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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평전
김삼웅 지음 / 책보세

사상의 은사 리영희의 마지막 기록
12월 1일 <리영희 평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12월 2일 리영희 선생의 생신에 맞춰 책을 낸다고 했다. 생신을 넘기지 않고 책이 나와 무척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이 수년 전 절필을 선언한 리영희 선생의 마지막 말과 글이 될 줄이야. 사상의 은사 리영희가 남긴 마지막 가르침일까. 어떻든 이 책은 마지막 저작 <대화>와 더불어 지식인 리영희를 살펴볼 좋은 자료임이 분명하다.

그간 꾸준히 평전 작업을 해온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은 6개월에 걸친 인터뷰로 리영희와 교감하며, 리영희의 저작, 리영희에 대한 기사와 자료를 섭렵하여 전 생애를 그려냈다. 하지만 스스로 리영희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음을 토로한다. 여기서 리영희의 '1인분의 역할'이 떠오른다. 그는 스스로 1인분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 말한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몫이다. 이 책이 리영희를 기억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각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여름 마지막 인터뷰에서, 지금의 상황이 강제병탄 직전인 1905년과 비슷하다고 평가한 리영희 선생의 통찰이 새삼 놀라운 요즘이다.

책 속에서 : <리영희 평전>을 마치면서 저는 그에 대한 단답식의 평가를 유보하고자 합니다. <일리아스>를 한 마디로 규정하거나 <팔만대장경>을 열 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것처럼, 리영희 선생의 심오한 철학과 학문, 실천의 가치를 어떤 형의 인물이라고 규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물론 필자의 능력과 연구 부족의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 다만 그는 명징한 언론인, 학자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1인분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지식인이란 사실입니다.(572쪽, 닫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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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오수완 지음 / 뿔(웅진)

1억원 고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 책사냥꾼이여 오라!
지난 해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을 수상자로 냈던 1억원 고료 중앙 장편 문학상이 올해는 두 편의 수상작을 냈다. 그중 한 편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전설의 책 <세계의 책>을 둘러싼 책사냥꾼들의 혈투를 그려낸 이 책이다. 헌책방을 운영하던 책사냥꾼 주인공이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란 의뢰를 받게 된다. <세계의 책>을 찾을 실마리가 <베니의 모험>에 있음을 알게 된 주인공은 다른 책사냥꾼에게 쫓기게 되는데.
 
본업이 한의사인 작가가 불혹이 넘어 낸 첫 장편, 곰삭은 내공이 심상치않다. 마르케스, 보르헤스, 움베르토 에코 등의 작가를 연상시키는 지적이고 빠른, 독특한 소설이다. 인용된 책 목록을 보며 작가의 방대한 독서량에 혀를 내두르고, 작가의 서재를 탐내게 된다. 절판된 책을 찾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헌책방을 전전해본 적 있는가. 책탐을 불러일으키는 이 이야기는, 바로 당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공동 수상작 :   

트렁커
고은규 지음 / 뿔(웅진) 

슬트모(슬리핑 트렁커 모임) 회원인 까칠한 유모차 판매원 온두와 효자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는 남자 름의 기묘한 연애 이야기. 가족의 자살로 인한 공황을 피하기 위해, 혹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침대 대신 트렁크에서 잠을 청한다. 치킨차차차라는 게임을 통해 서로의 고통을 고백하는 이들. 감각적인 문장과 따뜻한 메시지가 돋보인다. 트렁크에라도 숨고 싶었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질척대지 않는, 그러면서도 가볍지만도 않은 위로를 건네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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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不 전략
온다 리쿠이병주 지음 / 가디언

적이 그려놓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지 말라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탄의 640개 분량의 화력을 쏟아붓고도 결국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했다. 세계가 놀란 이 전쟁을 실제로 이끈 이는 ‘붉은 나폴레옹’이라 불리운 20세기 최고의 전략가, 베트남의 보 구엔 지압 장군이었다. 모든 것이 불리한 입장에서 거대한 적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미국같이 강한 군대와 싸우면서 우리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세 가지를 하지 않았어요. 우선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그들이 싸우고 싶어 하는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웠습니다”  

LG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인 저자는 지압 장군의 이 3不 전략을 비즈니스에 적용해 시간/시장/사업 차별화 전략으로 치환시킨다. 그리고 ‘울돌목’으로 적들을 끌어들인 이순신 장군과 코끼리를 타고 알프스를 넘은 한니발 등 적들이 그려놓은 그림 밖에서 싸움을 벌인 세계사의 명장면과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승리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의 핵심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책 속에서 : 강한 상대를 이길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되는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적이 원하는 시간을 피해서 싸우는 회피전략은 현명함의 극치요, 강력한 전쟁수행 방법이다. 회피 전략을 쓰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비겁하다는 주변의 비난을 이겨내야 하며 결정적인 기회가 올 때까지 숨죽이며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 수많은 도전자들이 대항할 힘조차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강력한 적에게 성급하게 공격하다 쓰러지고 말았다는 것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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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강주헌 옮김 / 갈라파고스

시민을 위한 비판적 사고 안내서
정보는 넘치고 판단은 어려운 시대다. 천안함 사건만 봐도 그렇다. 각 분야의 온갖 전문가들이 매일 새로운 분석자료를 내놓고 논쟁을 벌였으나, 결론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수준이다. 온종일 미디어에 노출되고, 판단에 필요한 상당수의 자료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얻는 지금,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가 절실하다. 비판적 사고의 시작은 대상과의 거리 두기다. 이 책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 거리인지, 그 거리만큼 떨어진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우선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미디어 다섯 가지 영역으로 도구를 나누고, 각 영역에서 오해하거나 속아 넘어가기 쉬운 지점들을 포착해 눈앞에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오류의 근거와 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구체적, 단계적으로 열거한다. 물론 말처럼 쉽게 비판적 사고를 체득할 순 없겠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수많은 사고실험과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주 속고 사는지 알게 된다면, 더는 속고 살 수 없다는 의욕이 샘솟을 거라 예상한다. 자각과 의욕만 있다면, 나머지는 이 책이 차근차근 알려줄 것이다.

겉으로는 ‘교양인을 위한 지적인 자기방어법’을 표방하지만, 이 책의 실질적 목표는 민주주의의 기초인 온전한 소통이다. 교양인이 아닌 ‘시민을 위한 비판적 사고 안내서’로 이 책을 권한다.

추천의 글 : 재밌고 명쾌하게, 그리고 지식인의 눈으로 저자는 ‘여론을 엄격히 관리’하려는 의도로 고안된 간단한 수법부터 세상에 만연한 온갖 교묘한 속임수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런 수법들을 폭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지만, 저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프로파간다를 분석하는 전략과 비판적 사고를 위한 도구까지 전해준다. 이런 것들은 복잡한 세상을 똑바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질들이다. 왜곡된 이데올로기와 학설이 세계를 설명하는 기준이 된 요즘같이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더더욱.(노엄 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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