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학교 관계자들이 품위 없고 저급한 인간들과 사귀지 않고 교양 있고 품격 있는 친구들과 자주 접촉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솜씨 좋게 늘어놓음으로써 기회주의자에다 아첨꾼이라는 경멸을 피해갔다.

일어나 다부진 망아지 같은 모습으로 나가면서 그녀가 덧붙인 말이었다.

아아! 이제는 그녀가 읽은 그런 편지가 더이상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다시 떠오르자 무언가가 눈 속으로 밀려들어와 눈앞이 흐려지고, 교실과 정원과 겨울의 빛나는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나는 마지막 편지를 읽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근사한 강의 강둑에 머물렀고, 그럴 때면 강물이 튀어 내 입술에 활기가 돌게도 해주었는데, 이제 그 강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금욕적이기는 했지만 금욕주의자는 아니었다. 눈물이 흘러내려 손과 책상을 적셨다. 나는 잠깐 엉엉 울었다.

그러나 곧 자신을 타일렀다. "지금 애도하고 있는 이 ‘희망’은 고통받았고, 또 나를 몹시 고통스럽게 했어. 사라질 시간이 될 때까지 죽지 않았지. 그렇게 미적대며 내게 고통을 주었으니 이 ‘희망’의 죽음을 환영해야만 해."

그러나 그 편지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어야만 했다. 그런 상실을 체험한 사람들은 황급히 기념물들을 모아 멀찌감치 치우고 자물쇠로 채워놓기 마련이다. 회한이 날카롭게 되살아나 매순간 가슴을 찌른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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