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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가슴 속 심장소리를 여전히 간직한 당신께"
은희경의 첫 장편은 영악한 소녀를 통해 세상의 일면을 보여준 <새의 선물>이었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이후 햇수로 3년, 작가는 첫마음을 담은 장편소설을 다시 써냈다. 구십년대 소녀 진희보다 훨씬 세련되고, 훨씬 심드렁한 이천년대 소년 연우를 통해서다. 제 방 벽에 그리핀의 날개를 그리며 비상을 꿈꾸는 소년, 무덤덤한 힙합보이. 유학에 실패한 독고태수와 그의 여동생 독고마리, 그리고 교복과 담배와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소녀 채영을 만나며 소년 연우는 점점 깨지고, 자란다.
언더그라운드 힙합가수 Kebee의 동명의 곡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소설은, 막막하기만 한 어떤 시기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무엇다워야 한다는 말'에 한없이 고독해졌던 시절이 있다면, 그때의 그 가슴 속 심장소리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면 이 소년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들릴 듯하다. 정직하게 내딛는 걸음걸음, 끝없이 달려가는 소년의 숨가쁨이 느껴지는 풋풋한 이 소설과 함께라면 '당신 안의 소년'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문학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각자 너무나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일까.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제멋대로 결론을 내버린다. 미리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뭘 해도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놓고는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를 찾고 일촌을 맺고 그리고 차단에, 친구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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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소망이 두려움을 넘어설 때 지리산 행복학교로 간다"
2009년 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공지영 신작 산문집. 2010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지리산 행복학교’를 모은 이 책은 지리산에 거주하는 공지영 작가의 오랜 벗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단돈 50만 원만 쥐고 지리산 자락으로 거처를 옮긴 ‘낙장불입’ 시인과 그의 아내 ‘고알피엠’ 여사, 통장 잔고 2백만 원을 유지하는 ‘버들치’ 시인과 내비도 교주 ‘최도사’, 자발적 가난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그들만의 행복 학교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 지리산 행복학교 동창생들의 분주하고 변화무쌍한 하루하루의 삶을 아주 가볍고 말랑한 이야기로 풀어내지만, 남보다 덜 소유하는 삶도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참 행복’의 깊은 의미를 전한다. 지리산 행복학교의 개교 소식이 무척 반갑다. - 문학 MD 송진경
책 속에서 : 굳이 그들이 누군가 알려고 하지 않으시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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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이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보수와 진보의 대화가 불가능한 결정적 이유"
복지예산 증액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가난한 이들이 자생할 기회를 주지 않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재원의 상당 부분은 사실 중산층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세율을 높이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 민주사회의 원칙을 어기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수백 년간 혁명, 진보, 개혁의 움직임에 반기를 든 보수의 수사학 3종 세트다. <열정과 이해관계>로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 앨버트 허시먼은 이를 역효과, 무용, 위험 명제라 부른다. 그는 프랑스혁명, 보통선거권, 복지국가 등 지난 200년의 역사에서 세 명제의 합종연횡을 분석해낸다.
이름 있는 논자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분석해가며 논리의 허점과 설득의 강점을 밝혀내는 재미도 충분하지만, 이 저작의 의미는 단순히 보수를 비판하거나 문제 삼기 위한 분석이 아니라는 데 있다. 허시먼은 진보의 논리도 이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오히려 못 미치는) 못함을 살짝 드러내며 문제의 원인은 극단의 비타협적 수사를 반복하는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그가 분석한 명제는 폐기(혹은 자제)되어야 하며 ‘민주주의친화적’인 대화로 나아갈 새로운 명제를 기획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족, 3종 세트의 막강 조합은 위험 명제,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의 연속 공격이다. 충실히 연습해 급할 때 사용하면 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허시먼이 이 책을 쓰던 당시의 미국과 지금 우리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당시 미국은 레이건에서 아버지 부시로 내려오던 보수주의가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였고, 지금의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허시먼이 그때 주목했던 것은 바로 언어의 권력에 대한 것이었다. 지배하는 쪽이든 지배를 거스르는 쪽이든, 새로운 물결을 타고 있는 쪽이든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고 싶은 쪽이든, 그 관계에서 작동하는 언어의 권력은 물질의 권력보다 강하다. <성경>이 이렇게 시작하지 않는가.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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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다음 이야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끝난 뒤, 책 속의 인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달밭마을을 떠나 열다섯 살이 된 소희는 엄마를 만났다.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 장면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은 그 끝은 다른 시작에 불과했다. 그간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왔던 소희는 이제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는 과제에 맞딱드린 것이다. 어디까지가 투정이고 어디부터가 분노인지, 어느만큼이 부탁이고 그 너머가 강요인지 소희는 쉽게 알아내지 못한다. 뭔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자신을 억누르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 그렇게 괴로워하며 겨우 성장해가는 이 소녀가 그러나 얼마나 착한 아이인가는 전작을 읽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윤소희에서 정소희로 성을 바꾼 이 소녀의 나날들을, 부디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 청소년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나는 계속 '욕망'에 대해서 생각했다. 달밭마을의 소희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비해 비현실적일 만큼 내면이 충만한 아이였다. 할머니와 달밭마을의 품을 벗어난 뒤에야 소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사회화된 시선으로 보게 된다. 관계나 물질에 대한 결핍을 깨닫고 그것을 갈구하는 소희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더 불행하게 비춰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건강한 욕망은 인간을 성장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소희가 욕망을 표출하며 본성을 회복해 가고, 어렵게 이뤄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삶의 본질과 그 이면에 대해서 그려 보고 싶었다. -p.3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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