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러시아에서 지내던 친구가 일주일 정도 저희집에 머물게 되었어요. 레이첼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친구에요. 레이첼은 러시아어 전공이 아니라 부전공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함께 듣는 수업이 몇 개 있는데다 이번 인턴십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하네요.
레이첼은 제 딸아이보다 4살이 많아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있어서 나이가 큰 문제가 안 되다보니 이렇게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둘(딸과 레이첼)이 하는 걸 보면 제 딸이 더 언니 같다는;;;;
암튼 다행히 큰아들이 캠프를 가서 레이첼은 큰아들 방에서 딸과 지내게 되었어요. 그런데 남자 아이 방이다보니 너무 지저분하고 더구나 해든이 방 리모델 중이라 해든이가 그동안 형이랑 같이 방을 사용했어서 해든이 레고도 형 방에 있으니 더 지저분해 보이는 거에요.
레고를 한동안 가지고 놀지 않던 해든이가 방학인 요즘은 매일 레고로 뭔가를 뚝딱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고 그러네요. 그러니 바닥은 온통 레고로 어수선. ㅠㅠ
어제 만들었다는 레고를 형 컴퓨터 책상 앞에다 올려놓고( 형이 있었으면 혼났죠!!ㅎ) 레고 조각들이 바닥을 덮어서 걷기도 힘든 상태였답니다. 딸아이, 저, 그리고 해든이 셋이서 청소를 했어요.
청소를 하다보니 하나 둘 눈에 들어오네요. 레고는 다시 부수기 전에 사진을 찍어놨어요. 어제 만든 건데 저렇게 많아요. 그건 해든이가 무지 심심하다는 의미도 되겠죠??ㅋㅋ
요즘은 테니스 레슨과 피아노 레슨, 아침에 할머니랑 자전거 타고 동네 한바퀴 도는 거 그리고 수영 말고는 하는 게 없으니... 더구나 저도 방학이라 해든이 게임도 못하게 하고 TV도 못보게 하거든요. ㅎㅎㅎ그러니 이녀석 눈만 뜨면 엄마 학교 안 가냐? 엄마 언제부터 일 시작하냐? 이런답니다. ㅠㅠ 남편이랑 시부모님은 해든이가 뭘 하든 그냥 내버려 두거든요.

방에 큰아들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의 먼지를 털다가 자세히 봅니다. 몇 안되는 큰아들 방에 있는 아들 사진 중 저는 아들이 풋볼 할 때 찍은 사진이 아주 좋아요. 고등학교 일학년때부터 풋볼을 시작했는데 그당시 큰아들은 아주 빼빼하고 운동도 제대로 한 게 없어 근력도 약한 상태였어요. 그러니 풋볼에서 선수로 끼워주긴 했지만 후보였어요. 운동 경기에 거의 서있거나 아니면 대기중이었죠. 다른 친구들은 가족들이 이미 풋볼을 한 사람들이 있는 아이들이라
미리 몸도 만들고 오고 뭐 그랬어요. 그리고 큰아들이 풋볼을 그만두길래 포기한 줄 알았어요.

아들은 풋볼을 그만둔 후 복싱도 하고 크로스 컨트리도 하고 짐도 열심히 다니고...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에 다시 풋볼을 한다는 거에요. 저희 부부는 아이가 다시 신청한다며 사야할 게 있다고 했을 때(풋볼 돈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에요. ㅠㅠ) 뭐 이랬다 저랬다 하냐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한가지 열심히 해라, 그러다가 제가 ˝ 너 일학년때도 잘하지 못했는데 다시한다고 뭐 달라지겠니? 니가 잘하는 거 해!˝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을 듣고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어요...
아이가 그러더군요. 일학년이 되어 풋볼을 시작했을 때 자기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서 비교가 되기는 커녕 비교 한다는 자체가 농담이었다고. 그래서 너무 하고 싶은 풋볼을 그만두고 그동안 몸을 만든거라고. 이제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무거운 걸 들을 수 있고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아들은 풋볼을 그만 둔 이년 동안 다시 시작하려는 각오로 몸을 만들었던 거에요. 그런 것도 모르고 아이 기를 죽이든 말이나 했으니... 사진을 보면서 아이가 제가 한 말을 이제는 잊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 하늘색 인형 같은 것은 해든이 거에요. ㅎㅎㅎ
딸아이가 휴지통에 버리려고 하니까 기겁을 하면서 뺏어서 책장 위에 고이 올려놓는 거에요. ㅎㅎㅎ 그게 뭐냐고 했더니 자기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ㅎㅎㅎㅎㅎㅎㅎ
딸아이와 제가 청소하다 말고 침대에 포복절도했답니다. 쪼끄만게 스트레스는~~
저 풍선 안에는 밀가루가 들어있데요. 그래서 만지면 모양이 변하는데 손에 닿는 느낌이 다른 판매하는 제품들과 다르고 약간의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해든이 스트레스야 게임도 못하게 하고 TV도 못보게 하는 엄마사람이겠죠. ㅠㅠ

해든이가 만든 트리하우스에는 텔레스콥도 있는데 사진에는 짤렸네요. 저 스트레스 푸는 풍선이도 이름이 있냐고 물으러 갔더니 식탁에다 레고를 펼쳐놓고 또 작품에 여념이 없으시네요~~~~ㅋㅎㅎㅎㅎㅎ


댓글(4) 먼댓글(1) 좋아요(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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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ntinuous effort
    from nowtree 2017-08-25 14:36 
    David Bowie - Moonage Daydream1. 약물검사가 음성으로 나오고 TB 테스트 결과 역시 음성으로 나와서 나는 어제부터 썬과 정식 계약을 하고 일을 하게 되었다. 차를 살 때 사인을 엄청 많이 했고, 집을 살 때는 차를 살 때보다 사인을 더 많이 했지만, 어제 caregiver 직업에 취직되면서 한 사인은 지금까지 최고로 많이 한 듯!! 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곳에 사인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노인들을 돌봐드려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그리고
 
 
2017-07-26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7-07-27 01:40   좋아요 0 | URL
비밀스럽게 생각하셨군요!!!ㅎㅎ
궁금해 하셨다니 죄송합니다~~ㅠㅠ
이런저런 일도 있었는데 공부에만 집중해야 할 것같아서요. 제가 멀티태스킹이 안되는 사람이라
알라딘하면서 공부 열심히가 안 될 것 같아 극약처방을 했죠.
다시 개학하면 예전처럼 알라딘에 자주 오지는 못하겠지만 예전과 같은 짓은 인할 거에요~~~😅
그래도 이렇게 반가와 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님과 같은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다시 돌아오나봐요~~~~❤️

신지 2017-08-0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가벼운 얘기겠지 하고 읽다가...큰 아드님 풋볼 얘기에 왠지 감동 ㅠ

(제 생각엔 분명히 나중에 뭔가 큰 인물이 될듯한...)

라로 2017-08-03 12:0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신지님~~~. 떡잎이 아닌듯해요~~~.ㅎㅎㅎㅎㅎ
어쨌거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