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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가을, 코엘료와 함께 떠날 시간"
2006년 파울로 코엘료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 지 20년 만에 다시 순례길에 올랐다. 1986년에 떠난 '산티아고의 길', 그리고 그 삼 년 뒤에 떠난 '로마의 길'에 이어 세 번째로 떠난 '성스러운 길'이었다. 코엘료가 '예루살렘의 길'이라 명명한 이 순례길 위에서 그는 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경험을 하게 된다.

<알레프>는 민감한 주제일 수도 있는 '환생'에 대한 코엘료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그는 순례 막바지인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앞두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힐랄을 만난다. 둘은 함께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그 여행을 통해 사랑과 용서, 그리고 생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코엘료는 이 소설을 통해 낡은 일상을 벗어 던지고 다시 태어나는 한 영혼을 말한다. 끝은 또다른 시작에 다름 아니라며 새로운 출발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새로운 시작은 반드시 과거를 속죄하고 바로잡음으로써만 진정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그 과정 없이는 새 출발이란 불가능하고, 미래는 현재를 오롯이 삶으로써만 가능하다고.

가을, 코엘료와 함께 떠날 시간이다.
- 문학 MD 최원호

작가의 말 중에서: 세 번째로 내가 떠나는 순례는 ‘예루살렘의 길’입니다. 이번에도 예루살렘까지 실제로 갔던 것은 아닙니다. 대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해야 했습니다. 당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임무는 네 달 동안 집을 떠나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례 중에 나는 여러 나라를 들렀지만 깨달음은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찾아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보름 동안 일곱 개의 시간대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9288킬로미터에 달하는 길 위에서였습니다. 힐랄이라는 이름의 한 터키 소녀(진짜 이름은 아닙니다)와 함께였습니다. 그녀와 나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시간과 공간이 한데 존재하는 이 지점은 ‘알레프’라고 불립니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이것에 관한 아름다운 단편을 남긴 바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 새 작품의 제목을 <알레프>라고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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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도
이해인 지음 / 열림원

"삶의 속도를 잃은 이를 위한, 이해인의 기도"
수녀는 오래 앓았다. 암투병을 했고, 사랑하는 이들을 잇달아 잃었다. <작은 기쁨>, <작은 위로>에 이은, 이해인 수녀의 새로운 시집 <작은 기도>에는 앓고 잃으며 이해인 수녀가 얻은 긍정이 소박한 언어에 실려 담겨 있다. ‘땅속의 집은 어둡고 답답할 텐데 나 혼자 외로워서 어떡하지?’하고 자문하던 수녀는 ‘그 집에 들어가 울지 않으려면 땅 위의 이 집에서 많이 웃고 즐겁게 살라(집을 위한 노래 中)’는 말을 상기한다. 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면서도 수녀는 ‘삶은 늘 신기하고 배울 게 많아 울다가도 웃지요(꽃의 말 中)’ 라고 말한다. 기도는 진실되고, 그래서 더욱 호소력이 있다.

틈틈이 써두었던 50여 편의 미발표작에 1999년 초판을 냈던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중 몇 편을 덧붙였다. 오랜 암투병을 겪으며 생각한 것들을 담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 내가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산문도 수록되어 있다. 크고 빠른 것에 붙들린 나머지, 자신의 삶의 속도를 잃어버린 현대의 독자들에게 바치는 수녀의 작은 기도, 고요한 사유가 가을 서정 깊이를 더한다.
- 문학 MD 김효선

발문: 해인 수녀는 우리가 제대로 나눠받지 못하는 어머니의 기도를 우리들에게 나누어준다. 해인 수녀는 우리들 어머니의 기도를 대신해준다. 그래도 이 세상이 아름다운 건 해인 수녀의 정성 어린 기도 덕분이다. 해인 수녀의 기도 속에는 인간의 마음의 무늬가 찬란하고 고요하다. 그녀의 기도는 감사의 기도이자 침묵의 기도이며, 위안의 기도이자 눈물의 기도이며, 사랑의 기도이지 용서의 기도이며, 겸손의 기도이자 존재의 기도이다. (시인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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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종말
폴 R. 에얼릭 & 앤 H. 에얼릭 지음, 하윤숙 옮김 / 부키

"멸종 위기종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인류가 지구에 끼친 영향을 플러스, 마이너스로 계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배하는 동물(Dominant Animal, 이 책의 원제)’로서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좋은 것만 취할 수 있던 호시절은 끝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균형 있게 설명하며 인류가 어떻게 ‘정복자’의 위엄을 갖추었는지 살피고, 어쩌다 생명 ‘종결자’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는지 촘촘하게 증명한다. 여타 문명사와의 차별성은 ‘공진화’ 개념인데, 인류와 다른 생물뿐 아니라 인류와 지구 생태 자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화해왔다는 설명이다. 간단히 말해 그간 인류가 압도적 지위에서 다른 생물과 지구에 영향을 끼치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변화된 생태가 인류의 종말까지 가져올 상황이라는 말씀. 세계를 완전히 뒤바꾼 인류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는 게 저자들의 결론이다. 물론 당장 인류가 절멸하진 않겠지만 이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100억이 넘는 인구가 양계장의 닭처럼 살아갈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결과를 바꿀 방법은 없는 걸까. 저자들이 제시하는 해결 방안은 비교적 온건해서, 현실을 바꿔놓을 힘을 느끼긴 어렵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공진화 개념처럼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개인과 개인이 상호 소통/의존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 세계의 구조는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을 여지를 마련한다. 비로소 인류가 지배적인 동물이 되도록 해준 특성의 방향을 돌려 자신과 생명 전체를 위해 이용할 때다. '진화의 종말'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통찰력이 번뜩이는 이 책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또한 둘 사이의 상호 영향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로 이끄는 훌륭한 안내자이다. 이 안내자를 따라가는 동안 당신은 여기저기서 맛깔 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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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재인

"이 특별하고도 비루한 사랑"
누구라도 아키하를, 그러니까 어느 날 저녁 어스름에, 마치 한이 맺힌 것처럼 배팅볼을 쳐대는 여성 동료를 야구 연습장에서 발견한다면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1세의 평범한 회사원 와타나베는 그 모습에 빠져든다. 빠져들 때는 몰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그렇게 되었다. 흔한 불륜이다. 어느 날 형사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공소시효가 거의 만료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그들이 말해준 유력 용의자는 바로 아키하다. 불륜이라는 짐을 이미 짊어진 그에게 살인 미스터리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데, 그런데 평생 겪을 활극을 다 겪는 와중에도 이 사랑은 여전히 평범하다. 평범한 불륜이라고 말하기가 그렇다면 비루하다고 하자. 문제는 어떤 단어냐(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지독하냐다. 얼마나 좋아하고 빠져나올 수 없느냐다. 누군가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라고 물었다지만 <새벽 거리에서>의 두 주인공은 묻는다. 이렇게까지 되었는데도 어떻게 사랑이 이럴까…

<새벽 거리에서>는 로맨스다. 살인 미스터리가 끼어들면서 독특한 전개가 펼쳐지지만, 결국 ‘사랑은 왜 이 모양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게임 오버야.” 라고 소설 속의 누군가가 말할 때까지, 그러나 모두들 아시다시피 사랑이야말로 선언으로는 이루어지지도 끝나지도 않는 진짜 미스터리인 것을…
문학MD 최원호

책속에서: “너는 아직 잘 몰라.” 신타니는 내 코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한 번 용서를 비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야. 무릎 꿇는 건 속죄의 시작에 불과해. 그리고 그게 끝나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아. 사죄하는 나날이 평생 계속된다고. 아내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살게 되는 거야. 죽을 때까지.” 옛날부터 말발이 센 신타니이고 보니 이런 얘기도 박력이 넘치는 게 설득력이 있었다. “어때, 지옥이지? 그런 지옥을 견딜 수 있겠어? 거기까지 각오가 됐어?”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가슴에 새겨 둘게.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게 불륜이라는 사실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러자 신타니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네가 그 정도로 빠진 걸 보면 상당히 괜찮은 여잔가 본데, 얼굴 한번 보고 싶다.” “이미 봤어. 야구 연습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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