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끊임없이 현실을 파악하고 바꾸는이 모든 것은 138억 년 전 한 점에서 폭발하여 존재하게 되었다. 우주의 시작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을 여는 음표보다 조용했고, 자아(1)의 대좌에서 내려와 작아진 나(1) 위에 떠 있는 점보다 작았다. - P14

거미가 잎사귀를 돌리려고 계획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잎사귀가 거미줄에 걸리려고 의도한 것도 아니다. 단지 거미줄과 잎사귀라는 목성의 위성을 궤도에 잡아두는 것과 똑같은 힘으로 회전하는 진자가 우연히 만들어졌을 뿐이다. 아름다움도 모르고 의미에도 관심 없는 영원불멸의 우주 법칙이 빚어내는 한순간의 기적적인 광경은 당혹감에 휩싸인 채 이를 보는 인간의 의식에는 아름다움과 의미로 가득해 보인다. - P15

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이해의 범위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 P15

아름다움 같은 어떤 진실은 상상과 의미 부여라는 빛을 슬쩍 비출 때 가장 명확하게 보인다. - P15

삶이란 다른 삶과 얽힐 수밖에 없으며, 그 삶의 직물을 바깥에서 바라보아야만 인생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에 어렴풋이나마 답을 구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인격, 행복, 불멸의 위업을 빚는 요소는 무엇인가? 어떻게 우리는 관습과 불합리한 집단주의의 흐름에 맞서 주체성과 정신의 독립을 유지하는가? 천재적재능이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명성을 얻으면 충분한가? 사랑이 있다면 충분한가? 두 차례의 노벨상으로도 검은 연구복을 입은 여자의 사진에서 뿜어 나오는 구슬픈 애수는 보상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성공은 충족감을 보장하는가? 혹은 혼인서약처럼 미덥지 못한 약속에 불과한가? 시작과 끝이 무로 장식된 찰나적인 존재인 우리는 어떻게 존재의 완전함에 도달하는가? - P16

아름다운 삶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 P16

세월이 흐르면서 배는 점점 낡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배의 부품이 하나씩 교체되었다. 판자를 새로대고 노를 새것으로 바꾸고 돛을 새것으로 바꾸니 결국 원래 배에 있던 부품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플루타르코스는 묻는다. 이 배는 테세우스가 탔던 배와 같은 배인가? 견고하고 고정된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습관, 신념, 사상은 살아가는 동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다.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사회적 환경 또한 변화한다. 우리 몸의 세포 또한 대부분 교체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으로 남는다. - P21

가장 먼 곳을 보는 예언자일지라도 자신이 속한 시대의 지평 너머까지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정신이 외부로 시선을 돌려 자연을 이해하고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기존의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면 그 하나하나의 변혁이쌓이면서 지평선 자체가 변화한다. 우리는 자연과 문화로 팽팽하게 조인 확실성이라는 체로 세계를 거르지만, 아주 가끔 우연의 결과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는 망이 느슨해지면서 변혁의 씨앗이 그 사이로 빠져나오기도 한다. - P22

세 세기 후 월트 휘트먼은 정신이 얼마나 육체에 신세를 지고 있는지 주목한다. "재능과 윤리의 순위가 위장의 순위보다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결정하는 것은 위장이라네." - P23

재산을 잃는 것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과 소명이 나에게 운명지운 일을 성취할 기회를 잃는 쪽이 나에게는 훨씬더큰문제다. - P24

현재 내 양심 상태로 그 분야에 갇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큰 불안과 염려로나를 고문하는 일은 없다. - P24

현실에 새로운 진실이 자리잡으려면 문화의 톱니바퀴가 몇 차례나 돌아가야 할까? - P25

Pr케플러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잊곤 하는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낼 때 우리가 지닌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 P27

"일단 대중 앞에 시가 발표되고 나면 시를 해석할 권리는 독자에게 넘어가게 돼요." 세세기 후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말한다. 하지만 그 해석은 예외 없이 해석 대상보다 해석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 P33

서로 끌어당기는 이 힘은 두 물체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보다 가까이있을 때 더 커진다. 그러므로 서로 가까이 있을 경우 두 물체는 떨어지는 일에 한층 강하게 반발한다. 810405 - P41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최초로 인간의 자만심에 도전장을 내민 위대한 사상이다. 그 후 몇 세기에 걸쳐 세계 질서가 여러 차례 새롭게 편성되는동안 인간의 자만심에 대한 도전은 진화론부터 시민권, 동성결혼까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다. 이 모든 도전에 사회는 케플러의고향 주민들이 보인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주의중심이든 권력 구조의 중심이든, 중심에 있는 것은 그 대가로 진실을 희생할지언정 계속해서 중심에 남아 있어야 한다. - P45

어머니를 불학무식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본성이 아니라 의세계에서 결정한 사회적 위치였다. 이 세계가 지적인 깨달음과 자아실현의기회를 하늘의 별만큼이나 불변의 자리에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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