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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 글, 그림 / 사계절
 
“사는 게 힘들어 울어본 적 있는 청춘들에게” 
페이지를 펼쳐보자. 가라앉은 톤의 수채화가 이 만화의 방향을 암시하는 것 같지만, 독자들을 먼저 반기는 것은 전국 최대의 분식 체인점 '김밥극락'과 마스터 요다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 미술학원'이다. 웃음을 자아내는 패러디들의 중심에주인공 원빈이 등장한다. 공부도 시원찮고 그림 그리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그러나 돈이 없어서 미술학원에 보내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착한 고등학교 삼학년. 엄마의 대결심 속에 꿈에 그리던 학원에 가게 되지만, 하필 만화반은 비슷비슷하게 사정 어려운 애들 투성이다.
 
이 만화의 힘은 그 리얼함에서 온다. 작가 자신이 직접 강사를 했던 만화 입시반의 현실은 여자애들이 가방 매는 법까지 관찰한 세심한 디테일을 통해 재현된다. 젊은 작가들이 기발한 소재와 연출력의 중요성을 발견한 요즈음, 최규석은 거꾸로 특별한 장치 없는 찌질한 인간사와 진짜 아이들의 세계를 담은 비주얼만으로 돌파해 버렸다. 그런데 이 정면돌파에서는 냄새가 난다. 아이들이 슬퍼할 때, 그 '답없음'을 함께 슬퍼해 본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침묵의 냄새다. 그 슬픔은 넘어설 수가 없으니, 거기에 쓸데없는 장치나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이 별무소용이라는 점을 작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최규석은 정말 알고 있다.
 
더이상 아무것도 해볼 수 없다는 슬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한 번 읽어봐 주시기 바란다. 심지어 재미있다. - 청소년 MD 최원호

책속에서 : -작가의 말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내가 겨우 삽 한 자루 가진 사람들을 향해 왜 저깟 산 하나도 옮기지 못하느냐는 터무니없는 책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른이 된 후에 깨달았다. 아이가 세월만 흐르면 되는 게 어른이란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사실 어른은, 아니 어른도 별 힘이 없다.

(중략)

20대부터 30대 초반의 몇몇 시기에 미술학원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만화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보지 않으면 나았을 테지만 매일같이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는 상황을 겪고 나니 그들을 위해, 아니 적어도 어린 시절의 내가 퍼부었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내가 가진 삽 한 자루로 할 수 있는 만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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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권리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관계 맺기와 순위 매기기의 균형점 찾기"
자신을 아끼는 사람은 많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 관계에서 벗어난 나를 상상하기 어렵기에 끊임없이 비교하고 앞뒤 재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는 사라지고 외부의 기준에 비친 ‘못난 나’만 남아 자신을 괴롭히고 망친다는 데 있다.  

저자 일레인 아론은 사랑과 호감을 연구하며 20년간 상담을 진행한 임상심리학자다. 그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사랑과 권력’, 다시 말해 ‘관계 맺기와 순위 매기기’로 분석한다. ‘못난 나(낮은 자존감)’는 전자에서 오는 두려움과 수줍음, 후자를 회피하거나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만드는 방어기제와 정서적 도식에 의존한다. 결론은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관계 맺기에 임하고, 상대를 누르고 올라서기보다는 권위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순위 매기기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뻔한 분석일 수 있다. 이 책의 강점은 이와 같은 이론을 실천으로 옮기는 구체적인 지침에 있다. 단순한 자기 점검표 등의 워크북 형식을 넘어 본문의 분석 내용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변화할 수 있는 지점과 방법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뭔가 변화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저자가 말하는 ‘자각’이다). 물론 진짜 변화는 책을 읽고 난 다음의 실천부터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지금까지 ‘못난 나’를 치유하기 위해 해야 할 모든 일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과연 정말 우리가 타고난 본능까지 치유할 수 있을까? 책 앞부분에서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못난 나’가 있다. 살아가면서 좌절이나 실패를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실패나 좌절을 경험할 때 자동적으로 좌절 반응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좌절 반응은 추가적인 좌절이나 패배, 수치심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좌절 반응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좌절 반응은 도전 의지를 꺾고 ‘못난 나’가 힘을 얻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순위 매기기’ 상황에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관계 맺기’ 본능도 있다. ‘순위 매기기’ 본능을 제압할 수 있는 열쇠는 ‘관계 맺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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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함정
김영기 지음 / 홍익출판사

"그들이 당신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6개월 무이자 할부는 6개월로 결제해야만 무이자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특정 기간 무이자 할부의 경우, 카드회사는 해당 개월 수로 할부를 해야 승인이 나게 전산을 맞춰놓기 때문에 6개월 무이자 할부라면 2개월에서 5개월까지는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짐작이야 하고 있었지만,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기술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정보력도 탁월해서 개인의 대출상담 내용과 조회 정보까지도 서로 일일이 교환해 신용조회 몇 번을 가지고 신용등급을 몇 등급이나 떨어뜨리기도 한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경제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던 김영기 기자는 17년차 경제부 기자의 내공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금융회사의 상술을 낱낱이 파헤친다. 돈이 새나갈 수 밖에 없는 신용카드의 함정과 직장인들이 만능 통장이라고 믿고 있는 CMA 통장의 허구, 대형마트나 심지어 정부조차도 월급장이들의 통장을 노리고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실감나게 보여준다. 경기는 회복되었다는데 왜 내 통장 잔고는 늘어나지 않는지 궁금한 당신을 위한 추천 도서. 
- 경영 MD 장선희

책속에서 : 카드회사들은 LG카드 사태로 휘청대던 2003년과 비교해서 7년 만에 엄청나게 호전된 경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2009년 6개 전업 카드회사의 당기 순이익은 1조 8,000억 원에 달했고, 연체율도 2.23%로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마지못해 현금서비스의 취급수수를 없애거나 대폭 내린 카드회사들이 뒤에 가서는 현금서비스의 이자율을 올려버린 것이다. 연평균 20% 중후반대의 엄청난 고리로 현금서비스 이자를 받으면서도 변종으로 생긴 수수료를 없애고 뒤로는 또 다른 수익을 찾아내다니, 그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고객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또 현금서비스를 찾고 있다. 현금서비스라는 물건 자체가 어차피 여웃돈이 없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은 이처럼 원래부터 없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혹하게 쑤셔대는 습성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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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우울하고 짐진 자들이여, 코브 마을로 오라!"
기발하고 새롭다. 팀 버튼의 기괴하고도 섬세한 감수성, 커트 보네거트의 비틀린 유머, 박민규의 삼천포를 향해 달리는 서사가 만났다. ‘뭔가 다른’ 소설선을 표방하는 디 아더스 시리즈의 첫권을 장식한 크리스토퍼 무어의 소설이 그것.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용으로 시작하는 첫 장부터 의미심장하다. ‘뭔가 이상한’ 이 소설, 장난이 아니다.

1500명의 우울증 환자가 살고 있는 조용한 코브 마을이 우울증을 앓던 베스 리엔더의 자살로 벌컥 뒤집힌다. 자살을 막기 위해 우울증 약을 끊고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이들. 한편 우울증에 걸린 동물을 먹고 사는 바다괴물이 코브 마을을 향해 돌진하는데. 마약과 성적 흥분과 SF와 모험이 만났다. 소심한 경찰, 한물 간 영화 스타, 인조인간 술집 주인, 냉소적인 애완견…. 제 감정 하나 가누기도 벅찬 우울한 주민들은 바다 괴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내고, ‘모두 괜찮은’ 결말을 얻을 수 있을까. 그들의 눈물 나는 분투기가 묘한 감동을 전하는, 괴이쩍고 즐거운 소설.
 - 문학 MD 김효선

책속에서 :  "넌 여길 떠나 멀리 가야 해. 난 널 도와줄 수가 없어. 난 미쳤단 말이야.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주 정부 서류도 있어.”

바다괴물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뒤로 벌렁 누워 몰리에게 처량한 눈빛을 보냈다. 폭스바겐 한 대쯤은 한입에 꿀꺽할 만한 동물의 행동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몰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안 돼.”

그러자 바다괴물은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처럼 가냘픈 소리로 훌쩍훌쩍 울었다.

몰리가 말했다.

“아, 이런 젠장. 이 얘길 하면 밸 박사가 나한테 무슨 약을 처방하겠느냐고. 사람들은 우릴 미친년과 도마뱀 콤비라고 부를 거야. 어쨌든 네가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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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drozoa 2010-08-0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한 코브마을> 출판사 '푸른숲' 아니에여 푸른숲에서 화나겠네요...

주간편집회의 2010-08-10 17:08   좋아요 0 | URL
수정했습니다. 지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