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나이 드는 것이 사회에서 병적인 문제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인구 붕괴, 복지 붕괴, 이에 따른 경제 붕괴, 매년 나오는 기사의 제목들이다.

15세부터 64세까지를 묶어 ‘생산 가능 연령’, 65세부터는 ‘노인’으로 뭉뚱그린다.

숫자 나이, 즉 역연령曆年齡, chronological age은 사람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파라미터임에 불구한데도 말이다.

사람이 나이 드는 모습은 인류의 역사 동안 계속해서 바뀌어왔을 뿐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천차만별이다. 다시 말해 65세 이상인 모든 사람을 도매금으로 묶어 분류하는 태도는 어찌 보면 사람의 나이듦과 노화, 질병,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병이 있으면서 노쇠Frailty1와 장애2도 함께 있는 어르신들은 갈 곳 없고 돌봄받을 방법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몸이 많이 아픈 사람은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노화와 함께 질병, 노쇠, 장애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 문제다.

장애는 광범위하게 일상생활의 수행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통칭하는데, 순수하게 노화에 의해서도 장애는 발생할 수 있다. 이후 책에서 설명하겠지만 신생아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것처럼, 어느 정도 노화가 진행되면 다양한 영역에서 돌봄이 필요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진 병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73퍼센트는 둘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4.1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노인의학자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의학자가 전문의나 분과 전문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노화를 질병, 치료 대상으로 간주하고 암이나 감염병처럼 치료 방법을 개발하려고 한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노력한 지 2,00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아무도 성공한 사례가 없지만, 그런 방법이 개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주도적 유전자 변이Driver mutation3에 의해 발생하는 일부 암과는 달리, 사람의 노화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구조, 기능 이상이 오랜 시간 동안 섞이고 상호작용한 최종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떤 생물학적 경로에 개입하는 한 가지 약물이 ‘이미 노화의 결과물인 노쇠가 나타난 사람’에게서 눈부신 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많은 연구들을 종합하면 노화의 속도는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그다지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또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인구 집단에서 노화의 결과인 노쇠를 측정하고, 노쇠에 따른 많은 삶의 모습들이 시간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약 10년 동안 연구했다. 이를 통해 사람이 나이 들면서 질병과 노쇠, 장애가 생기는 모습이 제각각이고, 또 그 속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숫자 나이보다는 노쇠, 질병과 기능을 포함한 사람의 다면적인 요소가 신체적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의 ‘안티프래질antifragile’에 매료되었고, 한 축에 놓고 모든 것을 끼워 맞추려고는 하지 않게 되었다. 생물학 실험과 사람 연구를 통해, 생물학 실험의 환원론이 가지는 장점과 이를 사람으로 가져올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익히게 되었다.

사람의 나이듦을 놓고 흔한 연구자나 관료들처럼 프래질리스타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공부하고 배운 것들을 모아 스스로의 삶과 건강 관리, 자산 운용에 적용해보았다.

일단 내가 스스로 실천해서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큼 믿음직스럽고 확실한 것이 없지 않겠는가.

나아가서 환원론적인 방법으로는 전문가들이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의 우리 사회의 인구 고령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들과 노화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풀어헤쳐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이듦’을 제거해야만 할 적이 아닌 내 편, 우리 사회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한편으로 이 책은 나 스스로를 위한 교본이기도 하다. 여러 삶의 경로에서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굴러떨어져보기도 하고, 체중이 늘어 마음의 엔트로피가 늘어나는 경험도 해보았다. 바닥을 찍고서야 다시 생활습관을 가다듬어 체중을 줄이고 번뇌를 줄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1부에서는 생물학적 노화가 어떻게 노년의 모습을 만드는지, 그리고 과학이 알려준 노화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논한다.

2부에서는 노화의 결과이기도 한, 노년기 질병이 가지는 특징들과 우리나라에서 특히 간과되고 있는 여러 노인의학적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본다.

3부에서는 범위를 좀 더 넓혀 노화와 고령화를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제 사람이나 동물에서 결과론적으로 관찰되는 노쇠의 정도가 노화 속도와 시간을 곱한 면적이라는 것은 비교적 넓은 학문의 분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잘 사는데 무엇이 중요한지의 우선순위는 사람이 나이듦에 따라 바뀌어 간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에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노화 지연)이, 장년기에는 질병의 관리(노쇠 예방)가, 노년기에는 독립적인 삶의 영위(기능 보존)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 하여 한 번 사는 인생이니 후회 없이 현재를 즐기자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돈만 미리 당겨서 쓰는 것이 아니라 젊음도 당겨 쓰는 것일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라는 말도 있다. 불같이 바짝 일해서 경제적 독립을 얻고 빠르게 은퇴하자는 것이다. 두 단어는 얼핏 반대되는 개념인 듯 보이지만 삶의 한 시기의 가치가 또 다른 시기의 가치보다 더 중요함을 미리 정해놓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방식을 극단적으로 쫓아갔을 때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가속노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가속노화란 어떤 요인(다양한 경로에 영향을 조절하는 유전자일 수도 있고, 환경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을 조작해서 노화와 연관된 원리들을 연구하기 위해 생물학 영역에서 사용하는 모델을 말한다. 생쥐와 같은 경우, 쥐가 실제로 노화할 때(보통 18?24개월)까지 기다리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연적 노화 대신에 가속노화를 이용한 실험을 한다.

사람의 노화는 여러 가지 요인과 시간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나타나기에 다양한 현상들을 일정한 원리 또는 요소로 귀결시키고자 하는 생물학적 환원론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기술 발달과 함께 조금 더 총체적인 생물학적 변화를 볼 수 있는 오믹스-omics1 연구가 대중화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그 결과만 볼 수 있을 뿐 원인을 모르는 것이 많다.

현대 생물학의 노화 연구는 1961년 해부학자 레너드 헤이플릭Leonard Hayflick이 세포가 반복적으로 분열하다 보면 세포 노화cellular senescence라는 상태에 이르게 됨을 관찰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60?80대가 되면 나의 만성질환에도 일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삶의 태도와 방식이 결국 기력이 쇠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2,000년 전부터 알았던 사실이다.

복리효과를 계산하면, 젊은 시절 무심코 지출한 것들이 수십 년 후 은퇴할 때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100배에 이르는 잠재적 자산 손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들 한다.

고정 지출을 최소화하고, 또 나머지 돈은 적절히 배분하여 오랫동안 현금 흐름을 확보해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운용 계획을 세울 것이다. 역사적으로 장기간 자산 운용에 성공한 사람들의 철학과 방식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적어도 눈을 감고 남이 유망하다고 하는 개별 자산 종목에 소위 올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애주기에 따라서 소득과 생활비를 고려했을 때 평균적으로 적자를 보는 시기와 흑자를 보는 시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을 기준으로 28세가 되면 흑자로 진입해서, 45세에 최대 흑자를 거두게 되고, 이것이 59세가 되면 다시 적자로 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예비 노년 가구(55?59세)의 은퇴 전 은퇴 준비율은 대략 5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모종의 과잉을 줄이면 노화가 지연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식사를 줄이거나 끊는 절식caloric restriction, 시간 제한 식이(간헐적 단식), 금식을 흉내 내는 식단fasting mimetic diet 등은 사람의 30?60세에 해당하는 중장년 시기의 대사 과정을 가늘고 길게 만들어주는 변화를 초래한다.

이 30~60세 시기에 생활을 조절하지 않으면(생쥐에서도 정크 푸드 식이를 통해서 재현이 가능하다) 나이 들어서 노화세포가 많이 축적되고, 그렇게 축적된 노화세포는 염증 물질3을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사람의 모든 기관을 더 빨리 늙게 만든다.

동화저항이라는 현상이 생겨 있는 노년기에 전체적으로 열량과 단백질 섭취를 줄이게 되면 쇠약이 발생하기 쉽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는 50대 중반쯤 되어서 몸에서 실제적으로 이상 신호가 포착되어야 운동을 시작하고 건강 서적을 찾아보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만시지탄이다.

젊은 시절의 과잉은 노년기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젊어서 흥청망청 돈을 써 버릇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그 습관을 버리기 어렵고, 결과적으로는 궁핍한 것과 똑같은 이치다.

하루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줄이는 것이 당장은 내 자산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30년 동안 매일 아주 조금 덜 나쁘게 먹고, 조금 더 많이 운동하고, 조금 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쌓이면 매우 큰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내 몸의 노화 관리는 장기적인 자산 관리라고 생각하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개는 한 가지 물질이 여러 가지 생물학적 경로를 건드리게 되고, 또 용량에 따라 나타나는 액션이 다른 경우가 많으며,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서도 결과가 바뀔 수 있으니 작용과 부작용은 구분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노화 영역에서는 이 활성산소의 노출이 심하면 일종의 좀비 세포인 노화세포senescent cell가 잘 만들어지는 것을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노화세포란 간단히 설명하면 세포가 활성산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유전자 손상이 누적되어서 암세포로 변하기 직전인 상황이 되면서 스스로 좀비처럼 바뀌어서 죽지도 않고 활동도 하지 않는 세포를 말한다.

이 노화세포는 얄궂게도 몹쓸 여러 가지 염증 물질들을 주변으로 분비하는 특징이 있다. 세포 안에 활성산소의 농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 노화세포가 잘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는 생물학적 사실이다.

절식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미토콘드리아가 좋은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면서 활성산소는 증가되지만, 이로 인해 몸속에 여러 가지 유익한 변화들이 생긴다. 고장 난 세포 내의 작은 요소(세포 소기관)들이 청소되기도 하고5, 이러는 과정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이 몸을 떠돌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좋게 만든다거나 노화를 촉진시키는 여러 가지 경로들을 억제하기도 한다.

운동을 적당히 하면 몸에 좋고, 너무 심하게 하면 노화가 촉진된다는 것은 너무 뻔한 사실 아닌가.

많은 연구를 하고 돌고 돌아 알게 된 과학적 지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결국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좋은 선순환을 한 번 경험하고, 일정 기간 습관으로 만들게 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고, 마시고, 누워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던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선순환의 경로에서 무심코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이를 깨닫고 다시 방향을 틀 수 있는 자각이 생겨 있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를 보면 쉽고, 빠르고, 편안하게 무엇을 이룩할 수 있으니 돈을 달라고 선전하는 것들은 대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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