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라바투트의 소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의 마지막에 

우리집 마당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레몬나무로, 육중하게 늘어진 잔가지들이 넓게 뻗어 있다. 밤의 정원사는 레몬나무가 어떻게 죽는지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로 시작하는 레몬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천도복숭아나무가 가장 오래된 나무였는데 천상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천도복숭아를 주렁주렁 매달아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육중하게 잔가지들을 넓게 뻗치다가 어느 날 죽어버린 천도복숭아나무가 생각났다. 나무는 죽었지만 그 맛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우리 결혼식을 남편의 집 정원에서 했는데 그때 그 천도복숭아를 먹어 보셨던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때 네 결혼식 때 네 결혼 준비라며 네 시어머니 도와준다고 열심히 그릇들을 닦고 있는데 네 시어머니가 먹어보라며 줬던 천도복숭아 맛이 잊히지 않는다."고 하셨더랬다.


어려서 먹어 본 맛은 잊히지 않는 경우가 몇 있다, 그러니까 마른 오징어나 오미진 냉면집의 냉면 같은, 50살이 넘어서 먹어 본 맛 중에 기억나는 맛은 거의 없는데 얼마나 맛이 있었으면 50대에 드셨던 천도복숭아의 맛이 74세가 되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잊히지 않았을까? 거름도 안 주고, 비료도 안 주고 자란 나무의 열매라서 그런 것일까?를 생각했었다. 나도 가끔 그 천도복숭아가 먹고 싶어지곤 하니까.


라바투트의 소설에 나오는 레몬나무의 모습은 바로 우리 집 레몬나무의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저 레몬나무도 천도복숭아나무처럼 죽어버리는 걸까? 열매를 너무 많이 맺고 있으니까? "일생의 끝에 이른 나무에서는 마지막으로 무수한 레몬이 달린다."고 이 소설에서 얘기하니까?


예전에 우리 집 레몬나무에 레몬이 주렁주렁 달린 사진 올린 것이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 늘 충분한 태그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보다. 더 자세한 태그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멀리 보이지만 저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이 어쩌면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 집 레몬나무다. 


딸아이가 여기 와 있으면서 자기 시할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라이카 카메라로 찍어서 현상을 해서 받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역시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 H양 보냄

가까이 보면 저렇게 노랑노랑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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