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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이념의 철조망을 넘나드는 나이스한 연애소설" 남자의 이름은 김수영. 항일 독립운동가의 손자이자 원로 국사학자의 차남, 해병대 제대 후 사법고시 합격, 판사생활 3년 만에 국회에 진출한 기린아, 보수정당 새한국당 의원이다. 여자의 이름은 오소영. 미모의 진보노동당 대표의원이자 8년 전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노동계 대모, 대통령 후보 오문영의 여동생이다. 언론법 날치기를 앞두고 여자는 소화기로 문짝 대신 김수영을 가격하고, 둘은 고소고발을 불사하는 사이가 된다. 이렇게 만난 유이한 미혼 국회의원인 둘이 몰래 연애를 시작하는데… 이념의 철조망을 넘나드는 이 연애가 ‘해피’한 결말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국가의 사생활>의 작가 이응준이 단단히 작정하고 써낸 본격 로맨틱 코미디. 출신성분, 이념, 무엇 하나 어울리는 게 없는 남녀의 연애가 경쾌하게 펼쳐진다.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한다고 속삭이는 속물 국회의원, 언론법 날치기, 국회 육탄전, 만남의 순간마다 정치현실이 예리하게 결합한다. 시인이자 소설가, 영화 각본가이자 감독인 작가의 경력이 십분 발휘되었다. 깔끔하고 개성 있는 문장, 빠른 장면 전환, ‘사랑’에 대한 심오하고도 철학적인 질문들까지, 읽는 맛이 다양한 ‘나이스’한 연애소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나는 철들고 나서부터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생각한 적 한번도 없어. 인간이 짐승만큼 아름답고 조화로웠다면 지구가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인간이 짐승보다열등하다는 건 인류의 역사가 증명한다.” “……” 사랑? 만약 인간이 동물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녔다면 인간의 사랑에는 상처를 무릅쓰고 자부심이 가득하리라. 짐승의 사랑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어떤 남자가 사랑에 빠진 수컷 늑대와 수캐 들처럼 쉴 새 없이 짖어 대겠는가? 또한 바다사자와 말코 손바닥사슴처럼 사투를 벌이겠는가? 어떤 약아빠진 남자가 사마귀 수컷들처럼 암컷과 사랑을 나눈 뒤 기꺼이 잡아먹히겠는가. 어느 사내가 수벌처럼 여왕벌의 혼인비행에 목숨을 내걸겠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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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간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250년 전, 조선의 세자가 세상을 떠났다. 좁고 어두운 뒤주 속에서 굶어 죽었다. 명령을 내린 건 다름 아닌 아버지, 왕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세자의 아들은 훗날 왕이 되었다. 조선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이 사건은, 르네상스라 불리는 18세기의 빛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지만, ‘권력과 인간’이라는 영속의 물음 속에서 면면히 흘러왔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오늘날의 논의는 크게 둘로 나뉜다. 사도세자가 미치는 바람에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광증설’과 당파 싸움에 휘말려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당쟁희생설’이다. <사도세자의 고백>으로 잘 알려진 이덕일이 후자를 주장하는 반면, <한중록>을 주요 사료로 삼은 이 책은 광증설에 무게를 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동시에 이를 둘러싼 권력 투쟁과 인간의 욕망을 읽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영조의 탄생까지 거슬러올라가고 뒤로는 정조의 통치까지 내려와, 백여 년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도세자의 죽음을 바라본다. 아쉽게도 이 책을 읽는다고 사도세자의 죽음이 명쾌하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거의 모든 사료를 읽고 촘촘하게 구성한 이야기는 제법 설득력이 있지만, 이 역사의 재구성이 다다른 곳은 250년 전 뒤주가 아니라 인간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권력에의 의지와 욕망이기 때문이다.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 이 논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온전히 역사의 진실뿐일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죽인 영조, 그 권력을 잇기 위해 아비를 되살린 정조의 그림자는 지는 해의 꼬리를 여전히 놓지 못한 듯싶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적 부를 가지고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조선이 임금들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경제적인 부도 자본가의 것이 아니다. 설사 자신이 힘을 써서 쌓았다 해도 그것을 대대손손 물려줄 권한까지는 없다. 일시적으로 위임된 권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런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생존까지 흔들기도 한다. 나누지 않는 권력은 외롭고 위태롭다.(329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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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 이봄
"일곱 가지의 공포, 그 기원을 찾아서"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는 국내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기독교 문화의 일곱 가지 원죄를 빗대어 일곱 가지의 공포를 주제로 그림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얼핏 무시무시한 그림들로 가득 차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림 자체가 공포스러운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특별히 무서워 보이지 않는 그림들 속에 숨겨진 두려움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역사 속에서 비극적으로 산화한 인물들을 그린 작품들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읽힌다.
일곱 가지의 주제 중에서 첫 주제와 마지막 주제가 각각 운명과 죽음인데, 이 두 주제는 서로 통하며(유일하게 확실한 운명이란 죽음 뿐이다), 그 안에 담긴 다섯 가지의 공포들은 이 두 주제 사이에서 파생된다. 기존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가 각 주제별로 산발적인 무서움을 찾아낸 것에 비해, 이번 책은 운명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통일된 주제로 제시되어 보다 완성된 결론에 다가서고 있다. 여전히 읽기 쉽고 흥미로운 소재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선택해도 좋은 교양 미술서다. - 예술 MD 최원호
책 속에서 : 회화를 역사로서 읽는 데서, 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데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택한 장치가 바로 ‘무서움’이었습니다. 무서움은 상상의 친구입니다. 상상에 의해 공포가 생기고, 공포에 의해 상상은 날개를 펼칩니다… 일견 무서운 것이 아무것도 그려 있지 않은 그림일지라도 그 시대와 문화와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얽힌 여러 관계를 알아가는 사이에, 공포는 서서히 화면에서 스며 나와 그림의 모습을 바꾸어 놓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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