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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장정일 지음 / 마티
"쾌락으로서의 독서와 사회적 독서의 상호작용"
꼭 1년 만에 나온 장정일의 독서일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장정일은 정말 읽고 쓰는 일 외에는 다른 걸 안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시사인, 프레시안북스, 한겨레 등 다종다양한 지면에 쉼 없이 서평을 쓴다. 그는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는 것은, 그 안에 쾌락이 있기 때문이라 선언하지만 한편 책을 파고들수록 현실로 돌아온다는 명제도 동시에 참이다. 작년에 나온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과 이번 책을 비교해보면 이런 독서론 사이의 방황이 엿보인다.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다 / 우리는 과거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 / 나는 타인이며 동시에 나다 / ‘나쁜 책’을 권해도 무방한 시절은 없다
인권의 역사는 시민권의 역사와 동일하다 / 뇌관이 제거된 사회주의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 시대가 달라도 인간문제에서는 늘 보편주의를 찾는다 / 지성인이라면 거의 본능적으로 소설을 피한다 / 근대는 오는가, 왔는가, 도로 갔는가
앞쪽이 1권의 장 제목이고 뒤쪽이 이번 책의 장 제목이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뭐가 달라진 거지 싶은 기분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시도해오던 두 가지의 농도가 조금 달라진 정도라 보는 게 맞겠다. 분명한 건 장정일은 후자의 농도를 더욱 높여갈 거고, 그러다 보면 장정일이 읽는 책이, 쓰는 글이, 사는 삶이, 종국에는, 어쩌면 세상도 변할 수 있을까. 오늘도 장정일은 쾌락으로서의 독서와 사회적 독서의 상호작용을 실험한다.
사족. 오웰이 쓰고 장정일이 인용한 "책 뒤에 들어가는 원고지 1~2매 분량의 추천글은 '날조'고 본질적으로 '사기'다"는 문구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 인문 MD 박태근
뒷표지 저자의 글 : 저는, 책을 읽는 일에서 처음으로 쾌락을 느낀 어느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글이나 책을 읽는 행위가 마치 제가 그 글이나 책을 쓰는 것인 양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환각 속에서는, 제가 읽어주기 전에 그 글이나 책은 아예 존재한 적이 없는 게 되죠. 유아적이고 독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방식으로 ‘나’를 바쳐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에 공감하고자 했습니다. 예의 <독서일기> 서문에 “나 아닌 타자의 동일성에 간섭하고 침잠하는 일”이라고 썼던 게 그런 뜻입니다. 그렇게 저는 많은 책들의 의사 저자가 되고 양부가 되었습니다. 저에겐 그게 쾌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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