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나는 테드 토크TED Talk강연을 준비했다. 카드나 슬라이드, 프롬프터의 도움이 전혀 없이 18분 동안 쉬지 않고 말을 해야만 했다. 말하자면 6페이지짜리 독백을 외워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전혀 연습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해야만 했다.(마치 ‘이제 막 일어난 것’처럼 보이기 위해 3시간 동안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몇 주 동안 하루에 몇 시간씩 성실하게 연습을 했다. 차 안에서, 목욕을 하면서, 거울 앞에서, 개 앞에서, 그리고 반복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줄 의향이 있는 친구와 가족 앞에서 계속 연습을 했다. 단어 하나 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청중 앞에 서서 강연을 하는 동안 나는 적어도 세 번 이상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원고 전체를 내 손바닥처럼 훤히 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전한 환경에서만 연습을 했었다. 한 번도 압박을 느끼는 환경에서 연습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강연을 망친다고 내 개가 트위터에서 나를 조롱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말이 막혔던 순간들을 의미 있는 침묵으로 위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청중들이 눈치채지 못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 침묵의 순간들을 뼈저리게 의식했다.

세상은 우리가 편안하게 집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내게 도와달라며 지르는 고통에 찬 비명은 우리의 심장 또한 공포로 가득 차게 만들고,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무게가 성인 체중과 비슷할 뿐 얼굴도 생명력도 없는 마네킹만을 상대로 훈련을 하면(물론 테크닉과 힘을 기르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돌봐야 하는 실제 상황에 대비할 수 없다. 그런 훈련으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도 없다.

훈련을 할 기회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 작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활동에 시간 낭비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자신의 결정이 퍼즐의 다른 부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이해할 수 있다.

정신적, 혹은 심리적 기술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다르면 필요한 기술도 달라진다. 실제로는 겪을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를 사용해서 상황 인식, 의사 결정, 의사소통, 회복 탄력성, 리더십 기술 등을 갈고닦아봐야 별 소용이 없다.

내가 간과한 것은 맥락이었다. 자신이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바다에서 수영해야 할 사람은 바다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면접 혹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사람은 적어도 조금이라도 자신을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들(또는 적어도 개보다는 가혹한 비평을 해줄 사람들) 앞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이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날아오는 콘비프 샌드위치의 위협은 그런 압박감을 재현할 수 없다.

스트레스는 의사 결정 능력을 감소시켜 긴급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 감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노, 짜증 등의 감정이 일어나 의사소통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의사소통이 없으면 팀원들은 지휘관이 머릿속에서 맞춰나가고 있는 퍼즐 그림, 시각, 의도 등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상대방도 부정적인 태도로 반응하기 쉽다. 그러면서 공황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팀원 사이의 관계가 무너지고, 팀원들은 지휘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이제 그는 더이상 효과적인 리더가 아니다.

스트레스에 완전히 압도된 나머지 그는 부츠를 신자마자 안절부절못하면서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지시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몰라서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말을 쏘아붙이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 처신 때문에 사건 현장에서 그는 잘해야 바보, 최악의 경우에는 깡패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는 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래서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따라서 출동하는 것을 더욱 싫어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실제를 방불케 하는 압박 속에서 연습하고 준비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과거에는 지휘관과 소방관들모두 실제 상황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의 대부분을 습득해왔다.

현재 일하는 지휘관들은 선배들이 현장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의 절반밖에 얻지 못한다. 그러나 불길의 세기는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훈련을 두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가상 현실은 몰입감이 상당하지만, 완전히 시뮬레이션이 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훈련 방법 중 가장 현실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이 아무리 노력해도 실제 사고에서 경험하게 되는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라이브 번live burn’이라고 알려진 훈련법이었다. 완벽했다. 나는 햄프셔 소방 구조대의 허락을 받고 각 폐건물마다 우리가 개발한 서로 다른 시나리오의 상황을 장치하고 불을 질렀다. 전부 다.

지휘관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를 더 자주 예측하면서 점검했고, 그 정확도도 더 높았다.

연구팀은 훈련이 벌어지는 동안 사용한 단어들을 분석하고, 훈련이 끝난 다음 행한 면담을 통해 그들이 머릿속에서 맞춘 퍼즐 그림이 ‘지금, 여기’에 한정된 것인지, 앞일을 예측하면서 맞춰나간 것인지 확인하면서 상황 인식력을 측정했다. 나는 그들이 각 전략의 결과를 예측했는지, 혹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훈련하는 방법에 관해 처음으로 증거에 기반을 두고 제대로 관찰한 결과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감정적으로 힘든 실제 상황을 충분히 접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경험이 지휘관들을 단련시켜 가혹한 현장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휘관 훈련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실제 상황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한 의사 결정 과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우리 두뇌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훈련 시뮬레이션이 소방 구조 대원들이 경험을 쌓도록 돕는 일반적인 전략의 일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긴급 구조 대원이라면 누구나 이 최첨단 기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고, 비영리 재단인 ‘하이드라 재단Hydra Foundation’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막고 자기 말을 하는 성향인가? 대립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해버리는 성향인가? 이런 훈련을 수행한 사람은 실제 상황에서 스스로의 성향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반응과 기여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나도 전략 담당 지휘관 훈련을 받을 때 이 시스템을 사용했고, 큰 효과를 거뒀다. 이 훈련법을 통해 어려운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법, 자부심 강한 인물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방법, 크게 다른 시각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 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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