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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스푼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딱딱한 주기율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책으로 읽는 방법"
주기율표의 원소를 다룬 책의 제목이 ‘사라진 스푼’이라고? 설명하자면 이렇다. 원자번호 31번 갈륨은 실온에서는 고체이지만 29.8℃가 되면 녹아 사라진다. 과학자들이 이를 이용해 갈륨으로 찻숟가락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데서 따온 제목이다. 어릴 적 깨진 온도계에서 나온 수은이 한데 모이는 데 호기심을 느껴(나중에 알게 된 이유는 홑원소 물질이기 때문) 과학자로 성장한 저자는 주기율표의 원소를 하나하나 추적하여 그 안에 담긴 정치, 역사, 범죄, 사랑 그리고 약간의(?) 과학을 줄줄이 풀어낸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주기율표를 기억할 때 매혹과 애정과 자격지심과 혐오감이 뒤섞인 감점을 떠올린다고 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 아무 느낌이 없는 쪽 아닐까, 잊고 산 지 오래기 때문에.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을 각각의 성격과 서로의 차이에 따라 배열한 주기율표에서 왜 우리는 어떠한 규칙도, 질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 원소는 그 자체로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홀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문 데도 우리는 독립된 원소의 성질에만 집중했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이 딱딱한 주기율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책처럼 풀어낼 수 있었던 까닭은 하나의 원소를 발견하기까지 인류가 쏟은 지적 노력과 그 원소로 인해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 사고를 주기율표에 놓인 원소 사이사이의 행간에 집어넣어 새로운 주기율표 읽기의 문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찾아온 유쾌한 과학책에서 당신도 즐거운 과학 읽기의 문법을 발견하길 바란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주기율표는 인류학적으로도 경이로운 대상이다. 이 인공물에는 경이롭거나 예술적이거나 추한 인간의 모든 속성과 우리와 자연계의 상호작용 방식까지 반영돼 있다. 그것은 간결하고도 우아한 문자로 표현된 우리 종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복잡성이 점차 증가하는 순서에 따라 이 모든 층들을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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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 검은숲

"이런 작품을 진짜 걸작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에 발표된 추리소설이 지금까지 살아남기는 무척 어렵다. 좋은 트릭이 생기면 다들 달려들어 닳아 해질 때까지 써먹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트릭이라도 그 아류작들을 수없이 접한 후대의 독자들 입장에서는 원조집이나 동네 중국집이나 다 같은 짜장면 가게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살아남은 고전 추리소설들은 주로 트릭보다는 문학적 효과에 의지한다. 그렇다면 멋진 캐릭터나 뛰어난 문장 센스 이외에 순수한 트릭만으로 독자들을 여전히 감탄케 하는 ‘고전 미스터리’는 없을까? 장담하건대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이 죽어버리지 않는 이상, 그런 작품은 이제 만나기 어려울 뿐더러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다. 1963년작 <변호 측 증인>이 좋은 예다. 내용을 발설하기는 어렵지만 약간의 장점만 언급하겠다. 우선 잔혹하거나 작위적인 장면 연출이 없고 트릭이 두뇌를 쥐어짜지 않아서 추리물 팬이 아닌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또한 문장이나 캐릭터에 마음을 뺏겨서 ‘추리소설 같지는 않지만 멋지게 썼으니까 걸작’이라고 오해하게 되지 않는 ‘정통 추리물’이기도 하다. 물론 앞의 두 가지 장점은 <변호 측 증인>의 깨알 같은 양념일 뿐, 귀신 같은 트릭이 독자의 등 뒤에 바짝 붙는 순간의 섬뜩한 쾌감은 그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50년 가까이 지났어도 여전히 살아서 빛나는 트릭이다. 혹자는 궁금할 것이다. 그럼 이 소설과 비슷한 형식/트릭을 가진 최근 소설은 없는가? 있다. 그것도 꽤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고 나서 같은 트릭을 사용한 최근 소설들을 떠올려 보더라도 <변호 측 증인>이 그 최고 수준에 속하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올해의 미스터리 소설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고전 걸작’ 그 자체다. 이 소설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절 힌트를 주지 않기 위해 침묵하겠다. 그냥 강력히 추천한다. - 외국소설 MD 최원호

추천글: 아무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다. – 미치오 슈스케 (추리소설가)
<변호 측 증인>을 읽는다는 것, 이는 최상의 마법을 체험한다는 뜻이다. – 아야츠지 유키토 (추리소설가)
그 외 추천한 유명 추리소설가: 노리즈키 린타로, 아비코 다케마루, 누쿠이 도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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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도종환 지음, 이철수 그림 / 한겨레출판

"도종환 자전에세이, ‘나의 삶 나의 문학’"
‘바른 심성과 부드러운 감성의 서정시인’ 도종환의 자전에세이. 지난 1년간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시인의 굴곡진 삶이 녹아진 시를 골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 것이다. 시인의 오랜 지기인 판화가 이철수의 채색그림을 함께 수록하여 산문의 멋을 더욱 살려준다.
소년 시절에는 참고서 한 권 사 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고, 교직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는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투옥되는 시련을 겪었고, 자율신경의 실조로 교단 생활을 결국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에서 <접시꽃 당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등의 시를 통해 가난과 외로움, 좌절과 방황, 고난과 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 헌신적인 교사, 교육운동가, 열성적인 문화운동가의 도종환, 그리고 그의 문학에 관한 감동의 기록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저자의 다른 책: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의 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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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사생활
데이비드 월시 지음 / 시공사

"낯설어진 우리 아이들, 문제는 뇌에 있다!"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변한다. 갓 태어난 아기가 두 돌이 되기까지의 변화는 참으로 놀라울 지경. 우리는 아기들의 두뇌 발달을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영유아들의 이상한(?) 행동은 다 받아주고 열심히 돌봐준다. 그러면서 또 한 번의 폭풍 성장기, 사춘기 아이들의 뇌 발달에는 무지하고, 10대들의 엉뚱하고 돌발적이고 이해 불가능한 행동에는 ‘요즘 애들은…’ 이라며 혀를 찬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청소년은 그런 존재였다. 저자는 이러한 10대들의 문제를 ‘뇌 과학’이라는 도구로 설명한다. 인간은 각 시기마다 뇌가 발달하는 부분이 다르고, 영유아기와 마찬가지로 10대에도 뇌 각 부분의 급격한 변화, 발달이 일어난다. 갑자기 너무나 낯설어진 아이들, 그 뒤에는 뇌의 ‘성장’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를 너무나 힘겹게 하는 이 두 번째 성장의 시기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사랑 받고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아이의 평생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폭풍 같은 이 짧은 시기를 어떻게 견뎌내고 성장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을 테니까.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속에서: 비틀즈처럼 사랑이 해답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때로는 당신을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10대들에게도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이다.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이 바로 당신이며 우리 가족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다며 소리치는 10대 자녀, 당신의 말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아 비난하며 때로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언쟁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10대, 모든 질문에 ‘예’ 아니면, ‘아니오’로만 대답하며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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