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숲

"원전으로 만나는 서양 최고의 역사서"
근대 이전에 씐 역사서 가운데 두 권을 꼽으라면 서양 문화권에서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고르는 데 이견이 없을 테다. 전자는 그리스 문명의 붕괴를 막은 페르시아 전쟁을 기록했고, 후자는 그리스 문명의 붕괴를 가져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록했기도 하거니와, 이 둘은 명확한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서술한 저작이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는 이 전쟁이 망각되지 않도록 기록했고, 투퀴디데스는 인간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같은 일은 반복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남겼다. 이처럼 이 둘은 다루는 시기, 서술의 목적 등에서 고대 역사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출판되자마자 고전의 지위에 오른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대해 더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다. 이 책의 번역 출간 못지않게 반가운 건 오히려 천병희라는 고전번역가의 존재 아닐까. 함께 소개한 <역사>도 그의 손끝에서 한국어로 살아났으니 말이다. 수십 년간 꾸준히 고전 번역에 힘써온 그의 작업을 보면, (먼지 쌓인 말이지만) 인간문화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리스 희, 비극에서 전쟁사로 옮겨온 그의 다음 행보는 <아나바시스>로 알려진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와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다. 이쯤 되면 그의 번역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자 사건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옮긴이의 말 : 투퀴데디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출판되자마자 고전이 되었다. 그는 함축적인 문체와 날카로운 분석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가장 심오한 역사가라는 평가를 받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특별한 비극을 통해 지혜와 교훈을 찾았다. 진리를 탐구하려는 그의 열의와, 사건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그의 노력과, 평이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기술과, 인간 본성을 파고드는 연설을 적절히 한데 엮는 능력은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경탄의 대상이며 인류에게 불멸의 재산이 되었다.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본 아이덴티티 1
로버트 러들럼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동네

"제이슨 본, 영화보다 더 거대한 미로에 빠지다"
스파이 스릴러만큼 시대에 민감한 소설도 드물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관계와 같은 소재의 문제이기도 하고, 기존의 공식들을 부수며 점점 발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장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 살아남은 스릴러 소설들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얘기다. 존 르 카레, 프레드릭 포사이드 같은 대가들이 그 증거다. 그리고 여기 또 한 편(정확히는 한 시리즈)의 증거가 있다. 액션 영화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칭송받는 영화 ‘본 시리즈’의 원작소설, 로버트 러들럼의 <본 아이덴티티>다. 

1980년에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의 배경은 이미 한 세대 이전의 설정이며, 액션 장면들은 저 유명한 영화 시리즈에 비하면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한계가 느껴진다(게다가 지금은 밥 리 스왜거가 활보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본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꾸준히 기억되는 스릴러 소설이 되었을까? 다시 영화와 비교하자면, 소설 쪽의 음모가 더 거대하고 복잡하다. 영화 전체를 쥐고 흔들었던 트레드스톤은 소설 속에서는 전세계에 걸친 파워 게임의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제이슨 본의 ‘아이덴티티’는 영화보다 더 지독한 변형을 겪으며, 그 과정에서 음모의 총구는 꼬여버려 어느새 누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본 아이덴티티>의 매력은 바로 그 제목에서처럼 ‘정체성의 변화’에 있다. 이 소설은 액션 게임이 아니다. <본 아이덴티티>는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포함한) 끝없이 많은 인간들을 상대로 한 남자가 펼치는 무제한의 마피아 게임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러들럼은 ‘식스팩’ 스릴러 작가들을 한데 뭉친 것보다도 막강하다. –뉴욕 타임스 ‘본 시리즈’는 주인공이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체성 찾기는 단순히 이름을 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도덕적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다. 그는 살인자인가? 아니면 살인을 하도록 의도된 존재인가? 바로 이 질문이 ‘본 시리즈’를 단순한 액션 스파이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준다. –폴 그린그래스(영화감독,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연출)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경제학의 배신
라즈 파텔 지음 / 북돋움

"가격과 가치에 관한 전혀 새로운 사고방식"
맥도날드 빅맥에 들어가는 소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보조금(2006년 46억 달러)을 받는 옥수수를 먹고 자란다. 뿐 아니라 그 소를 사육하기 위해 파괴되는 환경 비용, 과도한 육류 소비로 인한 공공 보건 비용, 빅맥을 '제조'하는 패스트푸드계 노동자의 임금과 의료 및 생활 지원금까지 빅맥의 가격에는 얹어져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회적 생태적 비용을 포함한 빅맥의 가격은 얼마일까.

저자 라즈 파텔은 빅맥이 안고 있어야 할 정상적인 가격은 200달러이지만 아주 태연히 4달러에 팔리고 있다고 말하며 가격에 근거한 경제학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 이미 파괴적 결과를 낳으며 망가진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대한 무신경한 수용과 '보이지 않는 비용'을 외면한 반사회적 기업의 일방적 이익 추구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의 비전을 꿈꾼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보다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려는 노력과 대안, 변화들을 소개하며 사물이 '욕구'나 '욕망'이 아닌 '가치'를 담는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 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2008년 이후에 나온, 세상의 전환점을 다룬 책 중 가장 톤이 깊고 묵직하다. 특히 사파티스타의 ‘느림의 정치’에 관한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다. 지금 한국 사회의 변화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이야기다. 또 경제철학서로서 이 책은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괴로워하거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쥐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우석훈 (2.1연구소소장, 《88만원세대》 저자)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유럽사 산책 1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

"두 발로 그려낸 진정한 유럽 통합의 역사"
1999년 1월, 유럽연합의 통합 화폐인 유로화가 세상에 나왔다. 본격적인 유럽 통합을 알리는 사건이다. 같은 시각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20세기 100년 유럽의 분열과 통합의 역사를 살피러 여행을 떠난다. ‘산책’이란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 여행은 1년 동안 20개 나라 60여 개 도시로 이어진다. 세기의 전환점 드레퓌스 사건에서 시작한 그의 발길은 페트로그라드와 게르니카를 거쳐 아우슈비츠와 비시, 부다페스트와 더블린 그리고 체르노빌과 사라예보로 이어진다. 그는 이 공간에 남겨진 역사의 흔적을 찾고, 이 공간을 살아낸 사람을 만나 역사의 속살을 들려준다.

이처럼 20세기의 굵직한 사건들을 현장과 함께 담아낸 이 책은 19개국어로 번역 출간이 되며 유럽에서만 1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유럽사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생생한 민중의 목소리와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 한데 어울린 드라마틱한 서술도 이유겠지만, 아마 통합 유럽의 역사상을 고민하는 유럽인들에게 꼭 필요한 텍스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통합 과정에서 권력과 자본 중심의 획일화된 기준들이 유럽의 다양성을 해치진 않았는지, 통합 이후 지속적으로 불거져나온 빈부 격차와 국가 간 불균형을 해쳐나갈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은 이런 질문의 해답을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20세기 유럽의 역사에서 찾으려 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마주한 비슷한 문제의 해답도 이런 방법으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가져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1년 내내 유럽 전역을 여행하면서, 나는 낡은 페인트를 벗겨내는 기분이었다. 몇 세대 동안 단절되었던 탓에 동유럽과 서유럽을 갈라놓는 껍데기가 더욱 두꺼워졌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럽인에게 공통된 역사가 있을까? 물론 누구라도 별생각 없이 로마제국,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시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1989년이 공통된 역사가 아니겠느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인 개개인이 경험한 역사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