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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낙관주의자
매트 리들리 지음, 조현욱 옮김 / 김영사
“엉성한 비관주의보다 이성적 낙관주의가 낫다?”
옮긴이가 후기에 옮겨놓았듯 이 책의 주장은 간명하다. “인류의 역사는 사람들의 평균적 생활 수준이 계속 향상되어온 번영의 역사였다. 교환과 전문화, 그리고 이를 토대로 발전해온 집단지능 덕분이었다. 혁신적 변화를 계속 이뤄낼 수 있는 인류의 능력(집단지능)이 살아 있는 한 21세기에 인류는 더욱 번영하고 자연의 생물 다양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발전의 맥락에서 인류사를 바라보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본성과 양육>, <게놈>, <붉은 여왕>으로 잘 알려진 과학자 매트 리들리다. 게다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류사 전체를 ‘교환, 전문화, 집단지능’으로 해석해내고 현실의 비관론이 얼마나 허약한 근거에 혹은 사람들의 감성에 기대고 있는지 각종 통계와 연구 결과를 들어가며 고발한다.
언뜻 보면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의 논증을 뒤집어보면 반대의 결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과거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의 삶을 예측하는 까닭은 과거로 돌아가 산다거나 미래로 옮겨가 살기 위함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낙관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이 책의 의미는 ‘미래는 낙관적이다’는 결론에 있는 게 아니라 미래를 낙관적으로 만들기 위해 인류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주장’에 있다. 비관주의와 낙관주의 가운데 어떤 방향이 더 설득력 있는지 어떤 태도가 진정 현재와 미래를 낙관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모두의 숙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나는 이성적 낙관주의자다. 이성적이라고 하는 것은 기질이나 본능 때문이 아니라 증거를 살펴본 결과 낙관주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펼치는 페이지들에서 독자들 또한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우선, 나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인간의 진보는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고통의 신음을 내뱉고 싶은 충동은 항상 있지만, 평균적인 인간에게 지금 세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살기 좋은 곳이다. 경기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는 지금조차도 그렇다. 세계는 더 부유하고 더 건강하고 더 친절해졌다. 상거래 덕분에도 그렇고, 상거래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그런 다음 나는 왜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일이 점점 더 잘돼나갈 것인지 아닌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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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경제학
누리엘 루비니 & 스티븐 미흠 지음, 허익준 옮김 / 청림출판
"금융위기의 도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견했던 닥터 둠의 위기 분석"
미 뉴욕대 경제학 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경제학자이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2년 전인 2006년 9월 곧 미국 경제가 전무후무한 주택시장 붕괴와 소비경기위축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이른바 ‘12단계 붕괴론’을 제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가 금융위기 이후 출간한 첫 책으로 이번 위기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건이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달리, 과거 금융위기의 역사를 분석해 2008년의 상황이 100년 혹은 200년 전의 사건과 얼마나 흡사한지 밝힘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경제위기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위기는 반복될 수 있으며, 위기가 제공하는 개혁의 기회를 통해 위기발생의 영향력과 심각성을 제한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금융 개혁을 주장한다. 목도하고 있는 위기의 근본원인과 그 진행양상 및 이후의 전망과 대안을 하나의 큰 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충실한 참고도서라고 할 만하다. - 경영 MD 장선희
책속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학자, 월스트리트의 사업가, 그 밖의 모든 사람은 규제받지 않는 시장의 오묘함과 금융혁신이 가져다주는 무제한의 수익 같은 동화 속 이야기에 길을 잃고 말았다. 위기는 우리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고려하고 있는 소극적인 개혁방안을 볼 때, 정말 무엇인가가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가 금융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면적인 개혁의 진행을 꺼리는 모습이 분명하게 보인다. 사람들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임시방편의 대책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겪은 일이 모두 몇몇 유해한 모기지 때문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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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광장
김용석 지음 / 한겨레출판
"광장에서 펼쳐지는 사유의 춤사위"
개념의 예술가 김용석이 돌아왔다. 고전으로 잘 가꿔진 <철학 정원>에서 고전과 고전을 접붙이고 길러 열매의 달콤함을 맛보고 사유의 씨앗을 뿌렸다면, 모두에게 열린 <철학 광장>에서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문화(대중문화)’가 한데 어울려 철학할 수 있도록 사유의 춤사위를 펼쳐보인다.
64개의 춤사위는 공연, 방송, 광고, 문자문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망라한다. 구체적으로는 <난타>, <식객>, 댓글 문화, <데스노트>, <아바타> 등 스쳐갔으나 아직 의미를 되새기지 않은 것, 곁에 있으나 관심을 두지 않은 것, 과도한 관심으로 오히려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것을 다룬다. ‘철학적’으로는 <난타>에서 시각의 분산과 해체를 통한 영상문화로부터의 해방 가능성을, <식객>에서 식욕이 아닌 창조욕과 창조물 향유욕에 바탕한 요리의 의미를, <아바타>에서는 직립(인간)의 수직성과 짐승의 수평성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현란한 사유의 성찬을 보고 있노라면 광장이 아닌 객석의 관객이 된 듯한 기분도 들지만, 김용석은 철학을 아는 이의 권위에 바탕한 아래로의 방향이 아니라 철학’하기’의 구체적 움직임에 근거한 수평의 시선을 보인다. 이 광장에서는 철학이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는 대중문화’로’ 철학하기 대신 대중문화’와’ 철학하기가 실현된다. 광장은 차별하지 않되 주체성을 요구한다. 자, 당신은 어떤 춤사위를 보여줄 것인가. - 인문 MD 박태근
저자의 다른 책: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메두사의 시선>, <철학 정원>, <서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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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미쓰다 신조 지음 / 비채
"고품격 추리소설, 도저히 잠들 수 없다!"
명문가인 히가미가는 음침한 주술을 믿는다. '히가미의 사내애는 금방 죽는다'는 동요 그대로, 머리 잘린 원혼의 저주로 남자 아이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은밀한 의식을 치르던 중, 여자 아이가 머리 잘린 시체로 우물에서 발견된다. 사건 현장은 완벽한 밀실, 범인은 정말 원혼일 것인가. 소설은 여섯살 시종의 시선과, 탐정소설 애호가인 순사의 아내의 시선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묘한 열기가 소설을 감싸고 있다. 전라의 농염한, 머리 잘린 소녀의 뒷모습. 묘사는 강렬하고, 진득하고, 붉고, 관능적이다. 요코미조 세이시나 에도가와 란포 같은 이름이 등장하고, 트릭을 밝혀내려는 탐정들의 분투가 이 세계가 '추리소설' 자체임을 강조하지만 몰입은 더욱 진지해진다. 미쓰다 신조라는 이름을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같은 대작가의 이름 옆에 놓아두는 건 어떨까. 접혀있는 표지를 펼치면 등장하는 기발한 그림처럼, 놀라운 반전을 만날 수 있는 제대로 된 추리 소설. - 문학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히메코의 모습이 흐릿한 초롱 불빛에 비추어 어둠 속에 떠 있었다. 반쯤은 어둠에 녹아든 듯 보이는 흰 저고리와 붉은 하카마, 그리고 초롱의 위치를 따져볼 때 그녀가 초롱을 오른손에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저게 뭐지?'
그런데 그녀의 왼손에도 뭔가가 늘어져 있었다. 어둠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검고 둥근 것처럼 보였다. 그래, 마치.......
'머, 머리.......'
그것을 움켜쥐고 걷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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