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조지 월드(George Wald)는 눈의 시각 색소에 관한 독특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사용한 적이 있다. "멀리 떨어진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서는 오직 한 줄기 빛만을 볼 수 있다. 창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우리의 시야는 점점 더 넓어지고 결국 이 창을 통해 전 우주를 다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은 건강뿐 아니라 생명 유지에도 바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관이나 기능보다 중요하다. 세포 속에서 에너지 생성이 순조롭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몸은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에너지 생성 작업은 특정 기관이 아닌 몸의 모든 세포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활활 타는 불꽃처럼 살아 있는 세포는 생명을 지탱하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연료를 태운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체온 정도의 은근한 열을 방출한다. 따라서 ‘태운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기보다 시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수십억 개의 은근한 작은 불이 깜박거리며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만일 이 불이 계속 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화학자 유진 라비노비치(Eugene Rabinowitch)는 이렇게 말한다. "심장은 박동을 멈추고, 중력을 거슬러 위를 향해 자라던 식물은 성장을 멈추게 된다. 아메바는 헤엄을 치지 못하고, 신경을 타고 감각이 전해지지도 않을 것이며, 인간의 뇌 속에서 사고가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세포 속에서 물질을 에너지로 변형시키는 과정은 물 흐르듯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자연계의 재생 사이클의 한 부분으로서 마치 쉴 새 없이 굴러가는 바퀴와 비슷하다. 탄수화물 연료는 한 알 한 알, 한 분자 한 분자씩 포도당 형태로 이 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계속되는 순환 과정을 거치며 연료 분자는 화학적 분해 작용으로 미세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세포라는 화학공장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은 생명체가 지닌 경이 중 하나이다. 모든 기관이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다는 사실 때문에 그 놀라움은 더 커진다.

미토콘드리아가 지닌 미스터리를 풀어낸 과학자들의 놀라운 재능과 인내에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현미경으로 300배나 확대해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미립자를 상상해보자. 그런 다음 이 미립자를 분해해서 그 구성 요소를 분석하고 그것이 가진 아주 복잡한 기능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상상해보자. 전자현미경과 생화학자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ATP는 축전지가 충전된 상태이고 ADP는 그 축전지가 방전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페놀계 화학물질은 물질대사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급격한 체온 변화를 일으키고 결국 치명적 위험을 불러온다. 인산기 결합 과정이 실패로 돌아갔는데 ‘엔진은 계속 돌아가서 과열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산화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 활동을 억제하는 살충제에는 DDT, 메톡시클로르, 말라티온, 페노티아진 그리고 그 밖에 다양한 다이나이트로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에너지 생성의 전 과정을 차단하고 세포가 사용할 산소를 빼앗아간다.

인구동태통계국의 음울한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날 결함과 기형 가운데 상당 부분은 우리의 외적·내적 세계에 깊숙이 침투한 화학물질 때문임이 거의 확실하다.

세포분열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상인 개구리 알과 성게를 연구해보면 ATP 보유량이 어느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알들이 세포분열을 중단하고 즉시 죽는다고 한다.

모든 생물체의 배아세포에 축적된 살충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류 전체를 놓고 볼 때, 개개인의 생명보다 궁극적으로 더욱 소중한 것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유전형질이다. 영겁처럼 긴 시간 동안 진화를 거쳐 만들어진 우리의 유전자는 현재의 모습을 규정할 뿐 아니라 인간의 미래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유전자는 희망찬 약속이 될 수도 있고 커다란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잘못으로 말미암은 유전자의 변이는 이 시대에 대한 협박, ‘우리 문명의 마지막이자 가장 큰 위협’이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런 방사능이나 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는 원자의 분열이나 방사능을 내뿜는 화학물질에 관한 연구가 충분치 않던 때였다. 그러다가 1927년 텍사스 대학교 동물학 교수인 허먼 J. 멀러(Herman J. Muller) 박사가 유기체에 X선을 투사하면 다음 세대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멀러 박사의 발견으로 과학의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었고 관련 의학 분야가 등장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1940년대 초 에든버러 대학교의 샤를로테 아우어바흐(Charlotte Auerbach)와 윌리엄 롭슨(William Robson)도 이에 필적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머스터드 가스가 방사능과 마찬가지로 영구적인 염색체 이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멀러 박사가 X선의 영향을 연구할 때 사용했던 초파리에 머스터드 가스를 쏘였더니 역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이는 최초로 발견된 돌연변이 유발 요인이었다.

우리 몸이 계속 성장하고 생명의 흐름이 다음 세대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조직과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 수가 점차 증식되어야 한다.

유사분열을 방해하는 것은 유기체와 그 자손에게 심상치 않는 위협이 된다.

"유사분열을 비롯해 세포기관의 중요한 작용들은 과거 5억 년 이상, 적어도 수십억 년 유지되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상처 받기 쉽고 복잡한 생명계가 오랜 시간 동안 종의 영속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태산 같은 인내력 덕분이었다. 이런 내구성과 항구성이 가능한 것은 몇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오는 유전정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치료법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화학물질이 제조되면서, 돌연변이 유발체를 억제해주던 우리 몸의 정상적인 보호 작용에 점점 더 큰 구멍이 뚫리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1956년이 되어서야 인간 세포의 염색체 수가 46개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염색체의 존재 확인은 물론 염색체의 각 부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환경 요인으로 말미암은 유전자 손상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인데, 유전학자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나마 유전학자들의 주장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방사능의 위험은 이제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도 상당 분야에서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멀러 박사는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대표자들뿐 아니라 의료 분야 종사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런 유전법칙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물론 의료계 종사자나 과학자들조차 화학물질이 방사능과 유사한 구실을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화학물질의 대량 사용에 대해서(실험실 내 사용뿐 아니라) 별다른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화학물질은 방사능만큼이나 심각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문제성 있는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우리의 유전자가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킬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질소 머스터드 가스는 그저 공중에서 무차별 살포되는 것이 아니라 암 치료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의사들의 손에서만 사용되었다.(이 치료를 받은 환자가 염색체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하지만 살충제와 제초제는 수많은 사람과 매일 접촉하고 있다.

몇 세대에 걸쳐 DDT에 노출된 모기들은 암컷과 수컷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자웅동체로 바뀌게 된다.

결국 염색체 문제는 배아세포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생활하는 동안 일부 특정한 세포(이 경우, 혈액세포의 전구세포)가 손상을 입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염색체의 부분 손실로 세포의 정상 행동을 지시하는 ‘정보’가 전해지지 않아 병이 생긴 것이다.

우리 스스로 염색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싹이 안 나는 감자나 모기가 없는 안뜰을 위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화학물질 제조업자들은 법률에 따라 제조물의 독성 여부를 검사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런 검사를 요구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생물들이 암과 벌인 싸움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서 그 기원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암과 벌인 전쟁이 태양, 폭풍, 토양 등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인간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생물체 중에서 유독 혼자만 암 유발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인간이 만들어낸 발암물질들은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방향족 탄화수소류의 일종인 매연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유전형질이 서서히 진보해온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놀라운 물질들은 인체의 방어벽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암의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발암물질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데에도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59년 7월 미국의 인구동태통계국에 따르면, 1900년 전체 사망 원인의 4퍼센트에 불과하던 림프계와 혈액 생성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질환이 1958년에는 15퍼센트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미국암학회는 인구 중 4500만 명이 암에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세 가구당 한 명 꼴로 암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1∼14세 어린이 사망자 중 12퍼센트가 암으로 밝혀졌다. 악성종양 환자의 상당수가 5세 미만의 아이들이었는데, 더욱 슬픈 사실은 방금 태어났거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서도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음식물에) 화학물질을 첨가하다 보면 어린이의 암 발생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 세대 또는 두 세대 이후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각다귀와 진드기를 없애는 데 쓰이는 새로운 유기 살충제들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관련 안전 수칙이 법으로 제정되어 있지만, 변하는 상황을 적절히 규제할 법률 제정이 느릿느릿 진행되는 몇 년 동안 사람들은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야 했다. 약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는 오늘날 일반인들에게 "안전하다"고 이야기되는 물질이 내일은 극도로 유해한 물질로 판명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암의 발생 형태가 다 다르고 암세포의 성장과 퇴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제각각인 걸 보면 그 원인 역시 틀림없이 다양할 것이다. 모든 문제는 세포가 입은 사소한 피해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서 진행되는 연구 중 어떤 것은 암 연구를 겨냥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연관될 수도 있는데, 이런 작은 빛이 모여서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이 될 것이다.

생명의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와 염색체를 살핌으로써 이런 미스터리들을 이해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소우주 속에서 정상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갑자기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게 되는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마침내 발효로 만들어지는 에너지의 양이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와 같아지는 순간에 도달한다. 바로 이 시점에 정상 체세포에서 암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의견이다.

대부분의 암에는 긴 잠복기가 뒤따른다. 호흡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수많은 세포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발효를 통해 세포분열을 하고 이 분열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효가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종에 따라 다르다. 각 종마다 발효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발효시간이 짧은 쥐는 암도 빨리 발발하고, 사람은 그 시간이 긴 편이어서(몇 십 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암의 발생이 비교적 서서히 이루어진다.

미량의 발암물질을 반복 흡수하는 것이 다량을 한 번 흡수하는 것보다 왜 더 위험한지를 설명해준다. 다량의 발암물질을 한 번 흡수하면 세포가 바로 죽지만 소량을 반복적으로 흡수하면 세포들이 상해를 입은 채로 살아남게 된다. 이렇게 살아남은 세포가 암세포로 전이되는 것이다. 발암물질에 ‘안전치’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암을 치료하는 물질이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전이되는 또 다른 방식은 염색체 이상이다. 이 분야의 매우 유능한 연구자들은 염색체에 손상을 입히고 세포분열을 방해하며 돌연변이를 초래하는 인자들을 의심의 눈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모든 돌연변이는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어린아이의 조직은 악성세포가 자라기에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3∼4세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은 태어날 때 아직 성숙하지 않은 신체기관이 돌연변이적 자극에 노출되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암을 유발하는 다른 돌연변이 물질은 우레탄이다. 임신한 쥐에게 이 물질을 주입하면 어미 쥐뿐 아니라 새끼 쥐에도 암이 생긴다. 새끼 쥐는 태어난 후에는 우레탄에 노출되지 않았으므로, 결국 화학물질이 태반을 통해 새끼에게 전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여서 우레탄이나 그 밖에 관련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태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휴퍼 박사는 경고한다.

성호르몬의 균형 파괴로 발생하는 생식기암이 대표적이다. 이런 장애는 간이 호르몬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간에 작용해 간접적 발암물질을 만들어내는 염화탄화수소계 화학물질이 바로 이런 문제를 일으킨다.

간은 남성과 여성 호르몬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고(이 두 가지 모두 남성과 여성의 몸속에서 동시에 만들어지는데 그 양이 다를 뿐이다) 지나친 생성을 억제한다. 하지만 질병이나 화학약품으로 인해 간이 손상되거나 비타민 B복합체가 부족하면 이런 기능을 할 수가 없다. 그럴 경우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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