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에나 지식인의 책무란, 얼핏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을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 그를 통해 삶에 기여하는 것이겠습니다. 바로 그런 '지식인'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저자 서경식의 새 책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가 출간되었습니다. 그가 지난 2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속 강연과 대담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경식은 재일 조선인 2세입니다. 그는 바로 그런 자신의 위치덕분에 국민, 조국, 민족 등의 개념에 대해 마이너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재일 '조선인'의 개념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고. '조국=고국=모국'은 다수자의 등식임을 이야기합니다. 책 전반을 통해 나라와 국민, 인권과 연대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무심코 쓰는 '우리'라는 단어 하나 그냥 보아넘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해서 '국민'이 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인 이상 나라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가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한국의 베트남 파병과 이라크 전쟁 참전에 대해 우리 국민들 역시 일정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권리를 누리는 이상, '나는 관계가 없다',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타자의 고통, 기억의 투쟁... 하루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요즘, 모른척 해버리기 쉬운 단어들입니다. 서경식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며 1970년대 일본의 '시라케'가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시라케'란 '퇴색하다', '빛이 바래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정치에 냉소적인 70년대 학번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정의'나 '지식인'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왠지 부끄러워지고, 현실 정치에 대해 사뭇 시니컬해지며, 조그마한 서사에 갇혀 자기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며 정치적 대화에서 슬쩍 빠지는 세대... 그는 우리 사회가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경계합니다. 

서경식이 믿고 있는 '참된 지적 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연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전제를 다시 한번 의심하고, 보다 근원적인 곳까지 내려가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 간단히 답을 얻을 수 없는 답답함을 견디며 끊임없이 묻는 것, 자신을 기존 관념의 지배에서 해방시켜 기어이 정신적 독립을 얻어내는 것." 중심을 못잡고 비틀거리기 쉬운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강연 내용을 그대로 옮기듯 입말로 씌여진 덕에, 실제 강연을 듣는 것처럼 목소리를 떠올리며 읽으면 더 좋습니다. 저자의 어조는 차분하되 매우 분명합니다. 생각을 강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부분 얼버무리지도 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희망한 대로, '올바른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알라딘 도서팀장 박하영 (http:blog.aladin.co.kr/this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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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서경식 지음 / 철수와영희

"서경식에게 가는 길"
<디아스포라 기행>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경식 선생이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한국에 머물며 행했던 강연 및 대담을 묶었다. 한국에서의 체류 기간 동안 "한국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려던 기존의 태도를,  "'타자'로서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놓고 대화하는" 것으로 바꾸었다는 선생은, "'같은 동포'라는 일체감을 공유하고 싶은 바람을 누르고, 존재하는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어떤 연대의 길이 가능한지"를 모색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의 질문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찾아야 할 무엇일 것이다. 
- 인문 MD 금정연

저자의 다른 책 : <디아스포라 기행>, <소년의 눈물>,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청춘의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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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 불황을 넘어서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 청림출판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불황 타개책"
<제3의 물결>, <부의 미래>로 대표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그가 최근의 경제 위기에 대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이번 저서는 사실 지난 70년대 중반,「에스콰이어」지에 기고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특집기사를 묶어 펴냈던 '불황을 넘어서'를 기반으로 하여 2009년 최근 경제위기에 관한 진단을 추가, 보완한 저작이다. 토플러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발작적 경제위기에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키울 것을 제안한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야말로 오직 우리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고, 그러한 능력이 있기에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하고 발전해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 경영 MD 홍성원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수많은 분석과 전망 보고서 가운데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서의 지식에 관한 내용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지식이 어떤 의미를 갖고, 지식산업에 어떤 일이 생길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이다. 비록 이 책은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단순히 오래된 유물로서가 아니라 미래에 관한 여러 가지 전망과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미래에 관한 전망과 아이디어라는 것은 오늘날 발생한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데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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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에서 삶의 의미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잇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노화는 진행되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을 그렸다. 새해부터 아무도 죽지 않기 시작한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해도, 불치병에 걸려도 아무도 죽지 않는 것. 세계는 그대로 멈춰버린다. 자연적인 노화, 불의의 사고나 부상, 피할 수 없는 질병 또한 여전하지만 그로 인해 죽는 사람은 없다.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전대미문의 기적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그러나 부족한 양로원 시설, 연금 수급 문제, 유명무실해진 종교 등 사회적인 혼란과 사회구성원들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정부가 특별한 방법을 세우지 못하고 허둥대는 사이, 죽음 직전의 가족을 둔 시민들은 그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거장 특유의 풍성한 메타포와 아이러니컬한 나레이션으로 '죽음'이 사라진 시대의 '삶'의 의미를 반추하는 작품이다. - 문학 MD 김재욱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도플갱어>, <수도원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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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폴 스튜어트 외 지음, 이성호 옮김, 리처드 도킨스 서문 / 궁리

"단 한 권의 '갈라파고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돌아보는 갈라파고스. BBC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만들었다는 사실 혹은 바다이구아나들이 먼 곳을 바라보는 인상적인 표지에서 느껴지듯 책에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사진들이 가득하다. 다윈이 보고 경탄했을 그 광경을 - 비록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 바라보는 것은 분명 멋진 일. 하지만 책은 그 이상을 제공한다. 검토를 요청받은 리처드 도킨스가 사진 없는 원고만을 읽어내린 후에 사'저자가 이처럼 글로 사진들을 그려낼 수 있다면 도대체 어떤 독자에게 사진이 필요하겠는가'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상을 바꾼 섬'이라는 부제처럼, 다윈에게 혁명적 발상의 전환을 제공한 섬은 또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진화론에 관심이 없어도 좋다. 사실 다윈과 진화론은 갈라파고스 역사의 한 부분일 뿐이니까. 우리의 눈 앞에 있는 것은, 자체로 아름답고 또 슬픈, 그 섬의 전부다. 
- 인문 MD 금정연

추천글 : "이 '매혹적인 제도(Las Encantadas)'를 방문하고 싶은 꿈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책 말미의 '지명색인/가이드북'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 폴 스튜어트의 <갈라파고스>는 내가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때 귀중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나는 탑승할 배의 서가에 기증하기 위해 이 책을 한 권 더 가져가려 한다. 만약 여러분이 갈라파고스를 개인적으로 방문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고 감상하기를 권한다. 비록 여행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울 것이다. - 리처드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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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사사키 조 지음 / 비채

"경찰 미스터리의 최고봉"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한 <경관의 피>는 두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정통 미스터리의 틀 위에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들을 녹여낸 작품이다. 삼대, 60여 년에 걸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과정을 충실히 그리고 있으며, 세월의 흐름과 맞추여 격변하는 일본의 시대상과 가족상, 경찰 조직 안팎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사건들의 인과관계까지 농밀하게 담아낸다. 전후 부흥이 한창이던 1948년. 안조 세이지는 희망을 가득 안고 경찰관 인생을 시작한다.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그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낸 날 의문의 추락사를 당한다. 아버지와 같은 경찰의 길을 선택한 아들 다미오 역시 근무 중 총에 맞아 순직하고, 두 사람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손자 가즈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한다. 아사히TV 개국 50주년 기념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으며 '출연진 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 문학 MD 김재욱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주목할 만한 작품들  
1988년,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2위)
1993년, <화차> (2위) 

1998년, <아웃> <1위)
1999년, <이유> (3위)

2000년, <백야행> (2위)
2002년, <모방범> (1위)

2004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1위)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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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1
닐 게이먼 지음 / 시공사

"닐 게이먼, DC 코믹스의 전설이 되다"
유머러스한 문체가 일품인 <멋진 징조들>,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은 <스타더스트>, 휴고 상을 거머쥔 <신들의 전쟁>으로 이미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는 SF 판타지 장르의 거장, 닐 게이먼. 하지만 정작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대표작은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된 바가 없었다. '배트맨', '왓치맨' 등의 그래픽 노블의 서막을 여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샌드맨>은 닐 게이먼에게 최고의 영예와 부를 안겨준 그의 대표작이다. 게다가 슈퍼 히어로물은 남자들이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데에도 커다란 공헌을 했다. 남녀를 모두 끌어들인 <샌드맨>의 마력은 규칙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묘하게 설정된 복합적인 연출, 깊이 있는 심리 묘사, 맛깔 나는 대사에 있다. 시리즈는 총 11권으로 완간될 예정. - 만화 MD 김세진

저자의 다른 책 : <신들의 전쟁>, <스타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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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박찬원 지음 / 김영사

"살아있는 마케팅 대가의 38년 현장 경험"
전설의 조미료 다시다, 신개념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 고급 자동차의 새 장을 연 삼성자동차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제품의 마케팅 주역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박찬원이다. 그는 1971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마케팅에 입문, 제일제당 마케팅 실장으로 재직하며 다시다를 성공시켜 조미료 전쟁의 마침표를 찍었고, 삼성자동차 마케팅 실장, 삼성전자 고객지원 사업부장, 삼성전자 서비스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고객만족'이라는 혁신적 서비스 정신을 삼성전자에 이식했던 창조적 마케팅 전략가이다.

이 책에는 그가 38년 동안 현장에서 발견한 살아 숨 쉬는 마케팅 철학과 소중한 교훈들이 담겨 있다. 또한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물론 마케터의 자세와 자기 관리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기본을 제시한다.
- 경영 MD 홍성원

추천사 : 
생생하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다양한 부문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한국 마케팅의 선각자인 저자의 현장 경험과 몸으로 터득한 이론을 체계화했다. - 김해관 동원F&B 사장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살아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마케팅 원칙과 사례가 함께 녹아 있어 실천의 불을 붙이는 힘이 있다. 벌써 여러 권의 책을 냈어야 하는 마케팅 최고의 구루가 최초로 내놓은 역작. -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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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공화국
알렉상드르 자르뎅 지음, 정미애 옮김 / 파랑새

"아이들의 상상이 만들어 낸 나라, 알록달록 공화국"
1980년 남태평양의 한 외딴섬에서, 어른들에 반기를 든 소년소녀들의 혁명이 벌어집니다. '안티 어른 국가', 일명 '알록달록 공화국'에서 아이들은 하루하루를 방학처럼 즐기면서 자유를 만끽하며, 외부 세계와 접촉을 끊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알록달록 공화국의 유일한 어른 추종자인 '카시미르'가 반란을 꾀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닫게 됩니다. '부모님이 꼭 필요한 걸까? 어른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끼리 살 수는 없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에서 출발하는 이 동화는 출간 즉시 프랑스 언론과 어린이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알록달록 공화국에는 없는 것 : 
하나. 옷이 없다. 빨래도 필요 없다.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원하는 옷을 몸에 그려 입는다.
둘. 시계와 거울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길 뿐이다.
셋.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없다. 말하고 싶은 것을 재미난 그림 글씨로 쓴다.
넷. 돈이 없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주사위나 카드를 주고 바꿔 먹는다.
다섯. 당연히! 학교가 없다. 하루하루가 신나는 방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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