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게 주의력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프로빈스타운으로 도망쳤을 때, 내가 가진 이야기 속에서 집중력에 일어난 일은 단순했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집중력을 망가뜨렸다. 이제는 이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며, 기술 뒤의 사업 모델이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중요한 요소를 알게 되었다. 이 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당도했을 때 우리는 이례적으로 쉽게 장악될 수 있는 상태였다. 우리의 집단적 면역 체계는 기술이나 그 설계와는 완전히 별개의 이유로 이미 무너져 있었다.

사람들이 꼽은 집중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핸드폰이 아니었다. 응답자의 48퍼센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문제는 어떤 엄마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거였어요. 매일 학교가 끝나면 정답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는 것 같았죠. 집에 가면 행복한 엄마가 있을까, 무서운 엄마가 있을까?"

이런 무작위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베이뷰에서 사는 것은 늘상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흡수하는 것과 같음을 깨달았다.

네이딘은 약물에 다양한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있음을 믿지만(그게 네이딘이 의학을 공부한 이유였다) 이런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 수많은 아이가 겪는 문제를 우리가 잘못 진단하고 있는 거라면?

숲속을 걸어가고 있는데 포악해져 곧 공격을 해올 것 같은 회색곰과 만났다고 상상해보자. 그 순간 우리의 뇌는 더 이상 그날 저녁 무엇을 먹을 것인지, 집세를 어떻게 낼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는다. 뇌는 오로지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위험. 우리는 곰의 모든 움직임을 추적하고, 우리의 정신은 곰에게서 멀어질 방법을 살피기 시작한다. 우리는 매우 각성한 상태가 된다.

이제 이러한 곰의 공격이 자주 발생한다고 상상해보자. 일주일에 세 번씩 화가 난 곰이 동네에 나타나 주민 중 한 명을 가격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아마 ‘과각성hypervigilance’ 상태에 빠질 것이다. 위험한 대상이 눈앞에 있는 곰이든 다른 것이든 간에, 우리는 늘 위험 요소를 찾기 시작한다. 네이딘은 이렇게 설명했다. "과각성은 본질적으로 가는 곳마다 곰을 찾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잠재적 위험의 단서에 맞춰져 있어요. 현재 일어나는 일을 느끼거나, 배워야 할 수업을 듣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요. [그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위험의 단서나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초점이 거기에 가 있는 거예요."

로버트가 교실에 앉아 수학을 배우려고 노력하다가, 며칠 후면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남자를 만나게 될 것이며 그 사람이 자신에게 또다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숫자를 더하는 데 정신을 집중할 수 있을까? 로버트의 정신력은 단 하나, 바로 위험을 감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건 로버트의 뇌의 결함이 아니었다. 견딜 수 없는 환경에서의 자연스럽고도 반드시 필요한 반응이었다.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했는지 파악하고 그러한 트라우마가 두통과 복통,(특히) 집중력 저하처럼 현재 겪고 있는 다른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네 개 이상의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전혀 없는 아이에 비해 집중력이나 행동상의 문제를 진단받은 확률이 32.6배 더 높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ADHD 증상의 발현을 세 배 높였음을 발견했다.

가정이 재정적 위기에 빠지면 아이가 집중력 문제를 진단받을 확률이 50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정에 심각한 질병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확률은 75퍼센트 증가했다.

부모 중 한 명이 법원에 출석해야 할 때는 그 수치가 거의 200퍼센트까지 커졌다

평상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려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집중하려면 시야에서 곰이나 사자, 또는 현대의 위험물을 찾는 머릿속 부위의 전원을 끄고 하나의 안전한 주제로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초점을 좁히는 일이 "안전한 환경에서는 무척 훌륭한 전략인데, 무언가를 배우며 번창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환경에 있을 때 선택적 주의[어느 하나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는 무척 멍청한 전략이에요. 그때 필요한 건 자신이 처한 환경 전체를 고루 경계하며 위험의 단서를 찾는 거니까요.

말했다. "아세요? 리탈린은 성폭행을 치료해주지 않아요. 이 아이들에게 약은 근본 원인이 아닌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치료해요… 어떤 아이가 끔찍한 행동을 하면 대개 그건 옳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신체에 알리는 아이만의 훌륭한 방법이에요."

"그러한 상황에 처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건 한통속이 되어 아이들을 폭력적이거나 용납 불가능한 상황에 남겨두는 거예요."

한 연구는 성적으로 학대당한 경험이 있는 어린이들을 학대 경험이 없는 같은 나이대의 아동 집단과 비교한 뒤 성폭행 생존자들은 진단 가능한 ADHD를 겪는 비율이 두 배임을 발견했다6(이것이 ADHD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아이가 약을 처방받던 시기에도 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어요.

"저는 이것[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의 원인이 [아이의] 몸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겁니다. 먼저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아이가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는 무섭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제한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충 장치와 돌봄, 보살핌을 켜켜이 쌓아야 합니다. 그럴 수 있으려면 아이의 부모인 당신이 자기 삶의 역사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로버트와 어머니가 자신의 몸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요가 수업 처방을 내렸다.

"사람들이 겪는 문제의 규모만큼 그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망가지거나 상처 입는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에게는 변화할 능력이 있"다. 네이딘은 그러한 변화를 진료실에서 늘 목격한다. "낙제를 하다가 올바른 진단과 지원을 받은 뒤 우등생이 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네이딘에게 이 일은 "큰 기쁨을 주는 작업"인데, "우리에게 심오한 변화의 잠재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제가 진료하면서 목격하는 거예요. 이 문제는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게 잘 치료할 수 있어요. 쉽게 따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무척 많아요."

너의 고통에 감사하라. 그 고통 덕분에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니.

어머니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은 성적 학대 때문에 아들을 보호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을 다르게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꼈다. 이는 아들에게도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네이딘은 로버트가 경험한 심각한 트라우마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편, 베이뷰에서의 평범한 생활(과 그 생활에 수반되는 모든 스트레스) 또한 집중력을 좀먹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학대당한 경험이 없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은 시간을 집에서 쫓겨나거나 밥을 굶거나 총에 맞을까 봐 걱정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은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장기적 영향을 미치며 두뇌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하다."

찰스는 불면이 기능 장애가 아니라 "위험을 인식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적응 형질"이라고 설명했다.

불면증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불안과 스트레스의 진짜 원인을 없애 불면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불면의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센딜이 속한 팀은 인도에서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일꾼들을 연구했다. 이 팀은 사탕수수 수확 전(무일푼일 때)과 수확 후(돈이 제법 있을 때)에 각각 사고력을 시험했다. 그 결과 수확 막바지에 이르러 경제적 안정감이 생겼을 때 이들의 IQ가 평균 13점 더 높았다.13 놀라운 차이였다

경제적 생존을 염려할 때는 고장 난 세탁기에서 아이가 잃어버린 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한 주를 버티는 능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그럴 때 우리는 네이딘의 환자들처럼 더욱 각성 상태가 된다.

"사람들이 겪는 문제의 규모만큼 그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의 규모를 키워야"

기본소득을 받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자신의 경제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면… 뇌가 가진 능력의 상당 부분이 거기에 쓰입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다른 것들을 생각할 능력이 생기죠."

기본소득은(무척 소액일지라도) 수급자들에게 마침내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듯 보인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요인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깊이 집중하는 능력도 개선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회는 방해 요소에 저항하는 능력이 낮아질 것이다. 정교한 방식으로 인간을 해킹하는 감시 자본주의에 저항하기란 어느 때건 힘들었을 테지만, 당시 우리는 이미 약해지고 있었고, 이로써 해킹당하기가 더욱 쉬웠다.

근무시간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이 더욱 산만해지고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16 "이러한 업무량은 지속 불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