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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평전
장쭤야오 지음, 남종진 옮김 / 민음사
"인간 조조의 치명적인 매력"
중국 역사학계의 원로이자 조조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대학자 장쭤야오의 <조조 평전>. 조조가 연의에서 악의적으로 왜곡되었다는 사실 정도는 이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정치가와 전략가로서의 면모 외에 그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살피는 책은 많지 않다. 장쭤야오는 조조가 인재를 구할 때 오로지 그 능력만으로 선발했던 현실주의자였으며, 그들을 영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민심 확보와 안정적인 군량미 유지를 위한 둔전제 실시 등을 통해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드러난다. 이는 그의 냉혹함과 더불어 정치적 실용주의의 극한, 마키아벨리즘의 현실화에 가까운 모습을 이룬다. 권모술수의 대가인가 하면 원하는 인재 앞에서는 모든 이해타산을 집어던지기도 했던 모순적인 지도자이며, 시와 노래를 사랑해서 몇 권의 책을 쓰기도 했던 문인. 연의와 정사는 기본이고, 다양한 사료들을 근거 삼아 재구성한 인간 조조는 이토록 다양한 모습을 보이면서 어떤 현대성까지 구축하고 있다. 삼국시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주목해야 할 책이다. - 역사 MD 최원호
책 속에서 : 하비 전투에서 여포와 진궁을 사로잡았다. 조조는 그들을 만나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었는데, 여포는 계속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조조는 진궁에게 (중략) 물었다. "...오늘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겠는가?"
진궁이 대답했다. "신하가 되어 불충을 저지르고, 자식이 되어 불효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조조가 다시 물었다. "그대가 이런 꼴이 되었으니 늙은 어미는 어찌할꼬?"
진궁이 대답했다. "제가 들으니 효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남의 어버이를 해치지 않는다 하더이다. 이제 나이 든 제 어머니께서 살고 죽는 일은 명공께 달렸습니다."
"그럼 그대의 처자는 어찌할꼬?" 라고 조조가 다시 묻자, 진궁은 "제가 들으니 천하에 인정을 베푸는 사람은 남의 제사를 끊지 않는다고 합니다. 처자가 살고 죽는 것 역시 명공께 달렸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조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진궁은 "끌어내 죽여서 군법을 밝히십시오." 라고 말하고 마침내 내달으니 막을 수 없었다. p.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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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피어시그 지음 / 문학과지성사
“600만 독자, 이 책에서 답을 얻다"
1974년 발표된 로버트 피어시그의 대표작.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독자층을 확보한 철학서"라는 평과 함께 삼십 여년 동안 600만 독자의 삶의 지침이 되었던 소설이 장경렬 교수의 치열한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가치'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를 담은 철학적 소설이다.
아들과 아버지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떠난 여행, 평온한 여름날의 여행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뒤틀린다.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정신분열 초기 증상을 보이는 아들은 마치 유령처럼 방랑하고, 사유한다. 모터사이클의 관리 방법에 대한 이들의 야외강연은 삶의 가치에 대한 발견으로 이어진다. 물질적 안락함도, 그 안락함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동도 참된 삶의 길이 아님을 소설은 안다. 정正도, 반反도 아닌 용기 있는 제 3의 길,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이 책을 펼쳐보라. 그러면 600만 독자가 열광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역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서 보든 빌려 보든 베껴 보든 빼앗아 보든 훔쳐 보든! - 문학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면,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을 빼놓고는 중력의 법칙이라는 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건 바로 유령과도 같은 거지! 우리 모두는 대단히 오만하고 자만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라서 남들의 유령을 헐뜯는 데는 선수지만, 우리들 자신의 유령에 대해서는 상대와 마찬가지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야만적이고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멍청이들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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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김난도.최인수.윤덕환 지음 / 한국경제신문
"대한민국 소비자 심리와 시장 트렌드를 한 눈에"
소비자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빛나는 아이디어 보다 중요하다. 사업은 내 머릿 속을 뒤지는 게 아니라, 시장을 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이자 소비트랜드분석센터 센터장인 김난도 교수가 3년간의 소비자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물로서, 현재 대한민국 시장을 구성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실제 성향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이붐 세대의 은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폭발 등 최근의 혁명적인 변화들이 소비심리와 시장 트렌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IT/자동차, 미디어/여가생활, 건강/라이프스타일, 소비/행복, 유통 채널로 나누어 살펴 보고 이를 경영이나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 경제경영 MD 장선희
책 속에서 :'모호한 용도', '액티브 엑스 미지원', 'USB 미탑재' 등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3가지 기기 중 아이패드를 선호했다. 소비자들이 아이패드에 끌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사용 목적이 모호한데도 '높은 활용도'를 선호 이유 중 가장 높게 꼽았다. 이밖에 앞서가는 느낌이라서(42.1%), 기능 및 조작이 가장 편리한 기기라서(40.1%), 젊은 감각의 제품이라서(40.1%) 등을 선호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선호 이유 중 '높은 활용도'와 '기능 및 조작 편리성'은 아이패드가 국내 미출시 제품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호 이유가 아니다. 그렇다면 '앞서가는 느낌'과 '젊은 감각'이라는 2가지 핵심적인 선호 이유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적어도 아이패드에 있어서만큼은 '사용가치' 보다는 '상징적이고 과시적 가치'를 선호 이유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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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우리가 전을 범한 까닭"
<전을 범하다>는 ‘박제된 고전을 위한 하이킥’으로 문을 열며 열세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홍길동이 끝내 벗어나지(혹은 포기하지) 못한 가부장제를 폭로하고 심청의 죽음을 공동체의 살해라고 해석하며 교과서 속 정답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본의 결말(토끼가 자라의 아내와 연정을 통한다는)을 들어 <토끼전>을 막장 드라마로 바꾸기도 한다. 고전을 아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해석의 가능성을, 이제 고전의 세계에 들어가는 이들에게는 고전의 참맛을 전해주는 유쾌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의 중요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고전의 재해석이라 불리는 숱한 시도가 의미 있는 까닭은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나 신선한 해석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저자는 지금-여기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듣는 사람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이들의 태도, 즉 우리의 욕망을 읽어내고자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 효, 열을 둘러싼 당대의 갈등뿐 아니라 21세기의 방식으로 그 담론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굳이 ‘전을 범’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용왕과 같은 근엄한 군주, 별주부와 같은 봉건 관료 엘리트들이 사실은 미련하고도 부도덕하여 백성들을 착취하는 데에 아무런 고민도 없었다는 점은 <토끼전>이 드러내는 놀라운 사실이지만, 거기에 저항하는 토끼 또한 ‘선한 약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를 조심스럽게 한다. ‘사회적 인간’인 우리에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우리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누군가에게 간을 내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너의 간을 원한다 - 토끼전’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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