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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눈 밝은 독자의 선택, 황정은"
<백의 그림자>로 2010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황정은.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한 시적인 문장이 담긴 소설은 조용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가의 이름은 눈 밝은 독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웹진문지문학상 등의 작품집에 추천되며 독자의 기대에 부응해온 아홉 편의 단편이 소설집 <파씨의 입문>에 실렸다. 두번째 소설집이다.
 
세계는 나쁘고, 인간은 연약하다. 덫을 놓아 쥐를 잡으면서도 쥐의 두통을 걱정하는 사람들, 연인의 곁에 원령이 되어 남았으면서 그 이의 집에서 풍길 생강냄새를 걱정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피부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유독약품을 쓰는 직장은 그만두면 된다고 말하는 자들, 죽어가는 고양이를 거세하며 귀를 베어가는 이들은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가. 황정은은 약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기록한다. 분노하지도, 체념하지도 않는, 안을 향하는 시적인 문체로. 약한 것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끝내는 ‘그림자를 잃게’ 되는 세상, 아름답고 저린 황정은의 문장들이 귀한 이유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파씨는 어제저녁에 추웠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추울 예정입니다, 아저씨도 춥습니까, 거긴 춥습니까, 세계는 춥습니까, 파씨는 세계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거기가 춥고 아저씨가 너무 추워서 지금 울고 있다면 세계는 빌어먹게 나쁜 곳입니다,라고 씁니다. 파씨의 선생님이 파씨를 불러내어 이것은 위문편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파씨의 선생님은 파씨에게 새로운 편지지를 내주며 편지를 다시 쓰라고 말합니다. 진심을 담아, 세계 평화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세요,라고 제대로 된 위문편지를. 그러니까 위문慰問이라니 깜짝이지 싶지만 어쨌건, 진심을 다한 위문으로 위문편지를 쓰라고 말합니다. 파씨는 종이에 안녕하세요, 한 줄을 적고 나머지를 빈 채로 남겨둡니다. 왜냐하면 파씨는 조그맣고, 조그만 파씨의 조그만 평화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세계의 평화 같은 거대한 것은 파씨가 감히 소원해볼 수 없는바, 파씨는 편지를 빈 채로 내버려두고 부엌으로 내려가서 불을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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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뇌
라이오넬 타이거,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신의 존재보다 중요한 물음, 인간은 왜 종교를 믿는가"
신은 정말 존재할까?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 당대의 지성들이 이 물음에 도전했지만 현실의 결론은 ‘아직 알 수 없다’ 쪽이다. 아무리 종교를 비판하고 과학의 우월성을 입증해도 ‘인간의 종교성’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소모적인 논의의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다. 신의 존재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 왜 인간이 수많은 증거들에도 신을 떠나지 않는지를 탐구하는데, 각각 인류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두 저자는 뇌과학 실험을 통해 인간이 왜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하고 내세를 믿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을 찾아간다.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와 결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뇌는 불확실한 상황을 싫어한다. 확실해질 때까지 상상하거나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스트레스는 때로 인간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종교는 이런 뇌의 약점(?)을 파고들어 확실하고 분명한 데다 균형까지 잡힌 아름다운 체계를 뇌의 입맛에 맞게 전해준다. 이렇듯 신(종교)이 뇌를 위안해주고, 뇌는 믿음이란 호르몬을 분비하며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인간을 종교에 묶어둔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당연히 기존의 신 존재 논쟁이나 종교와 과학의 대결을 살펴볼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종교는 충분히 유용하고 가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여러 판단을 잠시 미루고, 신에 대한 믿음을 작동시키는 뇌를 살펴봄으로써 어쩌면 종교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건 아닐까.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종교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종교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아닌데도 최근의 격렬한 종교 논쟁에는 과학적 해석이 결여되어 있다. 이 책의 창조적인 설명들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신앙에 대한 우리 자신의 노력과 시도들을 도와줄 것이다.(멜빈 코너, 에모리 대학교 인류학과 및 신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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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제임스 하킨 지음 / 더숲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세계 금융의 주류인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보통사람들',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 음악시장이 열광하고 있는 한류 음악, 정치·사회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집시킨 작은 인터넷 방송… 정치·경제·문화·사회적으로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현상은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주류(mainstream)의 종말. 우리는 왜 더 이상 기존의 주류를 좋아하지 않을까.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하킨은 이 물음에 '니치 Niche'로 대답한다.

틈새시장이라는 의미의 니치마켓이라는 용어는 경제학에서 이미 사용해왔다. 다만 이 때의 니치란, 주류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주변적이고 소극적인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니치 개념을 뒤집는다. 저자는 기존 중간층의 소멸과 잡식성으로 변한 대중 사회를 보여주며 이제 미래는 기업과 조직 및 모든 분야에서 '니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는 과테말라 커피와 향이 풍부한 자바산 커피, 감미로운 케냐 블렌드 사이의 차이에 대해 알기를 열망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드는 순간,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는 순간, 마음도 정답도 사라진다. 책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거미줄처럼 얽힌 지금의 니치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니치를 먼저 점유할 수 있는 다양한 지침을 제시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잡식성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별나고 극단적인 결합으로부터 문화적 메뉴를 마음껏 골라잡는, '픽 앤 믹스'하는 방법을 체득했다... 내가 토요일 오후에 축구 경기를 시청한다는 이유만으로 저녁에 오페라 극장으로 향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누군가 자연식품 매장 홀 푸드에서 쇼핑을 한다고 해서 기세 좋게 투표소로 달려나가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는 인과 관계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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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밝은세상

"누군가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대표작 <빅 픽처> 이후로도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섞는 실험을 계속 진행 중이다. 신작 <파리 5구의 여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 피다가 들켜 삶의 터전을 한 방에 잃어버리고 파리로 도망 온 전직 대학교수가 주인공이다. 그처럼 가진 것 없는 이방인들에게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아니다. 파리 5구와 10구 사이의 파라디스 가에 프랑스 인은 거의 없다. 그곳은 가진 것 없는 이방인들이 마치 격리 당한 것처럼 모여 지내는 구역이다. 전직 대학교수였던 미국인 해리 역시 파라디스 가로 밀려나 희망이 거의 없는 삶을 영위할 각오를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업’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고 해리는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 여인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녀는 다음 약속을 늘 직접 지정한다. 지정한 장소에 지정한 시간에만 만날 수 있다. 그에게 어떤 다짐도 약속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를 궁금해하고 얘기 듣기를 원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점은 더욱 늘어간다.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가는데, 그들은 모두 해리를 괴롭히거나 불쾌하게 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일까?
 
스토리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지만, 걱정 않으셔도 된다. 여기까지는 전개에 불과하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전형적인 이야기꾼 류의 소설가이고, 구비구비 더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작가의 팬들은 아직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다. 케네디는 여전히 여러분이 좋아하는 글을 선사하는 중이다.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니지?”
“진실이 뭔지 나도 잘 몰라. 미안해.”
“왜 자기가 미안해? 남자들은 어차피 다 거짓말쟁이인데.”
“노코멘트.”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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