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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양영철 옮김 / 21세기북스

"거기에 욕망은 없는가'
한국과 일본에서 기록적인 판매를 일으킨 <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의 신작, <화내지 않는 연습>이 출간됐다. 전작에서 잡념을 버리는 법을 제시하여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노를 일으키는 마음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날씨가 부르는 짜증과 일이 몰고 오는 짜증의 종류는 다르다. 날이 더울 때는 짜증이 나도 '왜 나만?' 이라는 감정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쌓이는 일이 불러 일으키는 짜증은 회사나 상사에 의해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머릿속의 억울한 스토리를 무의식적으로 완성해 걷잡을 수 없는 화를 부른다.

저자는 때문에 마음이 보내는 '화'의 신호를 감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습법을 제시한다. '화'를 억압하거나 발산하여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대신 담담히, 타인의 분노와 나의 번뇌를 다스리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일상에서 어느 때나, 누구나 가능하다. 우주의 모든 생명이 집착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고요한 마음으로.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분노의 감정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지금까지 느끼던 온갖 싫은 일들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없게 된다. 화를 내는 동안에는 괴로움이나 충실감의 부족, 따분함, 비참함 등의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고, 몸과 마음은 황폐해지고 있지만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마음은 화를 내는 편이 득이라고 착각한다. 이 착각은 마음속에 견고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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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다락방엔 악마가 산다, ‘그’ 고문기술자 아버지가 산다."
이 소설은 어느 유명한 고문 기술자에 관한 이야기다. 십 년의 도주 끝 자수를 하고 현재는 종교인으로 살고 있는. 그에게서 빚어진 주인공 ‘안’은 반달곰, 장의사집 둘째 주인, 안부장으로 불리는 악명 높은 기술자다. 세상이 바뀌고 수배자 신세가 된 그는 비린내를 풍기는 짐승이 되어 딸의 다락방에 숨어들었다. 동시에 이 소설은 고문 기술자의 딸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는 친구를 동경했고, 손이 따뜻한 남자와 세상의 빛이 되고 싶었던 여자. 꿈 많은 대학생활의 시작을 아버지의 몰락과 함께 맞았던, 다락방에 갇힌 아버지에게 갇힌 그의 딸. 그녀의 일상은 아버지로 인해 파괴되었다.
 
천운영 특유의 몸서리 쳐지는 묘사가 지면 속 고통을 감각으로 전이시킨다. 고문기술자의 잔인한 고문 장면, 만두향처럼 퍼지는 첫사랑의 따뜻함. 아버지의 시점과 딸의 시점이 교차하며 잔혹함과 무력함이 이어진다.  애국자인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보단, 집 앞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 남자를 더 이해하게 되면서, 딸은 생강처럼 불편하고 쓸쓸하면서도 청량한, 깊은 삶의 맛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그’ 고문기술자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가해자가 남긴 상흔을 아직 간직하고 사는, 피해자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초판 한정, <이끼> 윤태호의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 한국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이제 그대로 반나절만 내버려두면 된다. 그다음은 시간이 알아서 할 것이다.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반나절이면 살아온 인생 전체가 한편의 드라마로 영사될 시간이다. 놈이 행한 죄와 미처 행하지 않은 죄까지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놈이 맛보았던 행복과 맛보고 싶었던 희망까지 생각해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물이 모두 소화되어 사라질 시간이다. 토할 음식이 없으니 기도를 막을 조각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놈은 함부로 죽지도 못할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인 기술을 보여줄 시간이다. 지금이 바로 칠성판 위에 눕힐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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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사회과학
우석훈 지음 / 김영사

"80년대 사사방, 2010년대 나너사"
한국사회에서 사회과학은 대결과 논쟁의 언어였다. 자본이란 절대강자가 세상을 호령하기 시작하자 사회과학은 갈 곳을 잃었다. 긍정, 위로, 치유의 언어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요즘, 현상, 분석, 해석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방법은 지루할뿐더러 효용도 없어 보인다. 사회과학의 태생적 한계 때문일까?
 
전방위 지식인 우석훈은 ‘사회과학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21세기형 사회과학 방법론을 제안한다. 설명과 이해, 환원주의와 다원론, 균질성과 비균질성, 선형과 비선형 등 연구실 속에 갇혀 있던 세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방법들을 우리 삶과 세상으로 끄집어내 ‘쓸모’ 있게 바꿔내는데, 사회학, 경제학 이론과 한국사회의 현장을 균형 있게 다루어 ‘이론과 실천’이라는 양수겸장으로 사회과학을 되살려낸다.
 
입말체를 살려 실제 강의를 진행하듯 쉽게 읽을 수 있는 데다 학생들과 함께한 실습 과제를 옮겨놓아 일반적 방법론을 체득하는 동시에 각자의 특수 방법론을 만들어갈 수 있다. 문득 80년대 ‘사사방’, 2010년대 ‘나너사’란 멋진 조합이 떠오른다. - 인문 MD 박태근 

저자의 초대장 : ‘사회 현상이 존재한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알 것인가?’ 이것의 인식 수단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사회과학 방법론입니다. 긴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사회과학 공부를 해보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살리는 사회과학의 힘이 생소하고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초대장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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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봄에도 사람들은 죽겠지요…"
도처에서 꽃향기가 풍기는 추리 단편집. 꽃들은 살인에 뒤얽혀 동기가 되고 단서가 되고 증거가 된다. 그러나 렌조 미키히코 자신이 말했듯, 꽃들이야말로 이 단편집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쓰리고 슬픈 사연들은 곧바로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지지 않고 각 단편에 등장하는 꽃을 통해 투영된다. 그 투영된 빛이 작품 위로 드리워지면서 이 소설집의 기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부드럽고 따스한 빛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비참한 살인 사건을 보면서도 어떤 초현실적인 정취 속에 머문다. 마치 책 전체가 봄인 듯하다. 살인은 아지랑이에 둘러싸여 풍경의 일부처럼 보이고, 어디에서건 꽃이 피어오르는 중이다. 이 꽃 이야기들을 사람들은 화장(花葬) 시리즈라고 부른다. 꽃으로 장사 지낸다는 뜻이다.
 
물론 이 작품을 일반적인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흥미로운 트릭과 섬세한 반전도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회귀천 정사>가 주간 문춘 선정 ‘20세기를 대표하는 일본 미스터리 20선’에서 1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특유의 정취 덕이다. 11위라니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리스트에서 10위에 등극한 작품이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라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 외국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소노다는 자유로운 쪽 손으로 가슴께 주머니에 넣어둔 약을 꺼냈다. “잠자듯 편하게 죽을 수 있어.” 라고만 말했다.
여전히 들리는 건 물소리뿐이었다. 소노다와 아야코의 얼굴은, 두 사람의 생명이 이미 밤바람과 강물의 흐름을 타고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보내진 것처럼 조용했다. 다만 약을 먹기 전에 아야코는 잠시 버선에 신경을 썼다.
“더러운 버선을 신고 죽고 싶진 않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진흙이 버선에 묻지 않았는지 신경을 썼다.
바람이 거세어졌다.(..) 아야코는 얼굴색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강의 흐름이 잇달아 닫히는 어둠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노다 역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죽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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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1-03-1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 소개 잘 보고 갑니다.

주간편집회의 2011-03-22 16:44   좋아요 0 | URL
여강여호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