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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김광기 지음 / 동아시아

"휘청거리는 제국의 살풍경, 왠지 익숙하다"
아스팔트 정비 예산이 부족해 유지 비용이 적은 자갈로 도로를 바꾸는 모습, 육류 섭취를 위해 도시 한복판의 집에서 닭을 기르며 달걀과 고기를 얻는 사람들, 노숙자 지원 비용이 모자라자 편도 비행기 표를 주고 다른 지역으로 쫓아내는 행정기관, 공공임대주택 지원서 배부처에 도시 인구의 3분의 2가 몰려 수십 명이 다친 사건. 자, 이 나라가 어디일까?

바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다. 최근 경제 위기로 상황이 어렵다지만 여전히 제국의 위용을 뽐내는 미국이 불과 몇 년 사이 이 정도 상황에 놓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책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사회학자의 눈으로, 미처 상상하지 못한 미국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낸다. 피상적인 고발에 그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치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저자의 분석을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의 몰락은 경제적인 영역에 한정된 게 아니라 그간 미국 사회를 지탱해온 사회적 가치, 즉 정직과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 이르러 회복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탐욕스럽게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개인과 이를 정리해나갈 힘을 잃은 입법, 사법, 행정 권력이 텅빈 나라에서 치고받는 형국이니 저자의 말대로 긴 터널이 아니라 출구 없는 동굴이 되기 십상이다.

아쉽게도 이번 책에서 보여준 내용은 여기까지다. 미국의 몰락과 세계 체제의 연관성, 유사미국의 대표주자인 한국에 대한 분석은 후속권에서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니 기대해볼 일이다. 제목대로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더불어 미국에 대한 새로운 그림, 그 안(혹은 밖)에서 한국의 오늘과 내일을 미루어 짐작해볼 필요도 분명해졌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우리나라에는 유독 미국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미국이 세계의 대국으로 행세해 왔으니 미국에 대해서 한마디 거들지 못하는 게 좀 이상할 수도 있다. 아무리 사정이 그렇더라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단적이고 게다가 성급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필자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이런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땅 한 번 밟아보지 않고 반미주의자 또는 친미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 미국에 잠깐 갔다 와서 바로 숭미주의자 또는 반미주의자가 된 사람들이 쏟아내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국 내의 한국교민도 예외는 아니다. (중략) 이 책은 이들 모두에게 들려주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이다.(285,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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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란 무엇인가
EBS <학교란 무엇인가> 제작팀 / 중앙북스

"한국방송대상 수상,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
가끔은 불행하고 대체로 재미없는 학교 생활, 언제나 비판받는 주입식 교육… 2010년 방송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EBS 교육 다큐는 ‘학교란 무엇인가’ 혹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10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은 두 권의 책으로 나누어 나오게 되었고, 그 첫 번째 이야기 <학교란 무엇인가>는 학교 교육에 앞서 부모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가정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들을 다루었다. 가정은 학습의 기반이 되는 정서가 자라는 곳이며, 학교라는 공교육을 받쳐주는 토대가 된다. 독서, 칭찬, 0.1% 아이들, 사교육 등의 10가지 주제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모두 하나다. 서로 믿고 소통하는 가운데 아이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것.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속에서: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하거나 학업을 등한시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십중팔구는 ‘나를 믿어주지 않아서’이다. ‘믿을 행동을 해야 믿지!’ 라는 부모의 항변은 사실 진정한 믿음이 아니라 거래다. 착한 행동을 하면 칭찬해주고, 공부를 잘하면 잘될 거라고 믿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누구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심리학자 알피 콘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절대적인 믿음과 사랑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자신을 온전히 믿어줄 때, 아이들은 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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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영토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여기가 소설의 최전선이다"
지금까지 미셸 우엘벡은 늘 절망적이었으나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그의 절망들은 센티멘털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죽음을 수없이 지켜본 의사처럼, 우엘벡은 피로한 표정으로 이 세계에 불치병 선고를 내려 왔다. 불치병 선고는 ‘미안’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는 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달리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작 <소립자>에서처럼 그는 유럽 현대사의 자취를 추적하며 온갖 기상천외한 ‘해방’ 실험들의 실패를 확인했고, 온갖 사회과학 이론들을 가져와 이리저리 시뮬레이션한 뒤에 죄다 효력 ‘없었고 없을 것임’을 선언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답이 없을 때 느껴지는 절망은 마치 자연이 수억 년 전부터 깎아 온 절벽을 마주하는 것처럼 명백하고 순수한 좌절, 비애나 애수 같은 감정은 들어올 틈도 없고 심지어 후회조차 할 수 없는 철저한 좌절이다. 우엘벡의 소설이 난해하고 지나치게 냉소적이라는 비난은 대부분 이 철저한 좌절을 오해했기 때문이다. 우엘벡은 다른 소설가들처럼 에둘러가지 않고, 즉 마술적 리얼리즘이 되거나 우화가 되거나 기괴한 포스트모던 실험을 하거나 하면서 이 세계를 우회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이 관찰한 것들과 자신이 하려던 말을 강력히 밀어 부쳤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강력한 전진의 당연한 결과로, 그는 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좌절은 필연적이며 현대 서구 사회는 난공불락의 지옥에 가깝다. 바로 이 순도 높은 좌절이 우엘벡을 이 시대의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맞붙고 가장 화려하게 나가 떨어지는 이 작가가 서 있는 곳이 바로 현대 소설의 최전선이다.

이번 작품인 <지도와 영토>는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졌다. 냉소적이었던 인물들이 어느 순간 관계에 대해 말하고, 유머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료하기 위해서 이용되기도 한다. 고독을 말할 때 멜랑콜리한 빛이 스며 들어오고, 회한(!)의 한숨이 떠돌기도 한다. 이 작은 변화들은 우엘벡이 변화했다는(혹은 늙어가는 중이라는) 증거일까?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변화들이 앞으로 어떤 형태를 구축하게 될지 아직은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전선이 어떤 모양이건 간에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2010년 작 <지도와 영토>는 지금, 소설의 최전선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어떤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문학사에서 중대한 작품임을 인정해야 한다. -베르나르 피보(문학평론가, 공쿠르 상 심사위원)
우리는 폭탄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것은 유머와 풍자, 멜랑콜리의 불꽃놀이다. 미셸 우엘벡은 더 이상 ‘공공의 적’이 아니다. –누벨 옵세르바퇴르
작품을 찬양하거나 혐오하거나, 그러나 아무도 무관심할 수는 없다. –르몽드 데 리브르
세상과 삶에 대한 총결산이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화상. –앵로퀴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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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을 파하라
송창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삶과 일은 연결되어 있다"
그는 히피였다. 정부에서 머리와 스커트 길이까지 단속하던 그 시절, 그는 간신히 대학을 졸업했다. 제도권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영 생기지 않았다. 그저 다방에 앉아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그 '어린 히피'가 세월이 흘러 책을 냈다. 저자 소개엔 tvN 본부장이라는 직함이 첫 머리에 달렸다.

그가 낳은 프로그램을 나열하면 구구절절한 설명과 직함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MBC에서 '뽀뽀뽀'로 데뷔해 '일밤'의 몰래 카메라를 탄생시켰고, '남자 셋 여자 셋'과 '세 친구'를 연달아 대히트를 시킨 장본인이다. tvN으로 옮겨서 '롤러코스터', '막돼먹은 영애 씨', '현장토크쇼 TAXI' 등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데 산파 역할을 하며 '역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창의'로 시작하고 '열정'으로 이끌어 '관계'로 완성하라. 자타공인 방송 콘텐츠 최강자인 저자는 이 3가지가 당신을 결국엔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그의 우울하고 아픈 청춘으로부터 시작해 저자가 강조한 3가지의 키워드를 깨닫고 다지는 과정을 방송 제작 일화와 버무려 눈을 떼지 못 할 정도로 맛깔나게 풀어 놓는다. 이 책은 사소한 순간이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삶과 세상을 '다르게' 만드는 방법과 원칙을 찾아낸 이의 이야기다. 멈춰버린 것 같은 일상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결코 어느 한 시기에 단절되지 않는 삶에 대한 믿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속에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과의 대화'를 취임 이후 MBC에서 처음으로 방송하기로 결정했고, 내가 그 프로그램의 연출자로 선정된 것이었다. ...이때만큼은 공식이 안 보여야 하는 건데 또 공식이, 고정관념이 보였다. "감독님, 우리 흑막 걷읍시다." "왜?" "쇼 조명 때리게요." 조명감독이 기절초풍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 나오는데 뒤에다 쇼 조명을 때리자니. "야, 창의야. 안 된다, 이거는 안돼." "...일단 까만 거 걷어놓고 블루 적절히 때리고 핑크도 좀 넣고 그래보죠. 칠순 할아버지 나오시는데 얼굴 좀 뽀얗게 해드립시다. 내가 다 책임질게요. 일단 리허설 해보고 위에서 뭐라 그러면 다시 흑막 내리면 되잖아요. 단추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 흑막 내릴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도 일단은 조명감독을 안심시키려고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점잖은 쇼 조명'을 쏘았다.(58,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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