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명란 오차쓰케

Yo La Tengo - Autumn Sweater


오늘 아침도 6시에 눈이 떠지긴 했지만 어쩐지 포근한 침대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출근 시간을 떠나서 아이들 등교 시간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니까 힘겹게 일어나서 침대 위에 있는 창문을 봤더니 밖이 어둑어둑한 거다. 어? 이제 가을이구나!!!! (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니 막내가 수영하고 있;;;) 해가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샤워를 하니 괜히 더 추운듯한 느낌까지 들고...


아이들 데려다 주고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한 뒤 구글씨와 아침 인사를 나누는데 

귀여운 두들이 반겨주네!!

이건 뭐 매우 귀엽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단풍이 드는 모습,,,그러다 다 떨어지지만;;;;


오늘 아침은 I'm feeling lucky 까지는 아닐지라도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하면서 은근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호기심이 생기네. 더구나 구글에서 오늘이 가을의 첫날이라는 것도 알려주고. 그래서 음력 달력을 살펴봤더니 오늘이 추분秋分이란다. 추분 관련 속담에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이다.'라고. 음 생각해보니 어릴 적 절기대로 추분 즈음에 벌레들이 숨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벌레들도 날씨에 적응력이 강해진 것인지 귀뚜라미, 모기도 사시사철이야~.ㅠㅠ 암튼 추분이 무지 중요한 날이었던 것 같다.


이날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다. 이날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한다. 만약 추분이 사일(社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건방이나 손방에서 불어오면 다음해에 큰 바람이 있고 감방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생각한다. 또 작은 비가 내리면 길하고 낭이 개면 흉년이라고 믿는다.


낭이개면 흉년이라고 믿는다는 말은 비가 오지 않고 날이 맑으면 흉년이라는 말인가? 암튼 여기 캘리포니아는 지금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오늘 아침도 낭이 갠 것을 보니 내년에도 가뭄이 이어지려나?


이런저런 싱거운 생각을 하면서 아침 시간을 죽이고 있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어쨌거나 가을이다!! 가을! 가으을~~ 나는 여름 생이지만 가을이 좋다. 오죽 좋았으면 딸아이 이름을 가을로 짓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겨울이라는 이름도 좋고 봄, 여름도 좋아~~~~아하하하하 거의 실성한 분위기;;;;


위에 올린 음악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욜라탱코의 가을 스웨터. 한글제목이 더 느낌 남는 듯,,ㅎㅎㅎㅎ 가을 스웨터. 오늘 가을 스웨터나 하나 사야겠다. 음,,,자꾸 삼천포;;;;;;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사실 책 이야기인데 말이지.


마스다 미리가 기억하는 최초의 한입.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설레게 해줬던 '최초의 한입'을 둘러싼 그녀만의 애틋하고 소소한 행복이 아기자기하게 담겨 있는 추억 상자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처음으로 마주한 맛부터 어른이 되어 경험한 조금은 사치스러운 먹거리까지, 그 두근두근했던 최초의 한입에 대한 마스다 미리의 솔직담백한 감상이 펼쳐진다. -알라딘 책소개




일본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가 풀어내는 먹을거리에 관한 에세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보는 것만으로 군침 돌게 하는 화려한 요리나 격식을 갖춘 한상차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50여 가지 일화는 지난 시절 작가의 삶을 소소한 행복으로 수놓았던 ‘맛있는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이토록 맛있는 순간이 또 어디 있을라고. -알라딘 책소개



나오키 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쓰요가 상처투성이의 일상을 요리로 이겨내는열다섯 명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번째 이야기의 조연이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두 번재 이야기의 조연이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연작소설집으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 관계의 미묘함을 포착하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가 돋보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리 레시피를 각 소설 끝에 함께 실었다. -알라딘 책소개 (그런데 표지 맘에 안 들어;;;)



설명이 필요없는 심야식당. 이건 13편이네. 내가 갖고 있는 게 9권인데. 4권이 더 나왔구나!! 엘에이 중고서적에 나오면 사야지. 이 책을 보면서 여기에 나오는 음식 몇 개 해먹은 기억이 나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차밥 또는 오차스케(おちゃづけ)한마디로 찻물에 말아먹는 밥인데 나는 거기다 명란젓을 삶은 물과 명란을 함께 넣고 톳 후리가케를 얹어 먹었었는데!!!! 아 그 맛은 정말이지 정말 맛있어. 식구들 아무도 먹고 싶어(하기는 커녕 명란만 보고도 도망갔;;)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막 혼자 몰래 해먹던 그 맛!! 생각 난 김에 리틀 도쿄에 가서 톳 후리가케 사와야겠다. 예전에 명란오차스케에 대해 올린 페이퍼도 있다능~.ㅋ



올리다 보니 다 일본 작가들의 책이네. 한국 작가의 책 한 권 추가.

 하성란 소설이 요구하는 감각의 세계는 언어가 표상하는 어떤 의미나 상징을 뛰어넘어 육체가 식별하 ‘모종의’ 느낌을 전달한다. 소설 「여름의 맛」은 그러한 하성란표 소설의 정수다. 주인공 최는 일본 여행 중 은각사를 금각사로 잘못 알고 찾아간다. 일본인이 몸으로 이해하는 ‘킨가쿠지’와 ‘긴가쿠지’의 발음 차이를 최는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최는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가 건넨 복숭아를 껍질을 벗기고 단물을 쪽쪽 빨며 먹은 뒤 “당신은 복숭아를 정말 좋아하게 됩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저주에 걸린 것처럼 그 맛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 알라딘 책소개

껍질을 벗기고 단물을 쪽쪽 빨아 먹을 정도의 맛있는 복숭아도 어릴 적 먹은 이후로 기억이 안 난다. 그 맛을 기억하고 다시 복숭아를 집어 들어보지만 그런 복숭아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듯. 더구나 이 미국에서!!ㅠㅠ


사실 마스다 미리의 팬으로서 그녀의 책은 안 봐도 얼마나 맛있는 얘기가 나올지 상상이 간다. 그녀의 얘기에 막 공감하면서 추억의 먹거리뿐 아니라 추억을 되새기겠지. 하지만 그 옛날 맛은 어디서도 찾기 힘든 것. 그러고 보면 가을도 옛날 가을과 많이 달라졌다. 시간이 가면 서운하다는 게 이런 거야. 되돌릴 수 없고, 찾을 수 없는 옛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런 그리움을 가장 많이 불러오는 것이 먹을 것이 아닐까?


이 가을의 첫날 아침부터 먹을 것이나 생각하고 있으니,,,이제 일하자!!

그녀는 다시 입을 벌려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복숭아가 어찌나 단지 잇몸이 가려웠다. 복숭아에서 흘러내린 과즙이 손바닥의 손금을 타고 흐르다가 꺾인 손목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