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독일 바이마르 일름 강변의 초원에서 그런 큰 별이 뜬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처음 간 바이마르가 그때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나중에 내가 쓴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바이마르에서 온 편지》라는 책까지 묶어 낼 정도로 나는 기나긴 편지들을 썼었다.

나는 늘 나쁜 짓 하듯이, 도둑질 하듯이 내 일을 했다. 공부는 더욱 그랬다. 할 일 없는 체하다가 온 식구가 잠들고 나서야 다시 일어나서 내 일을 했다. 문을 가만히 여는 소리에 잠든 줄 알았던 남편이 깨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남편은 한 번 깨면 다시 잠을 못 자는 사람이었고 그가 낮에 하는 일은 중했다. 더구나 공부하는 여자와 살고 싶어 하는 남자는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바깥에서도 나의 공부는 자주 화근이어서 어떤 때는 나도 내가 싫었다.

그러면서 살았는데 세상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그것도 큰 학자로부터 ? 큰 학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 이런 큰 격려를 받는 수도 세상에는 있었다. 나는 당시 마흔아홉이었는데, 지구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도는 것 같았다. 그리 오래 찾던 선생님을, 학문의 스승을 이제야 만난 것이었다.

젊었을 때, 온 세상이 캄캄해서 앉은뱅이처럼 앉아만 있었을 때는 누가 새끼손가락 하나만 잡아주면 일어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상은 때로 절벽 끝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사람의 손을 짓밟듯이 가혹했다. 어쩌면 세상의 정말 중요한 일들은 바로 외로움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이치를 젊었을 때는 몰랐다.

"너는 왜 누구의 턱을 치면서 동시에 반창고를 붙여주니? 아가리를 칠 때는 아가리만 치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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