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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사용 설명서 다니엘 벤사이드 지음, 양영란 옮김 / 에코리브르
"셜록 마르크스와 왓슨 엥겔스의 자본 살인사건 추리극" 20년 전 <뉴스위크>는 마르크스의 죽음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마르크스가 분노한 걸까. 2008년 자본주의 위기를 전후로 마르크스의 부활을 짐작하는 이들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견한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지경에 이르러, 바야흐로 ‘마르크스의 유령’이 횡행하는 풍경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자 제4인터내셔널의 열혈 활동가인 다니엘 벤사이드는 자본이란 살인범을 추적하는 셜록 마르크스가 왓슨 엥겔스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범인을 밝히는지(불행히도 잡는 데는 실패했다)를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다.
둘의 수사 기록은 <자본론>이란 책으로 남아 있는데, 1권 자본의 생산 과정에서는 노동자가 잉여 가치를 착취당하는 범죄의 현장을 찾아간다. 이어지는 2권 자본의 유통 과정에서는 이렇게 빼앗은 장물, 즉 잉여 가치를 이윤으로 바꾸는 장물의 세탁 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고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서는 이렇게 얻은 장물 수입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설명하며 애매한 몽타주 속에 숨겨진 살인마의 얼굴을 끄집어낸다. 저자는 삽화에 각종 현장 자료가 뒤섞여 이해하기 쉽지 않은 기록을 현재의 상황에 빗대어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하지만 이 수사 기록은 미완이다. 마르크스 자신이 애초의 구상을 완결하지 못하기도 했거니와, 은유적 문체 때문에 해석도, 평가도 분분한 탓이다. 하지만 다니엘 벤사이드란 새로운 명탐정이 분석한 결과, 이는 분석적이면서 종합적이고, 과학적이면서 비판적이고, 이론적이면서 실천적인 인식의 과정에 따른 결과물로 판명되었다. 자, 이제 당신이 수사관이 될 차례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필요한 각종 도구가 이 책 안에 가득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살인마는 아닌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최근 부각되는 마르크스의 시사성은 자본의 시사성과 다르지 않다. 마르크스가 자기 시대의 대표적인 사상가였으며, 자기 시대와 더불어 호흡하고 사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가 자기 시대에 반대해서 그리고 그 시대를 넘어서서, 다시 말해 시의적절하지 않게 사고한 것도 사실이다. 그가 자신의 숙적인 자본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대로 벌인 이론적, 실천적 백병전은 그를 오늘날 우리의 현재로 인도한다. 시의적절하지 못했던 과거의 그가 오늘날 시의적절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