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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꿈꿀 수 없는 청춘, 2011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청춘은 아무 것도 주장할 수 없다. ‘못난 20대’가 동정(혹은 비난)을 받는 세상. ‘진짜 영광스러운 일’은 이미 다른 이들이 다 주장해버렸다. 기존 체제, 기성세대, 이성애, 권위주의, 기독교, 자본주의 등을 윗세대가 모두 반대하고 난 뒤, 더는 반대할 것이 남지 않은 록그룹의 아연함처럼, 20대 없이도 이미 ‘그레이트’하고 완전무결한 표백된 세상을 보면서도 그들은 무력하다. 그들이 꿈꾸는 건 기껏해야 7급 공무원이 되어 퇴근 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정도.

이 책은 문제적이다.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청춘들이 자신의 인생이 정점에 오른 시점 ‘자살’을 택함으로써 이 세상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발상의 폭력성부터 그렇다. 악마적 매력을 지닌 ‘세연’과 그녀의 계획 속 나와 휘영, 추, 선우 등. 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현직기자 소설가의 건조한 문장이 직조해냈다.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사 당시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이라는 평을 받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진짜 혁명 얘기야. 진짜로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의 존경을 얻는 일에 대한 얘기. 진짜 영광스러운 일은 그런 일에 있지. 실패하더라도 칭찬을 듣는 일이라니까. 그런데 그런 일들은 이미 워싱턴이라든가 링컨이라든가 애덤스라든가 마틴 루터 킹 같은 사람들이 다 해버렸어. 동성연애자들이 결혼할 권리까지 이미 누가 먼저 주장해버렸다니까.” “그래서, 너는 목표가 있어?” “있지.” “뭔데?” “아직은 네가 들을 준비가 안 돼 있어.” 재키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너는 내가 죽은 다음에나 준비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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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싸이코패스 블록버스터의 탄생"
스릴러 세계에 싸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완벽히 각인시킨 작품, <검은 집>의 작가 기시 유스케가 드디어 싸이코패스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켜 공포를 선사했던 <검은 집>에 비하면 <악의 교전>은 말끔함이 느껴질 지경이다. 살생의 발걸음은 경쾌하고, 일말의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다. 심지어 이 악마는 뭔가를 죽일 때마다 휘파람으로 늘 같은 곡, ‘서 푼짜리 오페라’의 멜로디(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Cheek to Cheek 멜로디라고 하면 더 익숙하겠다)를 분다. 그 휘파람을 제외한 모든 것은 냉철한 의식의 통제 안에 있다. 악마는 감정도, 공감도, 어떤 ‘정서’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여기에 공포는 없다. <악의 교전>은 <검은 집>과 일종의 대립된 한 쌍인 셈이다.

따라서 이 소설을 강력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호러 스릴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악의 교전>은 가볍고 날래다. 타인의 약점들을 이용해 인형놀이를 하듯 살인을 지휘하고, 종국에는 직접 대학살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악마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공포가 아니라 어떤 기대감, 혈흔이 난무하는 고어 영화를 볼 때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기시 유스케는 또 특이한 걸 써 버렸다. ‘싸이코패스 블록버스터’라고 부를 법한, 독자들을 오히려 끌어들이는, 더 많은 걸 보고 싶게 만드는 이상한 살인극을.
- 소설 MD 최원호 

싸이코패스 혹은 연쇄살인에 관하여 :
<검은 집>
<한국의 연쇄살인>
<아메리칸 싸이코 1>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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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말해 봐!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앤서니 브라운, 감정코칭 그림책!"
‘기분이 어때?’ 라는 질문과 함께, 뭔가 궁금해서 눈이 똥글똥글한 꼬마 침팬지가 등장한다. 장난감이 다 싫을 만큼 재미없거나, 폴짝폴짝 뛰고 싶게 행복하거나, 구석에 숨어 있을 만큼 외롭거나, 너무너무 궁금해서 눈망울을 동글동글 굴리기도 한다. 울거나 웃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단순하게 감정을 표현하던 아기들은 자라면서 폭발적인 정서 발달을 경험한다. 지루함, 슬픔, 외로움, 기쁨 등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고, 또 또래나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호교류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생소한 이런 감정들을 표현하거나 이해하는데 서툴기 때문에 부모의 적절한 코칭이 필요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감정을 보여주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또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생생한 표정과 깜찍한 행동, 솔직한 표현,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눈망울. 앤서니 브라운의 꼬마 침팬지는 정말로 우리 아이들과 똑같다, 한없이 사랑스럽다.
- 유아 MD 강미연

작가소개 : 앤서니 브라운은 194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독특하고 뛰어난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로, 많은 작품이 전 세계에서 출간되어 널리 사랑받고 있다. <고릴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과 ‘커트매쉴러 상’을 받았고, <동물원>으로 두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영국도서관협회와 북트러스트에서 주관하는 영국 계간 아동문학가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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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덫
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 모요사

"누가 내 마시멜로를 옮겼을까에 대한 시크릿"
이 책이 던지는 두 가지 질문은 이렇다. 자기계발서는 왜 도움이 안 되는가? 진정한 자기계발은 어떻게 가능한가? 두 번째 질문을 보니 일방적으로 자기계발을 부정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바깥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인적자본으로서의 자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행에 휩쓸리는 자기계발이다. 실제 자기계발서 분야는 유행을 많이 탄다. 시간관리, 배려, 위로 등의 주제어가 차례로 관심을 끌다 수그러들었고, 최근에는 버리고 비우는 게 유행이다. 이처럼 그때그때 자율경쟁 시장이 필요로 하는 덕목으로 외양을 꾸미고 기능을 더하고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도태되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건 자기계발이 아니라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계발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은 미국을 배경으로 70년대 이후 자기계발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이유를, 이미 한국에도 소개되어 잘 알려진 여러 책을 예로 들어 분석한다. 자기계발서의 내용적 허위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기반하는 자아에 대한 고립적이고 탈정치화된 관점까지 파고들어 비판한다. 개인의 형성이 자기 힘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우리는 무수히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다른 이의 노동이 아니라면 자기계발은커녕 자기 생존도 불가함을 역설한다. 물론 이 책도 진정한 자기계발의 답을 똑부러지게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출발점을 제안할 뿐이다.

언젠가 친구가 재미로 만든 제목이 있다. <누가 내 마시멜로를 옮겼을까에 대한 시크릿>, 지금의 자기계발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만간 이런 괴물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신체가 필요를 따르지 못한다면 기계를 더해도 좋다는 시대이니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옮긴이의 말 :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소개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배경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위인전을 읽으며 꿈을 키울 나이도 아닌데 누군가의 경험담이나 일방적인 조언을 삶의 지침으로 삼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들을 체계적으로 개관하고 시대적 배경 아래에서 재해석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의의와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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