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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부커 상, 그리고 25개의 부커 상 중에서 뽑힌 ‘부커 오브 부커스’ 상, 그리고 40개의 부커 상 수상작 중 독자 투표로 뽑은 ‘베스트 오브 더 부커’ 상 수상작. 믿기 힘든 수상이력은 <한밤의 아이들>에 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 소설 자체가 믿기 힘들 만큼 거대한 이야기 덩어리다. 요약이 불가능한 중구난방의 사연들이 자체 증식하는 생물처럼 끝없이 가지를 쳐 나간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중심 서사에 개의치 않고 제 갈 길을 가며, 그 자글자글한 골목들은 서로 만났다 헤어지면서 구역을 형성한다. 그 구역의 반경은 평범한 소설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어서 심지어는 실제로 있지 않은 곳마저 포함되어 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20세기 도시에 출현한 우화는 구전 설화의 왕국인 인도의 정신적 측면을 상징함과 동시에 당대 인도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기능한다. 이것은 마치 마술적 리얼리즘에 대한 사전적 정의(定義) 같다. 그러나 그 정의를 성취한 작품들은 극히 드물며, <한밤의 아이들>은 그 기적적인 성취 사례 중 하나다. 주인공의 삶, 즉 중심 서사는 이 이야기들을 한번에 꿰는 실이며, <한밤의 아이들>은 그 실을 포함해 거기에 꿰어진 형형색색의 보석들로 이루어진 목걸이다. 보석의 색깔은 모두 다르고 그 목걸이를 투과한 빛은 무한대의 색깔들로 변한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머리에 어떤 잔상이 남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잠시 스쳐갔던 어떤 이의 삶, 갑자기 끝나버린 어떤 사건의 후일담이 궁금해진다. 때로 몇 개의 궁금함들이 얽혀 자기들끼리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이야기를 고압력으로 주입 받았기 때문이다(물론 즐기면서다). 무한을 향한 소설이 끝나는 순간 독자의 머릿속에서 1이 더해진다. 그리고 무한+1은 역시 무한이다. 그렇다. <한밤의 아이들>이 끝나도 <한밤의 아이들>은 끝나지 않는다. 셰헤라자데의 이야기들이 그랬듯이.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그저 좋아서 내일이란 없다는 듯이 게걸스럽게 문장들을 읽어가다가는 결국 "아아, 제발 이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된다. 그게 바로 최고의 소설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은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소설이다. 이 놀랍고 터무니없고 귀청이 터질 만큼 수다스러운 이야기꾼에게 어떻게 매료되지 않을 수 있을까? 좋은 소설이란 무엇입니까? 이런 시대에 소설 따위가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건 질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밤의 아이들>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랄까. 그러니, 모든 질문은 완독 후에. –김연수(소설가)_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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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본심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 지음, 방영호 옮김 / 푸른숲

"컴퓨터도 아는데 나만 모르는 관계의 법칙"
일찍이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며 달관의 경지를 뽐낸 노래가 있었지만,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미처 이 비밀을 알지 못한 수많은 연인들은 각자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고, 이 문제에 둔감한 몇몇 친구들은 동창회에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직장, 학교, 가정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관계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스탠퍼드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클리포드 나스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분석할 방법으로 컴퓨터를 떠올렸다. BMW 자동차 내비게이션 목소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콜 사태가 벌어진 일에서, 인간이 기술을 대할 때도 사람을 대할 때와 비슷한 통념을 드러낸다는 점에 착안한 발상이다. 생각해보면 변수 제어가 어려운 사회과학 실험에서 인종이나 성별, 나이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컴퓨터는 썩 괜찮은 조사원이라 하겠다.

효과적인 칭찬과 비판의 순서와 방법 같은 비교적 단순한 실험에서 시작해 겸손과 자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기 평가의 딜레마, 효과 없는 팀워크 강화 훈련의 대책, 전문성만으로는 완전하지 않은 설득의 비밀 등 27가지 심리 실험으로 칭찬과 비판, 성격, 팀 빌딩, 감정, 설득의 다섯 주제를 파헤친 이 책의 결론은 단순하다. "세상이 보기보다 복잡하지 않다", "누구나 쉽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규칙들이 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결론보다 중요한 건 재미나고 기발한 실험의 설계와 진행이다. 사실 '관계의 본심'은 여기에 있는 거니까.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우리는 컴퓨터와 여러 쌍방향 기술을 실제 사람처럼 다루면서 이런 규칙들을 많이 발견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일반적인 사회생활과 유사한 상황에서 컴퓨터와 상호 소통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단순화하고 상호작용의 근본 원리를 파악했다. (중략) 이 책에서 소개한 인간관계 규칙들은 누구나 쉽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규칙들은 사람 대신에 컴퓨터에 적용해도 잘 통했는데, 인간관계에서 더욱 잘 통하리라 생각한다._293~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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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조종자들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검색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남는 법"
지식의 구성이 Know-How에서 Know-Where로 변모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젠 ‘검색’하지 않고 새로운 걸 알아내기도, 알고 있던 걸 확인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가장 잘 조응한(혹은 흐름을 이끈) 곳이 구글인데, 문제는 보다 나은 검색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가 이전에 방문한 사이트, 검색 내용, 구매 기록 등이 기업 간에 공유되고 개인은 이전 접속에 종속된 검색결과, 나아가 그에 따른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온라인 정치시민단체의 선구자인 무브온의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는 정보기술 사회가 지닌 문제에서 시작해 민주주의를 묻는 데까지 나아간다. 앞선 현상이 진행되면서 개인은 함께 나누는 정보가 아닌 자기만을 위한(다고 여겨지는) 정보에 사로잡히는 외톨이가 되기 쉽고, 여기에서 벗어나려 해도 기업이 필터링 코드를 공개하지 않거나 악용하는 일을 막기 어렵다. 결국 개별화된 개인은 자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동체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다가서기 어렵기 때문에 시민은 사라지고 참여민주주의는 흩어진다. 지나친 기우일까?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 가운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척 제한적이다. 개별화 코드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관심사를 검색해보고, 쿠키를 규칙적으로 삭제하고, 투명한 규칙에 기반한 사이트를 이용하는 일인데, 당연히 이건 소극적 대처에 불과하다.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저자 스스로도 고백하듯이, 앞선 디스토피아가 기우에 그치려면 지금이라도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에 대처하려는 고민이 절실하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옆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컴퓨터 화면을 살펴보지 않으면, 구글이나 야후에서 서로 어떻게 다른 내용을 보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무엇이 사실이고, 중요하고, 진실인지에 대해 필터 버블이 우리의 인식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필터 버블이 실체를 드러나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_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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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사람공부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북이십일)

"‘원래 사람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로 시대와 가치를 뛰어 넘는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현시대와 사람에 관한 깊이 있는 비전을 제시했던 저자 정진홍이 이번에는 '사람'을 주제로 우리에게 새로운 물음과 가능성을 던진다. 직장 다니기 싫은 이유 중에 반 이상을 차지하는, 때로는 인생의 큰 걸림돌이 되었다가도 또 때로는 희망의 증거가 되기도 하는 '사람' 이라는 존재.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존재를 믿기도 하고 또 증오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거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이 책의 어느 장을 펴든 그 곳에는 비록 충분히 완벽하지는 않으나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어 내 삶을 차근차근 돌아보게 해준다. (사실, 카사노바가 이 책에 등장했을 때에는 깜짝 놀랐다!) 비단 이 책에 등장하는 송해, 나탈리 포트먼, 무라카미 하루키같이 꽤나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서 끊임 없이 나와 소통하는 사람들을 보건대 분명 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건 바로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사람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 때에만 더 성숙한 내가, 더 사람다운 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공부! 그게 바로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힘이라고, 65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빌려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지쳐버린 당신, 그러나 어쩌랴. 결국 사람이 답이다. - 실용 MD 도란

책속에서: 사람공부를 하는 궁극적 이유는 내가 나 되기 위한 것입니다. 결코 누군가를 닮고 따라 하는 것에 그치자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나 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 되기 위한 몸부림이 곧 인생 아니겠습니까. 이 책은 바로 나 자신의 그런 몸부림의 작지만 의미 있는 결과물입니다. 우리 함께 공부해봅시다. 그리고 자기 안의 놀라운 가능성을 일깨워봅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나는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겁니다. 여기 사람공부의 참뜻이 있습니다._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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