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광화문 대형 서점에 나가 오랫동안 책을 훑어보는 일이었다네.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대형 서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소설책과 시집과 희곡 책을 읽어나갔다네. 사고 싶은 책들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용돈기입장의 숫자들을 떠올렸다네. 4월이 가고 5월이 가도록 그녀는 단 한 권의 책도 사지 못한 채 외롭고 쓸쓸하게 숫자들의 목에 긴 줄을 매달아 터덜터덜 기숙사까지 걸어오곤 했다네.

그러던 6월의 어느 날, 그녀는 신간 코너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괜스레 그녀의 마음은 활랑거렸다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책이었다네. 표지가 눈에 띄는 것도 내용이 새로운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계속 그 책에 마음이 갔다네. 아무도 찾지 않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네. 어쩐지 그 책과 자신이 같은 처지인 것만 같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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