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만든 세계를 믿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물적 토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나는 그 근원을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확하게는 내가 마ㄷ 이모 이 - P152

소설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P154

소설이란 장르에 매혹되어 여기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을 다시 부수는일, 자신이 믿은 리얼리즘대로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인물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다시 못할 것만 같은 작업이기도 하다. 내가 작가임을, 작품은 내가 속한 세계이며 내가 믿는 세계라는 것을알면서도. - P158

아마도 다른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쓰는 듯하다.
글쓰기 자체는 내게 기쁨을 주지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글을 통해 생각과 개념 그리고 때로는 통제할 수 없는내 머릿속 야생의 상상까지도 표현할 수 있다. 글쓰기는 내벗이고 스승이며 때로는 적이다. 즉, 모든 것이다. 또한 글쓰기는 구원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 P170

글 쓰는 일은 뇌의 땀을 짜내는 노동이다. 그러나 동시에휴식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쓰면서 에너지를 쏟는 동시에에너지를 얻는다. 농부가 논을 매는 동안, 비록 그 수확이 생계에 충분치 않을지라도 농사일 자체로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임을 느끼는 것처럼, 나 역시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는다. 글쓰기는 삶의 의미를갖게 하고, 내가 그저 이 세상에 하찮게 더부살이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 P170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사고하고,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또기도한다. 상상도 할 수 없고 아무리 손을 뻗어도 결코 만질수조차 없는, 신 옆에 선 무기력한 나를 본다. 그러한 결과에상관없이 글 쓰는 일은 나 자신을 더욱 잘 알 수 있게 하기에, 내게는 배우는 과정이다. 내 강점과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하여 내 탐험의 한계선을 더 잘 알 수 있게 한다. - P171

글 쓰는 일은 나로 하여금 연구하게 하고, 주변과 타인 그리고 내 주위에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관찰하고 이에 귀기울이게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진리란 하나가 아님을 발견한다. 진리는 퇴적되며 때로는 서로 대결한다. 정의, 인간성, 행운, 불운, 그리고 행복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은 갈등을 일으키고 혹은 반목의 시초가 될 수 있는 커다란 가치들을 뚝뚝 흘려댄다. - P171

우리에게 ‘다름‘은 꺼지지 않는 분열과 갈등의 한 원인이되어 왔다. 그러나 그 다름을 완성의 한 부분으로 여겨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감사하며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시각의 다름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서로 미워하게만드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단 하나의 유일한 진리로 믿을 때이다. 글을 쓰는 일은 미워함에 불을 붙이는 행위가 아닌 완성에 불을 붙이는 행위이며, 곧 다름을 드러내는 일이다. - P171

내게 불안은 신성한 것이다.
그 불안으로 나는 끊임없이 추구하려는 에너지를 얻는다.
그 불안으로 나는 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새로운 것이든 낡은 것이든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불안으로 나는 살아간다. 그 불안은 적을 포함한 내가 거부하고 증오하는 모든것들과 교제하고 또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교량과 같다. - P172

세상에 새로운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려고 시도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 P173

시각의 부재,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사이의 불명확성,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의 무경계, 즉 멀고 가까움이 모두 같다는 것은 나를 육안의 현실에서 나오게 하였다. 따라서 나는모든 것이 어떠한 경계선 없이 움직이도록 내버려두면서 글을 쓴다. 사실적인 것이란 아직 사실적이 아닌 것이다. 사실적이지 않은 것이 더 사실적일 수 있다. 이것은 발리 문화의현명함과 같은 맥락이다. 즉,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 비어 있는 것이 채워진 것이며 채워져 있는 것이 비어 있는 것이다. - P176

실패와 패배에는 항상 약속이 있다. - P176

지금까지도 내게 글쓰기는 섹스와 마찬가지로 내적 필수행위 중 하나이다. 나는 글쓰기에 중독되었다. - P177

글 쓰는 세계는 나처럼 이도 저도 아닌 이, 망설이는 이,
왜소한 이, 말더듬이, 확신 있는 시각을 가지지 못한 이 늘헤매는 이, 그리고 자신조차 모르는 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이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일이란 성장하는것이며 무엇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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