 보듬는다. <흑백>은 괴담 소설집인 동시에 미야베 미유키와 독자들이, 또한 세상 모든 이야기꾼들과 그들의 관객들이 함께 이루어 온 작은 기적들에 대한 묘사다.
 
아, 물론 괴담집 답게 꽤 으스스하니까 너무 훈훈하기만 할까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귀신은 있어요.”
오후쿠는 웃음을 멈추고, 다시 또렷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치카는 그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오후쿠의 눈동자도 입가도,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진지하다.
“분명히 있어요. 있지만, 그 존재에 생명을 주는 것은 우리들의 여기랍니다.”
(중략) “마찬가지로 극락도 존재하지요. 여기에 있답니다. 제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언니는 극락으로 건너갔어요.” 
-p.32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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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지음 / 문학동네

"모두 늙어 죽습니다만…"
총 2부로 구성된 13편의 연작 단편집. 각 단편들은 등장인물들과 공통된 정서를 공유한다. 여러분은 책을 훑다가 2부 중반 쯤에서 파워포인트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단편을 만나게 될 텐데, 이런 식으로 과감한 실험이 이뤄지는 책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깡패단의 방문>은 제니퍼 이건의 전작 <킵>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까, 제니퍼 이건은 포스트모던 작가들의 롤리팝 버전이 아니었다.
 
책을 다 읽을 즈음에 비로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작 단편집이 일종의 장편소설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을 일컬어 각 악장들로 이루어진 교향곡이라고 묘사한 리뷰는 설득력이 있다. 극복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쇠락이라는 제1주제가 끊임없이 변주되는 가운데, 비로소 그 위력을 실감한 청년들의 가망 없는 투쟁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눈빛이 카운터파트로 제시된다. 마치 바그너의 악극처럼 하나의 인물은 하나의 주제(혹은 동기)가 되며, 이 각각의 주제들은 <깡패단의 방문>이라는 곡 전체를 통틀어 수 차례 등장하면서 제1주제의 위력을 뒷받침한다. 즉, 이 소설의 모든 인물들은 쇠락의 증거다. 누군가의 빛났던 순간을 담은 단편과 그/그녀가 완전히 무너진 단편이 시간차를 두고 등장한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무너진 단편 속에서는 또 다른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연쇄작용인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질문이 숨어 있다. 시간이 지속적인 쇠락이라면 어째서 희망의 총량은 줄어들지(혹은 감쇄하지) 않는가?
 
책을 읽고, 여러분 자신에게 물어보시기 바란다.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소설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선언하는 21세기 소설 –커커스 리뷰

우리는 끝없이 다른 사람의 삶에 엮여들었다가 빠져 나온다. 또 그 후에도 기억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깡패단의 방문>은 그것이야말로 시간이라는 깡패들에 맞서는 우리의 보호막임을 보여준다. –타임

열세 개의 장이 각각 인물들의 한순간을 떼어내 보여줄 뿐이지만, 제니퍼 이건은 그 이야기들을 세심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엮어낸다. –내셔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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