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하며 맹세의 기도를 올리고 무릎을 꿇고 대지에 입 맞췄다

공포는 필연이었다.

책. 그들은 책을 찾고 있었다.

나는 책을 쓸 때마다 출발점으로, 첫 경험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친 감정으로 돌아간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글쓰기란 우리가 글을 쓴 뒤에 무엇을 썼는지 발견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한다. 마치 발밑에 있는 바닥이 금이 가는 걸 느끼듯이 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작하는 여타의 일들과 다를 게 없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 운전을 하는 일, 어머니가 되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처럼 말이다.

세상의 정점에 있을 때는 과도한 호의란 없다.

알렉산드리아의 책에 대한 갈구는 열정적인 광기가 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책이 너무 평범하고 새로운 기술적 아우라가 없기에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넘쳐난다. 책이 전자책으로 대체되며 사라질 것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아 책이 파멸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기사들을 읽으면 서글퍼진다. 서점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묵시록으로 우리가 한 시대의 끝자락에 당도했다고 예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머지않아 책이 민속학 박물관의 선사시대 전시관 옆에 진열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상상으로 그려진 그 이미지들과 더불어 나는 끝없이 진열된 나의 책들과 레코드판들을 바라본다. 다정한 구세계가 사라질 것인가를 자문하면서 말이다.
정말 그럴까?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 주자임을 입증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진이나 오래된 자료나 과거의 일처럼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케케묵은 것으로 변해가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10세기 전에 끈기 있게 필사한 원고를 읽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소멸의 박물관 같은 다락방에 예전 컴퓨터나 재생기기를 보관하고 있지 않은 한, 몇 해 전까지 쓰던 플로피 디스크나 비디오테이프는 더 이상 재생할 수 없다

혼돈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명한 픽션들을, 무지라는 견고한 바위를 거세게 긁어대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늘 잠정적인 지식을 말이다.

흩어진 보물 조각 같은 세상의 모든 책의 흔적을 찾았을 때, 그들은 그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 세계의 토대를 세우고 있었다.

그녀는 성숙한 여자로서 사람들의 험담을 피해 집을 나가지는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나주길 기대하며 단조로운 삶에 지루해했다.

"깨달을 때가 되면 이미 늙어서 잿가루가 네 싱싱한 몸을 집어삼키고 난 뒤야."

길리데는 문학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뚜쟁이 중 하나다.

그녀의 문제는 여태까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에서만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책은 열정의 연료였다.

압도적인 고요함과 여름날의 드높은 하늘, 불타는 나날들, 반짝이는 푸른 바다, 방파제, 주황빛 해안. 때로는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알렉산드리아의 마레오티스 호수. 항구와 호수 사이의 물 사이로 난 무수한 길과 그 길에 몰려든 먼지와 걸인과 파리들. 야자수, 고급 호텔, 대마, 만취. 정전기를 품은 건조한 공기. 라임과 바이올렛 색의 석양. 다섯 민족, 다섯 언어, 다양한 종교, 기름진 물 위로 정박한 다섯 척 배의 반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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