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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이창호 지음 / 라이프맵
"‘한국바둑의 전설’ 이창호의 30년 바둑인생, 바둑철학"
서른 여섯의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의 자전에세이. 여섯 살에 처음 바둑을 접한 이창호는 1984년 8월, 한국이 낳은 당대 최고의 승부사 조훈현 9단과 사제의 인연을 맺었고, 2년 뒤 1986년 7월, 프로의 관문을 돌파했다. 한국바둑을 세계최강의 길로 이끌면서 ‘한국바둑의 전설’, ‘바둑의 신’이라 불렸다. ‘최초’, ‘최다’, ‘최고’의 타이틀과 함께 바둑 한 길만 걸어온 그가 지난 30년의 바둑인생에 관한 풀 스토리를 공개한다. 제목의 '부득탐승不得貪勝'이란 승리를 욕심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이기려면 버리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둑 십계명의 첫 번째 원칙이자 나머지 아홉 가지 실천 강령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책에는 그가 바둑을 처음 접하게 된 시절부터, 기사생애의 결정적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바둑을 통해 깨달은 삶의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 이창호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중계되는 흥미진진한 승부의 세계를 통해 바둑의 매력과 가치를 충분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심지어 바둑을 모르는 독자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처세법과 자녀교육법까지 배울 수 있는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말로 시간을 돌이킬 수 없음을 설파했다. 나는 분명 변화했고, 또 앞으로도 변화해야만 한다. 지금 내 앞이 커다란 산으로 막혀있다면 길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반드시 길을 만들 것이다. “지금 싸우고 있는 자는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 자는 이미 졌다”는 말도 있다. 나는 아직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고, 단기적인 승부 그 이상의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이다. 나는 결코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반상의 승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_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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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타밈 안사리 지음, 류한원 옮김 / 뿌리와이파리
"이 책은 역사MD가 꼽은 올해 최고의 역사책입니다"
이슬람 국가의 민주화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9.11 사태 10주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간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깊어졌을까,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와 성찰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서구 중심의 세계사에서 벗어나 무슬림이 생각하는 세계사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최근 이슬람 국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민주화’로 설명하는 방식이 전형적인 서구 중심의 시각이다. 이슬람은 신앙체계로서의 종교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프로젝트다. 이슬람을 민주주의의 반대인 전제정치로 이해하고 작금의 사태를 이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그려내는 건 무슬림 입장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처럼 서구 중심의 세계사는 근대 이후 전 세계를 덮었고 문명, 자유, 평등,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독점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과정은 어떠했는가. 북부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까지 10억 명이 넘는 무슬림은 앞선 가치의 실현을 방해하는 존재에 불과한가. 이 책은 무슬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그들의 역사 서술 방식에 따라 세계사를 구현한다. 읽다 보면 자신이 무슬림이 된 듯한, 이슬람이 너무 멋지게 보이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던가. 마찬가지로 배치를 바꾸면 시선이 바뀌고, 시선이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특히 동아시아라는 나름의 세계사를 바탕으로 근대 이후 서구 중심의 세계사를 공유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더욱 다채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역사가 단순히 회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면, 나는 이 책을 올해 최고의 역사책으로 꼽겠다. - 역사 MD 박태근
추천의 글: 타밈 안사리는 이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도무지 눈길을 돌릴 수 없는 유익한 책을 썼다. 그는 매끄럽고 매력적인 문장으로 인습적인 지식에 도전하고, 이슬람과 세계가 서로를 형성해온 역사를 더 깊게 이해하자고 호소한다. 그러므로 오늘날처럼 불안하고 반목을 일삼는 9.11 이후의 세계에서 이 책은 필독서다.(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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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존 버든 지음 / 비채
"꼼꼼하고 성실한 미스터리 소설"
도입부가 흥미진진하다. 뜬금없이 1에서 1000 사이의 숫자 하나를 생각해 보라고 쓰여진 편지가 퇴직한 형사에게 배달된다. 형사는 자연스럽게 숫자 하나를 떠올리고, 편지 말미에 자신이 생각한 숫자가 쓰여져 있는 걸 보고 경악한다. 그리고 그 숫자를 확인한 순간부터 살인 게임이 시작된다. 이쯤 되면 미스터리 팬들은 도입부에 걸맞는 빠른 템포와 기발한 트릭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658, 우연히>는 오히려 고전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풍기며 차분하게 진행된다. 주류 영미 스릴러들처럼 파괴적인 반전, 즉 스토리를 뒤집어 버리는 방식의 강렬한 한방은 없다. 퇴직 형사 ‘거니’의 사건 해결 방식은 ‘성실함’이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복선과 반전은 이야기를 뒤집는다기보다는 끈질긴 추적의 궤도 수정 작업이다. 화려한 총격전과도 같은 주류 미스터리/스릴러에 비하면 이 작품은 노련한 사냥꾼의 길고 긴 추적기다. 총성은 한 방으로 족하다. 이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은 앞으로 이어질 데이브 거니 시리즈의 시작이며, 존 버든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제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듯하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그들이 쫓아오던 발자국이 갑자기 끊겨버렸다. 눈 위에 난 발자국, 하나씩 하나씩 800미터 정도 이어졌던 발자국이 뚝 끊어졌다. 그 발자국을 남긴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위의 눈은 티 없이 깨끗했다. 사람의 발자국은 물론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 발자국들은 가장 가까운 나무에서도 3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에 있었고…가장 가까운 도로에서도 적어도 90미터는 떨어진 지점이었다. “지금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가?”거니가 물었다.“우리 모두가 뭘 놓치고 있는 셈이지.”_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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