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필연적으로 의심이라는 조작을 거쳐야 한다.
의심도 해보지 않고 믿었다는 건 엄밀히 말해 행위로서의 성립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일탈이며, 그런 점에서비난받아 마땅하다. - P103

친구는 자녀가 아니다. 부모도 아니다. 남편도 아니다. 형제자매도 아니다. 연인도 아니다. 이것이 무엇을말하는가. 친구로부터 의견과 감상을 요구받기 전까지그들의 삶에 참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친구라는 입장에서 그의 성공과 건강을 남몰래 기도하는 것으로 족하다. - P105

나는 오늘날까지 세상의 오해와 잡음에 시달리는 사람들 곁에서그들과 우정을 맺어왔다. 인생은 매순간 대가를 요구한다. 세상에 보기 드문 개성 강하고 똑똑한 친구들 곁에 머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대가를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다. - P106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귀머거리‘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청각장애자를 차별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적의나 차별 없는 말과행동이더라도 상대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치욕스런 상처가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의도치 않은 말과 행동에 상처받지않도록 강해지는 방안을 생각해내야 한다. - P108

우리의 일생에서 타인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나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힘으로 우리는 여기까지 당도할 수 없었다. 거부당하고 미움받고 괴롭힘을당하고, 때로는 사랑받고 구원받으며 칭찬받았기 때문에현재의 내가 있다. 그들 속에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 P109

파괴적인 사상과 실천은 세상이 없어지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기호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사상과 행동에 휘말려 원래의 나‘를 잃곤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뜻하지 않게 좋은 일이 찾아왔듯이 바라지 않았던 나쁜 일에 휘말리는 횟수가 쌓여삶을 이룬다. 인생에 좋은 일만 가득하다면 아마도 인간의 성격은 지금처럼 복잡하고 현명하게 완성되지 못했을게 분명하다. - P110

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성격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으로는 한없이 나약하다는 점이다. ‘나는 나‘ 라는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을 안고 있다. - P111

다른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이 나만의 방식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 P113

그 믿음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깊이 뒤얽힐수록 서로 성가시러워진다. 살다보면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은 나오게 마련이다. 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생긴다. 어머니 말씀처럼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싶다.
서로의 신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금물이다. 신상을털어놓는 그 순간부터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는 착각이피어나기 때문이다. - P120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조금 거리를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 - P121

자녀는 철저하게 타인이다. 타인 중에 특별히 친한 타인이다. 특별히 친하다는 예를 찾아본다면 교도소를 출소한 그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집으로 데려와 목욕을 시키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이다. 자녀가 아닌다른 누구를 위해 이처럼 정성들여 대접하는 타인이 또있을까. - P122

결점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이상하게도 친구들이늘어난다. 사람들은 나의 장점에만 호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결점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예를 들어 내가지독히 말주변이 없더라도 나의 약점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에겐 저절로 위안이 된다. 인간의 우월감을 자극하는 비겁한 방법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넓게 봤을 때 이 또한 사랑의 표현 방식 중 하나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가장 큰 체력소모는 결점을 감추는 데소비된다. 타인에게 나의 결점을 감추느라 거짓말을 하게 되고, 나중에 이것이 탄로나 서로 곤혹스러워진다. - P125

나는 내가 되어 살아간다. 인간의 운명이다. 개별적인존재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상 인간은 서로 다름이 원칙이다. 굳이 무리해서 다름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므로 살아가는 취향이 다른 것은당연하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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