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나는 일을 시작했다. 우선 위생학교에서 일 년 동안 공부한 다음, 진 위생원에 배치되어 치과의사가 되었다. 내가 다닌 위생원은 큰길가에 있었고, 나는 한가할 때면 창가에 서서 창밖의 거리를 바라보곤 했다. 어떤 때는 멍청하게 한두 시간을 계속 바라보는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밖 거리를 바라보다가 마음속에서 처참한 느낌이 용솟음쳤다. 앞으로 평생 동안 이 거리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앞으로의 나의 일생을 어떡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고, 내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허삼관 매혈기>, <형제> 등의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 위화는 자신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을 위와 같이 떠올립니다. 물론 결심하자마자 바로 결실을 얻은 것이 아니요, 그후 많은 장면들을 거쳐 지금의 대작가가 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이제까지의 삶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변화시킨 '깨달음의 찰나'는 저렇듯 아주 작고 작은 순간이었습니다.

<영혼의 식사>는 이처럼 위화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매우 솔직하고 편안하게 써내려간 산문집입니다. 첫 아이를 얻었을 때의 기쁨, 자기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개구졌던 유년시절의 회상, 그리고 마침내 문학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필치로 담았습니다. 책 말미에는 <허삼관 매혈기>, <살아간다는 것> 등 그간 발표한 일부 작품의 발문 모음도 붙어 있습니다.

인간과 이 세상에 대해 한없는 연민을 품고 있는 작가의 문학관은 아래의 문단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은 문학의 진정한 역량은 바로 단테의 시 속에서, 호르헤 보르헤스의 비유 속에서,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지와 생생하게 숨 쉬는 독백 속에서, 절묘한 동시에 현실보다 더 생생한 묘사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유약하지만 비할 데 없이 풍부하고 예민한 영혼이 창조한 것으로, 우리를 깨닫게 하고, 흥분시켜 잠 못 들게 하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열렬히 사랑하게 하고, 영원한 이별 가운데서도 서로를 사랑하게 한다. 왜냐하면 단테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행을 감당하는 지축이다. 세상에 어떤 물체가 지축보다 더 의지할 만하단 말인가?""

약하거나 강하거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엔 인간으로 돌아오는...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책을 읽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장 박하영 (http://blog.aladin.co.kr/this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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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사
위화 지음 / 휴머니스트

"영혼을 살찌울 한 권의 책, <허삼관 매혈기> 위화 산문집"
<살아간다는 것>, <허삼관 매혈기>, <형제>로 당대 중국 최고의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위화의 산문집. 치과 의사에서 소설가로 전업하기까지의 과정, 작품을 위한 단초를 얻는 방법, 34년간 아들 노릇만 하다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의 감회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과 사유, 글쓰기의 의미 등 위화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는 것. 유년기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한 작가의 삶을 통해 확고한 가치가 실종되고 작고 사소한 것들의 의미가 퇴색한 현실. 그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 문학 MD 김재욱

책속에서 : 그때가 내가 처음으로 장례식을 본 날이었다. 죽은 노인의 얼굴에는 뭔가 조악한 가루가 칠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괴상했다. 그 노인은 입관도 하지 않고, 그저 줄로 대나무에 몸을 고정시킨 채 얼굴이 눈부신 하늘로 향한 상태로 땅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이미 파놓은 구덩이에 그를 넣고 흙을 덮었다. 마치 내가 전에 아버지의 돋보기를 훔쳐다가 땅 속에 묻었던 것과 똑같이 말이다. 땅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 그 여름날, 노인이 생전에 온갖 악행을 일삼았든, 그야말로 선량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든 간에 땅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맞이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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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
김민주 지음 / 토네이도

"성공과 실패를 예견하는 하인리히 법칙"
허버트 하인리히는 1920년대 미국 여행보험사의 직원으로, 수많은 통계를 다루다가 하나의 법칙을 발견했다.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 있는 소형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소형사고 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증상들이 300번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하인리히 법칙을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법칙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모든 일의 배후에는 그 일을 가능하게 한 다양한 징후와 원인이 존재한다면서, 작은 실수를 제때 처리하면 발생 가능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하인리히 법칙으로 조직과 개인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영 MD 홍성원

책속에서 : 실패 징후만큼이나 우리 앞에 번번히 나타나는 성공의 신호를 잘 포착한다면 작은 성공을 모아 큰 성공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 사소한 계기는 우리 주위에 항상 있지만 우리는 그것의 중요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곤 한다. 사소함은 결코 사소함이 아니다. 먼지 안에 우주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우리는 현미경으로 세상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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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전세계 1천만 부 판매의 로버트 해리스, 야심찬 로마 3부작의 서막"
<폼페이>부터 <고스트 라이터>까지 유럽의 역사에 천착해온 작가 로버트 해리스. <임페리움>은 그가 필생의 역작으로 구상한 '로마사 3부작'의 첫 책이다. 서기전 79년, 키케로는 시칠리아에서 온 스테니우스의 방문을 받는다. 총독 베레니우스에게 전 재산을 수탈 당하고 첩자 누명까지 뒤집어쓴 스테니우스는 총독을 로마 법정에 세우길 원하고, 이 사건이 로마 귀족들과의 전면전임을 직감한 키케로는 혈혈단신으로 거대한 정적들과 맞서기로 결심한다. 노예 비서 티로의 눈을 통해 키케로의 삶, 당대 영웅들의 권력 싸움과 민중이야기를 담는 대작. - 문학 MD 김재욱

추천글 : 역사 소설의 장인 로버트 해리스가 야심차게 기획한 로마 3부작의 첫 편인 <임페리움>은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두 편의 작품들도 단숨에 읽어보라는 말 이상 더 좋은 추천사는 없을 것 같다. - 워싱턴 포스트


로버트 해리스의 최고 강점은 아득한 고대 이야기를 속도감 있고 매력적인 현재의 이야기로 만든다는 것이다. 철두철미한 리서치로 철두철미하게 한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의 역량은 정말 매혹적이다. - 선데이 텔레그래프


날카로운 현실 인식의 재능을 보여주는 작가 해리스의 <임페리움>은 주제의식도 투절하지만 문학적으로도 '엄청나게' 재미난 작품이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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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찍는 뉴요커
김수린 지음 / 예담

"평범한 소년소녀들이여, 신화가 되어라"
저자 김수린이 싸이월드의 인기 스타라는 점은 잊어두는 편이 좋다.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천재적인 고뇌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재능이 느껴지는 한 소녀가 자신의 꿈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능력과 행운을 퍼붓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전부다. 그렇다면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토록 위대해 보이지는 않는 한 소녀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쟁취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생이 원하는 희망을, 18세 소녀는 어떻게 찾아내고 돌파했는가.
 
'싸이질'다운 글과 뛰어난 감각의 스냅사진간에 느껴지는 언밸런스야말로 '평범한' 소년소녀들에게 주어지는 색다른 희망일 것이다. 그 빈틈과 단점까지 사랑스러운,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날아온 '동시대로부터의 호출'. - 예술 MD 최원호

저자 김수린의 홈페이지 & 싸이월드 : www.soorinkim.com / www.cyworld.com/virgin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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