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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선물"
2011년 1월 22일,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의 소설을 그리워하는 독자들을 두고도 시간은 흘렀다. 다시 1년, 故박완서 작가 1주기에 맞춰 마지막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친절한 복희씨>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과, 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신경숙, 소설가 김애란이 추천한 세 편의 소설을 모아 엮었다.
 
“문학은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인간으로서의 자기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하는 데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인간이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던 노작가의 목소리대로, 박완서의 마지막 소설집은 끝끝내 살아남은 이들에게 인간다움을 묻는다. 전쟁과 가난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가 ‘그리운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순간, 칼날 같은 통찰이 삶의 모순을 깨닫게 한다. ‘그래요. 사람은 참 겹이 많지요.’(72쪽) 그 겹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죽을 때까지’ 쓰려했던 작가, 박완서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소설집이다. 
소설 MD 김효선

소설가 신경숙 :  어젯밤에는 내내 잠을 못 자고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꼼짝못하게 하는 당신이 쓴 작품 속의 문장들이 통째로 떠오르기도 했고, 당신이 내게 베풀어준 사랑들이 구슬들처럼 잠자리를 굴러다녔습니다. 무엇보다 여기 올 때 당신을 뵙지 못하고 전화 통화만 하고 온 것(정말이지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이 후회스러워 돌아눕고 돌아눕고 했습니다.

소설가 김애란 :  나는 여전히 선생이 만들어낸 골목 안에서, 시장에서, 학교 또는 주택가에서 내가 아는 장소, 내가 사는 세계와 만난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빨리 크느라 제대로 크지 못해,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개의 기관을 기워붙인 듯 괴상한 얼굴을 가지게 된 한국에서, 오늘과 어제가 쉽게 작별하고, 내일을 오늘인 양 자꾸 우겨대는 이곳에서, 사십구 년, 이미 반 세기에 가까운 시차를 사이에 둔 선생님의 근본과 나의 근본은 어찌 만나나. 어둠 속 뿌리는 물길을 어떻게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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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조 사코 지음, 정수란 옮김 / 글논그림밭

"21세기 비극의 현장, 피의 잉크로 그려낸 현장 르포"
비극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팔레스타인>의 작가 조 사코가 다시 그린 가자 지구 이야기. 2002~2003년 가자 지구를 다시 찾은 사코는 유엔 보고서에 짧고 모호하게만 언급된 1956년 민간인 학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1956년 11월, 이스라엘 군인은 가자의 칸 유니스 마을에서 275명, 라파에서 111명을 학살했으며 이는 유엔의 집계를 신뢰할 경우의 수치이다. 이 같은 사건은 지나간 역사의 한 각주가 아니라 최근까지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다.

인터뷰에 응한 거의 모든 인물은 그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그려졌으며, 최대한 실명을 실었고, 상대가 신원을 밝히는 걸 꺼릴 경우에만 간략히 스케치했다. 실존 인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참극의 현장을 되살린 사코의 방식은 그가 발견한 절망을, 제3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작고 좁은 틈새를 제공한다.

풍자와 유머는 일절 차단하고 모래 맛 텁텁한 현실만 남겨놓은 작품.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가깝고, 확신에 차고, 밝게만 보이던 '정의'라는 단어는 사코의 세계에서 어느덧 멀고, 두렵고, 무거운 무엇으로 변해있다.
- 만화 MD 김재욱

작가의 말 :  내가 가자에 있을 때, 거기 젊은 사람들은 1956년 조사를 종종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지금 공격당하고 집이 부서지는 마당에 역사를 다루는 게 무슨 쓸모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는 그렇게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둘은 끝나지 않는 연속선 같은, 안개처럼 뿌연 역사의 일부분이다. - 조 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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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에릭 라이너트 지음 / 부키

"항상 부자이거나 더 가난한"
왜 어떤 나라에서는 3시간 근무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을, 다른 어떤 나라에서는 똑같은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3일을 일해야 벌 수 있을까. 책은 르네상스 이후부터 현재의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낸 경제학자들, 경제서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장하준 교수가 '경제학 부문에 인간문화재가 있다면 이 사람'이라고 격찬한 에릭 라이너트 교수는 엄청난 양의 자료와 그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지식, 예리한 통찰력으로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은 신고전파 경제학이 과거 500년 전에 이미 밝혀놓은 성공적인 경제 발전의 방법을 의도적으로 역사에서 지웠다고 지적한다.

경제 발전을 한갓 자본 축적과 보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절대 '발전'의 공식이 아니며 오히려 가난한 이를 더 가난하게, 대열에서 영원히 멀어지도록 하는 공식이라고 단호히 주장한다. 제1세계 사람들이 음식을 덜 먹는다고 제3세계 사람들의 허기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1세계가 농업을 그만둔다고 해서 제3세계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조화로운 발전, 책은 역설로 비칠 수 있는 두 단어의 조합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최선의 방법을 제안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의 글:  경제학 부문에 인간문화재 제도가 있다면 에릭 라이너트 교수는 그 1호로 지정되어야 한다. 라이너트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제 사상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자본주의 발전사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경제 발전과 경제학의 발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무너뜨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에서 그가 보여 주는 역사적 통찰력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에만 쓰이지 않고, 지난 30여 년간 후진국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아 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책이다.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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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사람들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심흥아, 유승하, 이경석 지음 / 보리

"기억하는 마음만으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습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동 4가 남일당 건물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 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0년 1월 9일 참사가 일어난 지 355일 만에 철거민 다섯 명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이 즈음 여섯 명의 만화가가 모여 <내가 살던 용산>을 그렸습니다. 생명을 잃은 이들이 어떤 삶을 살다 왜 망루에 올랐는지, 무엇을 외치고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유가족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기록했습니다. 작가들의 바람은 하나였습니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다시 2년이 흘렀습니다. 살아남은 7명의 철거민은 3년 동안 차가운 감옥에서 살아왔습니다. 최근에야 국회에 강제퇴거금지법이 발의되었지만 이 법이 통과되어 우리의 살 곳을 지켜줄 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만화가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용산을 찾아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철거민 문제가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 이들이 왜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철거민의 목소리와 시선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분명하게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보호받는 세상 말입니다.
 
다시 1년이, 2년이 흐르겠지요. 어딘가에서는 재개발이 한창일 테지요. 한편에서는 돈을 벌고 한편에서는 집을 잃겠지요. 뿌연 공사판 먼지에 가려 철거민의 눈물과 용역의 폭력은 보이지 않을 테지요. 용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철거민의 시간은 어제의 용산에 멈춰 있지만, 폭력의 시간은 내일의 용산을 짐작게 합니다. 기억하는 마음만으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보금자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이제 각자의 망루에 올라야 할 때입니다. 폭력의 시간을 멈춰야만 사람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외롭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철거민들에게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철거민들을 ‘돈 몇 푼 뜯어내려고 하는 떼쟁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아리나, 세입자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당연한 권리를 바라는 것임을 모두가 알게 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철거민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이 보호받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다음 세대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있었다니, 지금은 정말 좋아졌네.”라고 말하는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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