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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독보적 문장, 독보적 감성, 김연수의 귀환"
김연수가 돌아왔다. 그간 소설집을 묶었고, 좋아하는 문장을 추천했고, 절친한 작가와 영화방담을 나누었고, 부지런히 번역을 했다. 다시 김연수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 이후 4년 만에 만나보는 반가운 장편이다. 1984년,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다른 이들의 마음 속을 읽을 수 있게 된 ‘원더보이’ 정훈. 아버지의 불의의 사고가 남파간첩을 격파하기 위한 애국적 행위로 변모하고, 정훈의 능력은 높으신 분들에 의해 고문실에서 취조중인 사람들을 마음을 읽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소년은 사랑하고 성장한다.

독보적인 문장, 독보적인 감수성이 반갑다.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하나씩 경쟁하듯 말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는 풍경, 읽지 않아도 되는 타인의 마음속을 읽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소년, 그리고 ‘인생의 1초가 그렇게 많은 빛으로 가득했다는 걸(41쪽)’ 알 법한 사람들과의 만남. 예민한 소년의 입으로 서술되는 우주적인 쓸쓸함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글을 쓰게 되어 있고, 그렇게 살게 되어 있다는 작가 김연수는 잘 벼려진 문장으로 이 ‘원더보이’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315쪽)이라고 말하는 소설을 읽다 보면,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기적을 믿을 수 있을 것도 같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그 겨울 내내 고문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고문당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고통이 절정에 이를 때, 그들은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떤 고통도 자신을 완전히 죽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차례로 발견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저마다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자기가 개나 돼지 혹은 곤충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들을. 가슴이 터지도록 누군가를 꽉 껴안아 다른 인간의 심장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을, 흡족할 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배가 아프도록 웃던 순간을, 단풍이 든 산길을 걸어다니고 쌓인 눈을 밟고 초여름의 밤바다에 뛰어들고 공원 벤치에 누워 초승달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들은 죽어가면서 떠올렸다. 그게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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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혁명
이지성.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그대의 생각이 미래다"
리딩멘토 이지성과 인문학자 황광우가 만났다. 나이도 전공 분야도 다른 그 만남의 연유를 묻자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서, 라고 답한다. 불안, 불황, 불확실로 대변되는 이른바 '3不'의 시대다. 시대를 돌파할 방법을 아무리 찾아도 길도 답도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너도나도 서로의 아픈 상처를 내보이며 위로를 갈망한다. 이 책은 그런 시대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옳은 답'이 없다고 포기하기 전에 우리 먼저 '옳은 질문'을 해보자고. 혁명을 해보자고.

너의 좁은 눈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말라고 일갈한 장자를 통해 생각 뒤집는 법을 배우고, 낙원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든 있다고 했던 토머스 모어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방향을 가늠한다. 이외에도 <논어>, <국가>, <군주론>, <북학의> 등 그들이 함께 읽어 보자고 펼쳐 든 고전의 리스트가 화려하다. 저자들은 결국 고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고전 읽기를 권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고, 당대의 흐름을 바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해온 '생각들'에서 지금의 현실을 타개할 비책을 배우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명이다. 깊이 있는 생각과의 조우를 통한 새로운 생각의 잉태, 생각의 변화를 통한 나와 삶의 변혁, 책은 동서양 인문고전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새로운 해법을 통해 '나'의 머리로 생각하고 '나'의 두 발로 땅을 딛는 삶의 길을 제시한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황광우) 그런데 참 이상해요. 인터넷이 모든 개인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사회에서 개인은 참 외롭고 힘들어요. 웹 공간에서는 체온을 느낄 수가 없어요. 고전과는 달리 말이죠. 이지성) 사람들이 고전에서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고전을 통해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 자신의 온기를 재발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황광우) 고전이라는 낯선 공간, 낯선 과거의 시간을 여행하다 어느 순간 자신과 만나게 되는 거죠. 그때 무엇인가 깨달음이 머리와 가슴을 강타하겠죠. 이지성) 끊임없는 각성, 이것을 다시 혁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흔들려서 넘어졌고 그래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막상 발을 딛고 일어서보니 물이 깊지 않았다. ...그걸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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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완득이>, 김려령 문학의 어루만짐"
2011년 가을, 특별한 제자와 특이한 선생님이 극장가를 강타했다. 5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완득이>의 김려령이 2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냈다. “나는 도둑이다.” 낭만적 도둑도, 생계형 도둑도 아닌 순수한 도둑, 유독 손이 예민해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훔치고 있는 소년 해일의 이야기다. 여기에 욕에도 스타일이 있다고 믿는 진오, 이혼 후 따로 살게 된 아빠를 연민하면서도 밀어내는 지란, 찰진 짝사랑만 반복하는 다영의 이야기가 얽힌다. 해일이 훔친 지란의 전자사전에서 시작된 이야기, 생동감있는 캐릭터가 자기 안의 가시를 드러내며 와글거린다.

부화되지 못한 병아리를 키우듯, 가슴 속에 감춰둔 자신만의 가시. 고백하지 않으면 뽑아낼 수 없는 가시를 두고 아이들은 고민하고 방황한다. 그러나 고백하지 않으면 가시를 뽑아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이들은 마지막 용기를 낸다. 네 소년소녀의 성장을 지켜봐주는 해일의 형인 ‘감정설계사’ 해철, ‘용창느님’ 조용창 선생님이 있다. 믿어주고, 들어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의 존재. 김려령의 소설은 꼭 이들처럼, 이야기를 읽는 이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담임은 해일이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는 것을 본 뒤에야 말을 이었다. “누군지 가져간 물건은 입맛에 맞게 잘 쓰고, 대신 훔쳐간 영혼만큼 자기 영혼도 깎여 나간다는 것만 명심해라. 수업준비하자.” 담임이 교실을 나갔다. 해일은 창밖을 바라보며 담임에 대해 생각했다. 화학 담당 조용창 선생님.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부드러운 저음에 힘이 실린 목소리. 쌍꺼풀 없는 눈 속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차가운 듯 따스하다. 비웃음이나 조롱이 보이지 않는 깊은 눈동자. 사십 대 남성임에도 꽤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깎여 나가는 영혼이라……’ 담임의 말은 자석 다트처럼 날아와 해일에게 척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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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자가 된 아이
김남중 지음, 김주경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세 아이가 맞닥뜨린 세 얼굴의 전쟁"
1271년, 삼별초와 고려 몽골 연합군 전투가 벌어진 진도. 몽골군에 아버지를 잃은 송진이, 삼별초 장군 배중손의 딸 선유, 몽골군 사령관인 삼촌을 따라 고려 원정에 나선 테무게.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세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삼별초 항쟁을 다양한 시각으로 묘사했다. 눈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이 몽골군의 첩자가 되어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기까지, 긴박한 여정을 숨가쁘게 따라간다. 서로 다른 운명을 지고 있으면서도, 모두 비극 앞에 내몰렸다는 공통점을 지닌 세 아이들이 엉키고 충돌한다. 무엇이 전쟁을 위한 것이고, 또 무엇이 평화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삼별초 항쟁이 뚫고 지나간 시대의 숨결을 생생하게 되살리면서, 전쟁과 전쟁 앞에 놓인 인간을 치밀하게 탐색하고자 한 역사동화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옹주의 결혼식>에 이어 푸른숲 역사동화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아버지를 죽인 몽골군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눈가가 뜨거워졌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쩌다! 슬프고 부끄러운 마음이 왈칵 들면서 송진이 눈에 눈물이 맺혔다. 송진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앞서 걸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삼별초가 진도에 안 왔으면 몽골군이 안 왔을 거예요. 삼별초가 강화도에 있었으면 우리 아버지는 안 돌아가셨어요. 나도 이렇게 안 되었을 거예요. 삼별초 때문에 전쟁이 길어진 거잖아요? 난 이제 어떡해요? 우리 어머니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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