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는 컴브리아에서 겨울에 느끼는 혹독한 아름다움을 좋아했지만 이제 섑에서 산 지도 1년이 넘고 보니 봄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계절이라고 말할 자격이 생긴 듯했다. 어디에나 보이는 양 떼를 빼면 겨울에는 이 고원에서 생명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눈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에나 혹독하고 색깔 없는 풍경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봄은 부활처럼 보였다. 날은 길어졌고, 잠자던 식물들이 따뜻해지는 땅을 뚫고 녹색 싹을 내밀었으며 히스들이 꽃을 피웠다. 지의류와 이끼로 가득한 이색적인 정원이 살아났다. 맹렬하고 얼음 같던 바람이 따스해지고 향기로운 산들바람으로 바뀌었다. 새들은 둥지를 틀었고 동물들은 번식했으며 공기 중에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다시금 감돌았다. 한 해 중 컴브리아 시골 생활의 아름다움과 느린 속도를 음미하게 되는 시기였다.

포는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했으나, 다른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할 때와 마찬가지였고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아들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우선시하겠다고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가 말했다. "당신 자기 이름으로 구글에 검색해봤어, 스테프?"
플린이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아니라고 했다.
아니긴, 해봤잖아. 다들 그래. 포가 생각했다.

포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추호도 개의치 않는’ 유형이었는데도 자기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쥐뿔도 모르는 사안에 대해 확고한 의견이 있는 게 부정적인 일로 간주되던, 좋았던 옛날이 떠올랐다.

포퓰리즘과 거짓 뉴스가 인구의 절반을 머리 빈 인터넷 트롤로 만들어버린 듯했다.

날씨는 전날과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더 밝아 보였다. 기분이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재미있었다.

"우리 일은 쉬운 길이 아니라 옳은 길을 택하는 거야." 그가 말했다.

포는 물러나는 게 옳은 선택일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때로는 입을 다무는 편이 더 낫다는 것도.

한 책장에는 젠체하는 책들이 선별되어 있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고대 영어판 《베어울프》. 이 책들 중 어느 것 하나 책등에 주름이 잡혀 있지 않았고, 포는 그것들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책이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아보았다.

연습한 듯 들리는 그 말에 포는 샤플스가 뭔가를 빠뜨리고 말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포는 증인들이 자주 그런다는 사실을 알았다. 증인들은 자기를 가장 좋게 비치게 하려고 했고, 공작처럼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샤플스라면 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가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는가? 때로는 누군가가 나서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아도 되도록 불쾌한 일을 맡아야 했다.

같은 남자와는 주먹을 주고받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는 보복을 하면 불균형하게, 인생이 바뀔 정도의 대가가 되돌아갈 거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했다.

1230년에서 2009년까지 칼라일 주교의 공식 거주지는 댈스턴 마을 인근의 로즈 캐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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