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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로즐린 뒤퐁록, 장 랄로 주해, 김한식 옮김 / 펭귄클래식 코리아
"가장 섬세하고 풍부한 <시학> 강의"
인류 역사에서 궁극의 텍스트를 꼽는다면 아마 <시학>은 최종후보에 오를 것이다. 이렇게 ‘확실한’ 텍스트가 연원이나 구성, 해석에 있어 오히려 ‘불확실한’ 텍스트라는 게 <시학>이 지닌 매력 아닐까. 그간 한국에서도 본문을 번역한 시도는 몇 차례 있었지만 다양한 해석을 소개하며 주해를 통해 새로운 텍스트를 만든 ‘창조적 시학’은 없었다. 이번에 펭귄클래식 코리아 100번 째 책으로 나온 <시학>이 반가운 까닭이다.
이 책은 고전문법의 석학 뒤퐁록과 랄로의 프랑스어 번역과 주해를 다시 한국어로 옮겼는데, 폴 리쾨르의 <시간과 이야기>를 옮긴 김한식이 번역을 맡았고, 서양고전학 전공자 김헌이 그리스어 번역 부분에 도움을 주었다. 뒤퐁록과 랄로는 <시학>의 핵심논제를 ‘사람의 행동을 언어로 재현하는 활동’으로 보고 논의를 끌어간다. 더불어 텍스트의 내적 모순에서 발생하는 의미의 긴장에 주목하고, 미메시스, 뮈토스, 카타르시스 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등 텍스트 본래의 구조와 의미에 천착하면서도 그 안에 포섭되지 않았다. 이런 해석의 영역뿐 아니라 본문, 그리스어 원어, 주해의 구성과 본래 뜻을 좇아갈 수 있는 원어 병기, 그리스어가 포함된 꼼꼼한 찾아보기 등 편집 부분에서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시학>은 본래 아리스토텔레스가 뤼케이온 학원에서 강의를 준비하며 정리한 초록이다. 이 책 역시 이 재료로 만들어낸 하나의 강의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에게 알려진 강의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음은 분명하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우리는 단지 하나의 시론(試論)을 쓰고자 했을 뿐이다. (중략) 즉 우리가 직접 고전 텍스트 앞에 가 있으려 한 것이지, 고전을 빌려 현대 학문의 개념이나 이론을 비호하거나 깎아내린다든지 찬양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요컨대 <시학>은 우리에게 패러다임이나 들러리가 아니라 읽어야 할 텍스트였으며, 우리는 읽어냈다. 물론 독자들이 우리 덕분에 새로 되살아난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다. 그저 우리의 책이 독자로 하여금 <시학>의 몇 대목이라도 보다 풍요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서문,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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