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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우리들의 트렌디한 욕망, 백영옥 첫 소설집!"
<스타일>의 작가 백영옥은 무척 스타일리시하다. 첫 소설집의 표제작 <아주 보통의 연애>에는 알랭 드 보통과 LG 트윈스, 티파니 반지와 하이네켄 같은 소재가 엮인, 경쾌하고도 처절한 연애담이 담겨 있다. 미끈한 명패에 갇힌 인물들은 어딘지 모호하다. 장기매매업체에서 간을 담당하면 ‘간부장’으로 명명된다. 대필작가로, 에디터로, 관리부 직원으로, 청첩장 제작업자로. 미끈한 명패에 스스로를 가둔 도시생활자들. 세계는 트렌디하지만 인물은 원초적이다. 현대적 기준대로라면 ‘잘 살고 있는’ 트렌디한 그들도 외롭고, 욕망하고, 그래서 처절하다.
등단작 <고양이 샨티>를 포함,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관리부 여직원은 영수증과 사랑에 빠졌고, 아버지는 유방암에 걸렸다. 세 남자의 약혼녀들에겐 제 약혼자들의 잘린 손가락이 배달되고,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는 콘돔에 몹시 안도한다. 살짝 비틀린 일상을 서술하는 문장은 네일샵에서 정돈한 손톱처럼 말끔하다. 독특한 인물들이 빠르고 경쾌하고, 때론 섬뜩하기도 한 모습으로 스쳐간다. 몇 년을 함께 근무했어도 아직 성(姓)을 모르는 직장동료의 얼굴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음을 알고 있다면, 우리를 닮은 모호한 누군가의 이 우스꽝스러운 연애가 남의 일만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이 연애가 ‘보통’인 이유다. - 문학 MD 김효선
책속에서 : 나는 '12,800원'이라고 찍힌 수백 장의 영수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날짜별로 하나씩 복사해두었다. 일기를 쓰지 않는 이정우 대신 내가 그의 일상을 복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수증을 올려놓은 복사기 불빛이 얼굴에 와 닿을 때마다 그의 과거가 햇볕처럼 뺨 어딘가로 스며들었다. 꼭 두 손에 갓 삶은 따뜻한 달걀을 가만히 쥐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영수증을 복사해 이 노트에 한 장씩 붙여나갔다.
이정우의 일기장은 2004년 12월부터 만들어졌다.
지금은 2008년 7월.
나는 그렇게 영수증으로 만들어진 서른두 권의 비밀일기장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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